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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조 때문?' SKT-그루터 그들이 갈라선 이유는...


협력 '성공사례'에서 2년여 만에 갈등으로 비화

[김국배기자] SK텔레콤과 국내 중소기업 '그루터'가 오픈소스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일련의 잡음을 빚고 있어 주목된다.

두 회사는 한때 협력의 성공사례로까지 지목됐지만 SK텔레콤이 독자적으로 빅데이터 분석 사업에 진출하면서 갈등을 표출했고 일부 도덕적 의혹까지 야기하며 개발자 커뮤니티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두 회사의 갈등관계는 SK텔레콤이 최근 'SKT 비즈 ICT 월드 2015'에서 빅데이터 분석 사업 진출을 선언한 것을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난 양상이다. SK텔레콤은 이 행사에서 오픈소스 기반 빅데이터 분석 SW인 '아파치 타조(Apache Tajo)'를 탑재한 어플라이언스(Appliance) 제품 'T하둡'을 공개했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는 2년여 간 지속해 온 협력관계를 끊은데 이어 그루터에서 일하던 핵심 임원이 SK텔레콤의 사업을 직접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며 개발자 사회에 도덕적 논란까지 야기하고 있다. 기업간 협력관계를 벗어나 파트너사의 직원을 가로채거나 개별적 관계를 구축하는 행위는 관행적으로 개발자 사회의 '금기'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두 회사, 갈라선 배경은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보안을 이유로 상주 기술인력을 요구했지만 그루터는 이를 꺼렸고 무리한 라이선스 비용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루터는 "외부 프로젝트라 타조 기술의 리더십을 인정해 달라고 한 것이고 기술지원에 대한 라이선스는 당연한 요구 아니겠느냐"며 "오히려 SK텔레콤이 단순 SI 용역으로 일해주기를 바랐다"고 주장했다.

결국 두 회사의 협력 관계는 지난 2014년 11월 모 카드사 프로젝트를 겪으며 경쟁 관계로 돌아섰다. 두 회사가 동시에 사업을 제안한 것이다.

한때 두 회사는 빅데이터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면서 '상생'하는 관계였다. 늘어나던 데이터 처리로 고민하던 SK텔레콤은 그루터의 도움을 받아 이를 해결했고 그루터는 '타조'의 사용사례(use case)를 확보할 수 있었다. SK텔레콤의 자본과 데이터, 그루터의 기술력이 더해진 결과였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네이버 개발자 행사 '데뷰(deview) 2014'에서 이같은 경험을 성공사례로 발표하기도 했다.

◆'타조' 개발은 누가 주도했을까

갈등 논란의 발생 지점은 핵심 SW라 할 '타조'다.

SK텔레콤은 지난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중인 빅데이터 학술대회('IEEE ICDE 2015')에 참가해 "SK텔레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개발한 빅데이터 처리엔진 타조"를 전시한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SK텔레콤이 타조를 주도적으로 개발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타조는 고려대에 재학중이던 최현식, 손지훈 박사가 처음 시작한 빅데이터 분석 엔진 프로젝트로 최현식 박사가 그루터에 합류하면서 개발이 본격화했다.

오픈소스 프로젝트 타조는 지난 2013년 세계적인 오픈소스 재단인 아파치 소프트웨어 재단(ASF)에 인큐베이팅 프로젝트로 선정되면서 주목을 받아왔다. 이 무렵 SK텔레콤도 타조에 관심을 보이며 연구개발(R&D) 비용 등을 지원했다.

타조에 얼마나 기여했느냐를 두고는 양사의 입장은 물론 극명하게 엇갈린다. 그루터 관계자는 "SK텔레콤이 기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개발 로드맵과 방향성을 세우고 주도한 건 우리"라며 "코드 기여량도 그루터는 92%, SK텔레콤은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반면 SK텔레콤 관계자는 "차세대 성장사업인 빅데이터 분석 관련해 2년전부터 벤처기업들과 함께 타조의 공동 개발에 참여해왔다"며 "R&D 비용으로 1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전(前) CTO 문제'에 그루터는 불편한 기색

특히 지난해 12월 퇴사한 그루터 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SK텔레콤의 사업에 일부 관여했다는 얘기가 업계에 확산되면서 그루터는 크게 반발했다.

권영길 그루터 대표는 "오픈소스를 통한 제품화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대기업의 도덕적 책임 따위를 문제 삼고 싶지도 않다"면서 "다만 그루터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있는 임원이 사업을 돕는다는 건 '도를 넘어선 행위'"라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은 그러나 "CTO의 퇴사는 그루터의 성장방향에 대한 견해차로 알고 있다"며 "(CTO의) SK텔레콤 지원은 본인이 노력을 기울여 온 오픈소스 타조에 대한 애정이자 성공을 위한 것으로 그루터와 SK텔레콤이라는 차원을 넘어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그루터 전 CTO는 그루터에서 2010년부터 4년간 일한 인물로 알려진다. 그는 "단순 커미터(Committer) 수준의 리뷰만 봐준 것"이라며 "양사의 영업기밀에 해당할 수 있으니 더 이상 언급하기는 곤란하다"고만 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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