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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보다 먼저 최용수가 살아야 한다


최용수 감독, 박주영 향한 여유 가져야

[최용재기자] 최용수 FC서울 감독의 '위기'다.

FC서울은 현재 2승1무4패, 승점 7점을 기록하며 K리그 클래식 9위, 하위권이다. 슬로우 스타터 서울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지난 18일 열린 슈퍼매치에서 참패로 최용수 감독은 '최대 위기'에 빠졌다.

K리그 최대 빅매치 서울과 수원의 슈퍼매치에서 서울은 수원에 1-5 참패를 당했다. 역대 슈퍼매치 최다골차 타이 기록이자 최다 실점 타이 기록이다. 그 어떤 변명도 할 수 없을 참패다.

슈퍼매치의 결과가 가지고 오는 파장은 크다. 슈퍼매치 대패라는 참혹한 현실은 서울의 '현재'를 말해주고 있다. 이는 앞으로 서울이 더 추락하거나 혹은 다시 비상하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상반기 서울의 최대 위기, 최용수 감독의 최대 위기다.

물론 이전에도 최 감독에게 위기는 있었다. 수원전 7경 연속 무승(2무5패)을 기록할 시기도 있었다. 서울 팬들이 서울 구단 버스를 점거하는 사건도 있었다. 2013년 시즌 초반에는 7경기 동안 승리하지 못하는 부진을 거듭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감독은 모든 위기를 극복해냈다. 보란 듯이 다시 최 감독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올 시즌 역시 최 감독은 반전과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시 보란 듯이 위기를 넘어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다른 시즌과는 조금 다른 환경에 빠져있다. 최 감독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바로 '박주영 딜레마'다.

최 감독은 그동안 위기가 닥칠 때마다 새로운 변화와 신선한 도전으로 위기를 돌파해 나갔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K리그 최고의 공격수였던 데얀도 선발 명단에서 빼는 과감성을 보이며 돌파구를 찾기도 했다. 그런데 올 시즌은 다르다. 지금 최 감독의 시선과 의지는 오직 하나 뿐인 것처럼 보인다. '박주영 살리기'다.

방황을 접고 올 시즌 친정팀 FC서울로 돌아온 박주영. 최 감독은 박주영을 살려내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있다. 박주영은 지금까지 4경기에 나섰고, 인천전 페널티킥 슈팅과 골을 제외하고는 4경기 동안 단 한 개의 슈팅도 하지 못했다. 수원전에서는 팽팽한 균형 속에서 박주영이 교체 투입된 후 서울이 내리 4골을 허용했다. 서울의 2선 공격수들이 아무리 부진하고 받쳐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4경기에서 슈팅 0개는 박주영의 ‘현실’이다.

현재 박주영이 정상 몸상태, 정상 경기 감각이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다. 그런데 박주영은 항상 경기에 출전한다. 정상적인 선수가 아닌데도 경기 출전을 확실히 보장받고 있다. 정상적인 팀이라면 정상적인 몸상태를 만든 후 경기에 출전한다. 이것이 정상이다.

서울이 이런 비정상적인 일을 고수하는 이유는, 오직 박주영을 살리기 위해서다. 많은 경기를 출전시켜 하루 빨리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려는 의도인 것이다. 최 감독은 "박주영은 멀리 봐야 한다. 박주영의 선발 출전이 의외일 수 있지만 게임을 통해 경기 감각을 키워야 한다. 경기 감각을 찾을 때까지 풀어놓을 것이다. 박주영에게는 기회를 충분히 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주영의 경기 감각을 끌어 올리려는 의지는 충분히 공감된다. 박주영이 올라와야 서울도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감독의 의지는 너무 성급했다. 논란의 박주영 영입의 '정당성'을 하루 빨리 인정받고 싶어서일까, 박주영의 경기 투입과 많은 출전 시간은 너무나 조급했다.

박주영은 서울로 오기 전 수개월동안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선수였다. 프로 선수라면 몇 일을 쉬어도 경기 감각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박주영은 서울에 올 때부터 정상으로 올라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올라오지 못한다. 그런데 박주영은 국제이적동의서가 발급되자마자 경기에 출전했다. 일러도 너무 이른 출전, 너무 많은 출전 시간이었다.

이는 박주영에게도 큰 부담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 부담감은 정상적인 몸상태가 아닌 현실과 합쳐져 경기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 감독도 조금 더 느긋하고 여유롭게 박주영을 바라봐야 했다.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 있다. 무엇이 그리도 급했던 것일까.

최 감독은 박주영이 정상 몸상태로 끌어 올릴 때까지 기다리지 못했다. 경기 감각을 위해 조금씩, 최대한 부담감을 줄여주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박주영 카드를 너무나 일찍 꺼내 들었다. 처음부터 45분(제주), 풀타임(인천), 78분(대전), 45분(수원)이었다.

특히 슈퍼매치라는 큰 경기에도 박주영을 투입시켜 참패를 당했다. 분명 박주영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다른 서울 선수들, 특히 2선 공격수들의 문제가 더 컸다. 그런데도 박주영의 영향력과 기대치가 크기에 박주영만의 문제로 인식되고 그렇게 보이고 있다. 슈퍼매치 참패로 인해 서울은 슈퍼매치와 함께 박주영도 잃었다. 박주영의 자신감은 떨어지고 부담감과 부정적 시선은 높아졌다. 박주영으로 서울은 승리하려 했지만 역효과가 더 많은 결과였다.

지금 최 감독과 서울은 박주영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죽어가고 있다. 서울이 박주영만을 살리기 위한 팀은 아니다. 박주영을 살리기 전에 최 감독부터 살아야 한다. 그리고 서울부터 숨을 쉬어야 한다.

최 감독과 서울이 살아나기 위해서, 지금은 박주영이 정상으로 올라오기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맞다. 선발, 풀타임이 아닌, 조급해하지 말고 조금씩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풀어나가는 것이 맞다. 많은 출전 시간은 그만큼 많은 기대를 하게 만든다.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그만큼의 역효과가 일어나게 마련이다. 지금은 박주영을 아낄 시기다. 박주영의 부담감을 줄여주고, 박주영을 진정 살리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최고의 몸상태를 지닌, 동계훈련을 열심히 소화한 공격수들이 박주영을 대신해 출전해 서울을 살리는 것이 맞다. 현재 박주영은 서울을 살리지 못한다. 박주영이라 해도 주전 경쟁을 하지 않고, 감독의 무한신뢰 속에 모든 경기 출전을 보장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최 감독이 서울 지휘봉을 잡고 그동안 강조했던 무한경쟁, '서울에 주전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그 말을 기억해야 한다. 박주영은 일단 서울 주전 경쟁에서부터 천천히 시작해야 한다. 서울은 반전의 기회가 있다. 오는 21일 열리는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과의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H조 5차전이다. '빅매치'다. 이 경기의 파급력은 슈퍼매치 못지 않다. 이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이 유리해질 뿐만 아니라 슈퍼매치 대패의 파장도 조금 줄일 수 있다.

이 경기는 ACL 선수 등록을 하지 못한 박주영은 출전하지 못한다. 박주영을 활용하지 못하는 경기에서 최 감독은 스스로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난 웨스턴 시드니와의 ACL 4차전에서 1-1 무승부를 거뒀지만, 박주영은 없었지만 서울의 공격력은 인상적이었다. 그때를 복기해봐야 한다.

최 감독은 박주영에 대한 조급증을 버리고 여유도 함께 찾아야 한다. 박주영을 살릴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 급한 것은 박주영이 아니라 최용수 감독이 먼저 살아나야 한다는 것이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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