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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빅데이터,개인정보보호에 막혀 초보 수준"


금융硏 세미나…업계 "개인정보 '비식별화'가 빅데이터 활용 걸림돌"

[김다운기자] 빅데이터가 금융업을 비롯한 산업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지만, 개인정보보호 관련제도가 걸림돌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식별화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가이드라인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연구원은 22일 '금융권 빅데이터 활용과 대응방안'에 대한 세미나를 열고 금융권의 최근 빅데이터 트렌드와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 토론했다.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일부 금융사들이 빅데이터 정보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독창적인 서비스로 수익모델을 창출한 사례는 별로 없다"며 "다만 개인의 정보가 뒷받침되지 않는 빅데이터의 활용은 고객 신뢰라는 금융업의 근간을 훼손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 보험 등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정책 규제로 빅데이터 활용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개개인 여부를 알아볼 수 없도록 하는 '비식별화' 규제에 가장 많은 불만이 쏟아졌다.

비식별화란 주민등록번호·여권번호·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일부 또는 전부를 삭제하거나 대체해 다른 정보와 결합해도 특정인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게 하는 것이다.

김욱 교보생명 프로세스혁신팀 IT담당 전무는 "보험산업은 빅데이터 활용에 가장 적합한 산업이라고 얘기되고 있지만, 실제 보험사들이 잘 사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개인정보보호 등 정보보안 이슈가 항상 장벽이고, 특히 비식별화 조치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어느 정도까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업계와 정책당국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송기철 IBK기업은행 시장분석팀장은 "현재 금융기관들이 갖고 있는 정보만 갖고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는 수준이지만, 규제가 명확하지 않아 금융사들이 지나친 자기검열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사들이 갖춘 풍부한 데이터를 활용한 산업 자체를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허재영 삼성카드 비즈솔루션팀장은 "데이터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업체들이 금융사와 통신사들일 텐데, 데이터를 갖고 있는 회사만 이득을 보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해 사회공공의 이익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허 팀장은 "수집부터 저장, 가공, 활용까지 데이터는 여러 단계를 거쳐 지나가는데 비식별화를 어느 시점에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민간단체는 데이터를 수집하기도 전에 비식별화를 먼저 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활용하기 어렵다"며 "비식별화를 어느 시점에 하느냐에 따라 빅데이터 시장의 발전 정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인정보 식별화 가이드라인 필요"

이번 세미나에서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업은 다른 산업보다 데이터 보유량이 많고 증가 속도가 빠르지만, 국내 금융업권의 빅데이터 활용은 개인정보보호 규제, 인프라·인력 투자 미흡 등으로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일부 은행, 카드사, 보험사에서 마케팅 분야에서 개인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사고처리 시스템에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등 국내에서는 개인정보보호 관련 제도가 빅데이터 활용을 막는 어려움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 위원은 "빅데이터 활용의 첫 번째 단계로 데이터 자원 확보가 중요한데, 현재 개인정보 규제체제 하에서는 금융사가 식별화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빅데이터 수집 방법에서 진일보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빅데이터의 활용은 민간의 자율적 활용을 원칙으로 하되, 자율적 활용을 위한 최소기준이 필요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가장 필요한 기준은 데이터 활용 부분인데, 특히 개인정보 식별화 내용이 중요하다"며 "개인정보 식별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특정한 이용자, 컴퓨터 및 기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장치들과 연관될 수 있는 것을 비식별 처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영국은 식별 항목을 업계에서 자율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위원은 "미국은 빅데이터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면서 제도가 강화되고 있으며, 오는 2018년이 되면 빅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면서도 "합법적인 데이터는 이용이 가능하며 한국에 비해서는 활용도가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비식별화 조치 등의 검증 기준은 기업에서 자율적으로 설정하고, 감독국은 외부전문가와 함께 식별화 문제를 점검·개선시킬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한 관계 당국에 의한 법적 불확실성 제거도 사전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김 위원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업 아이템은 구상, 개발, 점검, 시행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정책의 일관성과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빅데이터, 양보다 다양성이 중요해"

박동규 PWC컨설팅 이사는 "고객사 컨설팅을 하다보면 모든 고객사들이 내가 갖고 있는 빅데이터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아직 빅데이터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국내기업들의 경우 실제 경영에의 활용은 저조한 상황인데, 단순히 데이터 양이 아니라 다양성과 적시성이 있는 데이터를 구축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례로는 최근 가장 핫한 데이터인 '온라인 로그'를 들었다. 온라인 로그는 거래가 발생하기 전에 고객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분석한 정보가 있어, 고객의 의도와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박 이사는 "현재 웹페이지에서 발생하는 로그데이터는 빅데이터로 생각하기에는 적은 양이지만, 개별 방문 세션별 실시간 경로 분석, 롤오버 감지 등 목적에 따라 데이터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업의 경우 상품 관점이 아닌 고객 성향 및 수여에 기반한 추천이 필요하기 때문에 금융 거래 내역, 이체 대상 등을 이용해 금융 수요를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고객의 은행 거래 내역은 빅데이터의 원천"이라며 "타 은행 대출내역, 상환일자, 가입 적금·펀드·보험 종류, 가입 보험사, 공과금 납입 종류, 주택과 자동차 등 자산 규모, 모임회비 금액 등을 거래 내역을 통해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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