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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전 전반 42분, '감동적 상상'이 현실로


은퇴경기 갖는 차두리, 선발 출전해 전반 42분 교체 예정

[최용재기자] 지난 1월31일 한국과 호주의 2015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이 열린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 후반 17분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후반 17분 호주의 베테랑 공격수 팀 케이힐이 교체 아웃됐다. 그 순간 스타디움에는 감동의 물결이 넘쳤다. 경기장을 꽉 채운 6만 호주 관중들이 일제히 일어나 벤치로 들어가는 케이힐을 향해 '기립 박수'를 친 것이다.

호주 축구 선수 중 가장 성공한 선수, 유럽 무대에서 뛰며 호주 축구의 가치를 높인 선수, 그리고 3번의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며 호주 축구팬들에게 환희와 감동을 선사한, 호주 국민들에게 가장 큰 존경을 받는 선수, 그런 케이힐이 국가대표로 마지막 경기를 뛰고 물러나자 호주 축구팬들이 기립 박수로 애정을 표현한 것이었다.

호주 국민들은 호주를 위해 헌신한 영웅을 기립 박수라는 방법으로 예우했다. 케이힐에 대한 고마움을 다른 어떤 말보다 기립 박수로 표현했다. 케이힐과 하나 된 호주 국민들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스포츠라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얻을 수 있는 따뜻한 감동, 케이힐이라는 축구 영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감동적인 장면이 대한민국에서도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장을 찾은 한국 축구팬들이 한 선수를 위해, 한 축구 영웅을 위해 기립 박수를 치는 장면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과 뉴질랜드의 친선경기. 전반 42분경에 이 아름다운 장면이 등장할 것이라는 상상을 해볼 수 있다.

뉴질랜드전은 국가대표 차두리의 A매치 76번째 경기다. 그리고 차두리의 국가대표 '마지막' 경기다. 차두리는 2015 호주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지만 마지막 한 경기를 뛴 후 은퇴식을 치르기로 했다.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이 제안한 은퇴경기다. 슈틸리케 감독의 선물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은퇴식 때 (은퇴경기의) 전반 종료 후 은퇴식을 해왔다고 들었다. 소극적으로 준비하는 것 같다. 현역에서 이미 은퇴한 경우가 많아 불가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차두리는 현역 활동을 하고 있다. 단순한 은퇴식이 아닌 은퇴경기를 치르게 할 것이다. 자부심을 위해 자리를 마련해주고 싶었다"며 차두리의 특별한 은퇴경기를 제안했다.

마지막 경기를 뛰며 국가대표팀과 이별하는 차두리. 한국 축구 팬들은 차두리의 마지막을 함께 하려 한다. 차두리는 한국 축구의 영웅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2010 남아공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 주역이었다. 그리고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감동의 준우승을 일궈냈다. 지난 10여년 동안 차두리는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했고, 팬들은 차두리로 인해 많은 감동과 환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한국 축구팬들도 차두리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 떠나는 영웅을 예우하려 한다. 호주 국민들이 그랬던 것처럼 차두리에게도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기립 박수로 표현하려 한다. 이런 감동적인 장면의 연출도 슈틸리케 감독의 구상에서 탄생할 수 있게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차두리가 31일 뉴질랜드전 선발 출전하는 것이 목표다. 나도 선수였다면 은퇴를 할 때 단순히 하프타임에 꽃다발을 받는 것보다 선수로서 은퇴경기라는 자리에서 멋지게 뛰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다. 차두리가 선발로 나와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나면 전반 종료 2~3분 전에 교체할 것이다.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고 나와 하프타임에 은퇴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두리의 마지막을 팬들의 기립 박수로 장식하기 위해 슈틸리케 감독이 생각해낸 방식이다. 전반 종료 직전 차두리가 교체돼 나갈 때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기립 박수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또 슈틸리케 감독은 차두리가 기립 박수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선수라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뉴질랜드전 하루 전인 30일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파주NFC)에서 마지막 훈련을 앞두고 다시 한 번 감동적인 장면을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의 관중들도 레전드를 떠나보내는 법을 알아야 한다. 그에 합당한 응원과 많은 박수를 쳐주기를 바란다"며 뜨거운 응원을 부탁했다.

뉴질랜드전 전반 42분, 차두리가 교체돼 물러날 때 아마도 슈틸리케 감독이 구상하고 팬들이 화답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등장할 것이다. 한국 축구 문화에서도 이런 아름다운 장면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을 팬들이 보여줄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도 확신하고 있다.

분명 상상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현실로 등장해, 큰 감동, 아름다운 은퇴경기를 차두리에게 선사할 것이다.

조이뉴스24 파주=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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