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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A매치, '단순한 승부'→'이야기 많은 작품'으로


우즈벡전 이광종 감독 쾌유 기원 인상적, 뉴질랜드전 차두리 은퇴 경기

[이성필기자] 축구대표팀의 A매치가 '스토리'를 입고 주목도가 커지고 있다. 오직 승리라는 결과만 생각하고 경기에만 열중했던 시대에서 벗어나 깊은 의미를 둔 행사에 모두가 녹아들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을 치렀다. 결과는 1-1로 끝났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원하는 다양한 실험도 부상 변수 등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를 주관한 대한축구협회의 평가전 포장은 나름대로 훌륭했다. 유럽 주요 리그에서나 보던 장면들이 국내 A매치에서도 연출됐다.

이날 대표팀 선발진은 유니폼이 아닌 흰색 티셔츠를 입고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티셔츠 정면에는 'COME BACK TO US(우리에게 돌아와 주세요)'라는 문구에 이광종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이 감독은 지난 1월 태국 킹스컵을 앞두고 고열 증세로 중도 귀국했고 병원 검진결과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축구계는 충격에 빠졌고 이 감독 후임으로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연령별 지도자를 역임하며 선수 발굴의 귀재로 알려진 이 감독이 한국 축구에 기여한 공적을 생각하면 축구인들뿐 아니라 전국민이 그의 쾌유를 기원하는 것은 당연했다. 이날 대표팀 선발진 중에서는 이재성(전북 현대)이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이 감독과 함께 28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하는 경험을 했다. 남태희(레퀴야), 손흥민(레버쿠젠),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등도 이 감독과 연령별 대표팀에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경기 전 중앙선 부근에 양 팀 선수가 도열해 10초간 박수를 치며 이 감독의 건강 회복을 기원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종전에는 선수 입장 후 내빈 격려와 국가 연주 뒤 곧바로 경기에 들어가거나 그 자리에서 짧은 행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유럽 축구에서 추모나 축하 행사 때 하던 장면이 연상됐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이날 행사는 축구협회의 기획은 아니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제안을 축구협회가 현실로 옮긴 것이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은 벤치에서 코칭스태프와 함께 이 감독의 쾌유를 빌었다. 전 관중도 기립해 박수로 동참했고 이광종 감독의 이름을 연호했다. 우즈벡 선수단도 마찬가지였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 따뜻한 스토리가 입혀지는 순간이었다.

미르잘랄 카시모프 우즈벡 감독은 "이광종 감독의 쾌유를 기원한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슈틸리케 감독도 "다시 한 번 쾌유를 빈다. 늘 함께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라며 이 감독을 잊지 않았다.

한편, 이날 슈틸리케 감독은 정장 상의에 검은 리본을 달고 경기를 지휘했다. 지난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독일 뒤셀도르프로 향하다 프랑스 남부 알프스 산악 지대에 추락한 독일 국적기 저먼윙스 희생자들을 위한 애도의 표시였다. 현역 시절 독일 대표팀과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했던 슈틸리케 감독 입장에서는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가슴아픈 일이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슈틸리케 감독은 협회의 생각을 깨우는 일들을 제안하는 경우가 있다. 협회도 나름대로 고마워한다. 협회도 최근 팬 공개 훈련, 전관중 애국가 함께 부르기 등 다양한 기획으로 A매치 몰입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 점점 더 의미있는 일들이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기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된 뉴질랜드전에서는 차두리(FC서울)의 국가대표 은퇴 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단순히 하프타임에 꽃다발을 받고 은퇴 소감을 전하는 기존의 고루한 은퇴식 방식을 거부했다. 경기에 직접 뛴 뒤 전반 종료 2~3분여를 남기고 차두리가 관중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벤치로 들어오게 할 것을 예고했다.

차두리는 29일 대표팀 훈련에 합류한다. 이날은 팬 공개 훈련이다. 차두리는 팬들에게 마지막 A매치를 앞둔 소감을 전한다. 뉴질랜드전을 앞두고 사전 행사를 통해 의미를 알린다는 계획이다. 단순한 평가전에 또 하나의 이야기가 추가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부분이다. 점점 더 진화하는 A매치다.

조이뉴스24 대전=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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