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군데렐라'의 '동화'는 계속된다


상무 이정협, 꾸준히 발전하고 있어

[최용재기자] 지난 1월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으로 인해 한국 축구에는 '군데렐라' 열풍이 불었다.

무명의 선수에,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선수도 아닌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소속 선수가 월드컵 다음으로 큰 메이저대회인 아시안컵 대표팀 최종엔트리에 깜짝 선발됐다. 그 주인공은 이정협(상주 상무)이었다.

한국 축구팬들은 군인 신분인 이정협에게 군인과 신데렐라의 합성어인 '군데렐라'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그리고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고 증명됐다. 이정협은 아시안컵에서 2골을 넣으며 한국의 준우승에 일조했다. 군데렐라는 아시안컵에서 환한 빛을 냈다.

아시안컵이 끝났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이정협에 대한 신임은 변하지 않았다. 지난 3월 열린 우즈베키스탄, 뉴질랜드와의 친선경기에서도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의 손을 잡았다. 한국 축구의 신선한 '동화' 군데렐라의 이야기가 이어진 것이다.

그런데 3월 A매치가 끝난 후 군데렐라가 잠잠하다. 이정협은 A매치 전 열린 3월21일 K리그 챌린지 개막전 강원전에서 1골을 넣으며 기분 좋게 시즌 출발을 했다. 하지만 3월 A매치가 끝난 후 이정협은 더 이상 골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4월이 다 지났고 5월이 찾아왔지만 이정협은 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

강원과 개막전 골이 올 시즌 이정협 골의 전부다. 이정협은 2라운드 경남, 3라운드 서울 이랜드, 4라운드 부천, 5라운드 수원, 6라운드 경찰청과의 경기까지 모두 선발로 나섰지만 득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정협은 올 시즌 상주 상무가 치른 모든 경기인 6경기에 선발로 나섰지만 1골에 그치고 있다.

이정협이 침묵하는 사이 상주 상무의 박기동이 놀라운 득점력을 보이고 있다. 이정협은 올 시즌 상주 상무 부동의 주전이지만 박기동은 선발과 교체를 오가고 있다. 이정협보다 훨씬 적은 출전 시간이지만 박기동은 벌써 4골을 넣었다. K리그 챌린지 득점 공동 1위에 박기동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정협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이정협의 경기력이 하락세를 타고 있는 것일까. 군데렐라의 힘이 떨어진 것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니다. 이정협은 더 좋은 선수, 더 강한 선수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 속에 있다. 또 박기동이라는 선의의 경쟁자로 인해 더욱 진화할 수 있는 기로 앞에 서 있다. 박기동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상주 상무에 큰 힘을 더하고 있다.

5일 상주 상무와 안산 경찰청의 K리그 챌린지 7라운드가 열리기 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만난 박항서 상주 상무 감독은 이정협을 향한 변함없는 신뢰를 드러냈다.

박 감독은 "이정협이 대표팀에 다녀온 후 달라졌다. 여유가 생겼다. 볼 키핑도 좋아졌다. 특히 시야가 넓어졌다. 최근 경기에서도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경기력은 좋았다. 골을 넣지 못해 마음이 급해진 것 같아 불러서 면담을 했다. 평정심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며 변함없는 이정협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시야가 넓어진 이정협. 올 시즌 도움 개수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정협은 지난 시즌 25경기에 나서 1개의 도움도 올리지 못했다. 올 시즌에는 벌써 도움 2개다. 이는 이정협의 시야가 넓어졌고, 동료들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이어 박기동과의 경쟁에 대해 박 감독은 "박기동이 골을 넣고 있어 조금은 자극이 될 것이다. 박기동도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이런 박기동과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 이정협도 당연한 주전은 아니다. 이정협에게 경쟁 속에서 자신의 플레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기동이 계급은 이정협보다 아래지만 선배로서 잘 챙겨주고 서로 이야기도 많이 한다. 서로 잘 어울리고 있다. 두 선수가 함께 뛰며 좋은 장면도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며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경찰청과의 경기에서 상주 상무는 3-0 완승을 거뒀다. 선발로 나선 이정협은 골을 성공시키지 못했고, 박기동은 후반 교체 투입돼 1분 만에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 감독은 "이정협이 골을 넣지 못했지만 자신의 역할을 잘 해냈다. 박기동의 골도 이정협이 수비진을 교란시켜줬기 때문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이다. 박기동이 골을 넣고 이정협이 넣지 못했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 이정협이 오늘 골대를 맞히는 슈팅도 했고, 한 번 골이 터지기 시작하면 계속 넣어줄 것"이라며 이정협의 플레이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전반에 이정협이 패스 미스를 한 것에 대해서도 박 감독은 "전반에 패스 미스도 이정협이 잘 못한 것이 아니다. 미드필더들이 위치 선정을 잘못했고 이정협을 고립되게 만들었다. 이정협 스스로의 문제가 아니었다. 오늘 이정협은 자신의 역할을 잘 해줬다. 움직임도 좋았다"고 높이 평가했다.

박 감독의 말대로 골만 없을 뿐이지 이정협의 경기력은 진화하고 있다. 팀을 위해 헌신하고, 팀 승리를 위해 뛰고 있는 이정협이다. 골이 없다고 해서 군데렐라 동화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꾸준한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군데렐라의 동화는 계속되고 있다. 더 짜릿하고 강렬한, 그리고 재미있는 결말을 위해 이정협은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조만간 골을 넣는 흥미로운 장면도 보여줄 것이다.

이날 와스타디움에는 카를로스 대표팀 코치가 찾아 관전했다. 이는 국가 대표팀에서의 군데렐라 동화 역시 끝나지 않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조이뉴스24 안산=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2024 트레킹





alert

댓글 쓰기 제목 '군데렐라'의 '동화'는 계속된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