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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래원 "'펀치'가 인생작? 대박날 줄 몰랐죠"(인터뷰①)


"20대엔 인기가 목표, 지금은 '괜찮은' 배우 되고파"

[이미영기자] 김래원이 없는 드라마 '펀치'는 성공할 수 있었을까. '펀치'는 그야말로 김래원의, 김래원을 위한, 김래원에 의한 드라마였다.

탄탄한 스토리와 휘몰아치는 전개, 반전을 거듭하는 극적 장치와 정의 실현이라는 묵직한 주제. 여기에 김래원의 명품 연기가 얹혀지니,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 완성됐다. 권력의 정점에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 검사 박정환을 연기한 김래원은 몸에 꼭 맞춘 듯한 완벽한 연기로 '펀치'를 월화극 정상에 올려놨다.

누군가는 '펀치'를 김래원의 '인생작'이라 표현했고, 제2의 전성기를 구현했다고 했다. 그러나 드라마 종영 후 만난 김래원은 덤덤한 표정으로 "드라마를 하는 동안 반응을 전혀 몰랐다. '펀치'가 대박을 낼 거라고 기대감을 갖지 못 했다"고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추적자'로 이미 필력을 인정받은 박경수 작가지만 시놉시스와 한 권의 대본만으로 이뤄진 편성과 캐스팅으로 '펀치'는 SBS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김래원의 캐스팅을 두고 내부에서 반대 의견도 있었고, 김래원 역시 출연을 주저했다. 가장 마지막으로 '펀치'에 승선한 것은 제작진에게도 김래원에게도 '신의 한 수'였다.

"'펀치' 첫 대본 연습하기 전날이 영화 '강남 1970' 마지막 촬영이었어요. 제작진이 제게 확실하게 제안을 한 건 아니었어요. 무거운 작품인 '강남 1970'을 하고 왔는데 또다시 냉정한 인물을 하는 것에 대해 고민도 있었죠. 방송국에서 반대하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 때 이명우 PD가 자신을 보이며 저를 잡아주셨고, 결과적으로 판이 커졌죠. 좋은 분들과 연기를 할 수 있게 됐고, 모든 박자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김래원이 연기한 박정환은 입체적인 캐릭터였다. 성공에 대한 욕망으로 똘똘 뭉쳐 불법과 비리도 마다치 않는 삶을 살았고, 가족까지 외면하다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됐다.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이들을 위한 복수를 위해, 또 딸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길 바라는 정의실현을 위해 권력과 싸웠고, 세상과 싸웠다. 영민한 두뇌 플레이와 저돌적인 추진력, 포기할 줄 모르는 집념은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김래원은 "그간 한 작품들에 비해 비교적 심플했다. 어렵지 않았고, 고뇌하거나 아파하지 않았다"고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정환이 캐릭터가 쉽다거나 아무것도 아니라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죽을 만큼 힘들지는 않았어요. 어쩌면 박정환이 죽음의 순간까지 날카롭고 끈을 놓지 않았잖아요. 저 역시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그러지 않았나 싶어요. 드라마가 끝나면서야 공허함이 왔고, 몸도 굉장히 피로한 느낌이 왔죠."

쪽대본이 날아드는 전쟁 같은 촬영장. 박정환에 집중한 김래원이지만 "마지막 대본을 앞두고, 18, 19회 찍을 때 긴장이 풀어졌다. '전쟁이 끝나는구나' 싶어 풀어졌던 것 같다. 드라마 처음 시작부터 돌이켰고, 마지막 끈을 바짝 조였다. 감독님도 같은 생각이었던지 오셔서 '마지막주니까 파이팅하자'고 하셨다"고 털어놨다.

마지막회 박정환은 끝내 죽었지만 동시에 죽지 않았다. 뇌사 상태에 빠진 박정환은 자신의 심장을 아내 신하경(김아중 분)에게 기증하고, 생사의 기로에 섰던 신하경은 박정환의 심장을 품고 건강해진 몸으로 윤지숙, 이호성(온주완 분)을 법으로 심판했다.

"초중반에 박정환이 보여줄 수 있는 에너지는 다 보여준 것 같아요. 정환이 죽기 전 날이 서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다 풀어냈죠. 오히려 마지막에 제 생각보다 약하게 갔어요. 결말에 특별히 이견은 없지만, 시간이 없어서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장면은 있어요. 마지막회 박정환이 취조실에 있다가 마지막 쇼크가 와서 쓰러지는 장면이 있잖아요. 가족들의 사진을 보면서 그 감정을 그대로 갖되, 세상을 향한 비웃음, 조소가 들어갔으면 더 임팩트가 있었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때 3일 정도 잠을 못자고 촬영했는데, 2시간만 잠을 잤어도. 그런 것을 놓친 건 아쉬워요. 소속사 대표님이 '그만 집착하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세상의 비리와 권력을 꼬집는 드라마. 그 중심에 있었던 박정환은 유독 명장면과 명대사가 많았다. 특히 검찰총장 이태준(조재현 분)과는 짜장면 먹방신과 이별주 등을 비롯해 수많은 명장면이 나왔다. 김래원이 꼽는 드라마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정환이 동생한테까지 '난 아버지처럼 살기 싫다'고 꼿꼿하게 구는데 딱 한 번 하경이 앞에서 무너진 신이요. '예린이 때문에 살고 싶다'고 오열하는 장면이 너무 좋았어요. 분노와 삶에 대한 집착, 딸과 하경이에 대한 사랑이 함축적으로 다 들어갔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영화 '해바라기' 마지막 장면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그 짧은 장면에서 그 아쉬움이 다 해소됐던 것 같아요. 아마 시청자들은 흘러가는 한 장면쯤으로 기억하겠지만, 제게는 많은 남자들이 꼽는 '해바라기' 명장면보다 이 연기가 더 컸던 것 같아요."

김래원은 올해로 데뷔 18년차를 맞았다. 주인공을 맡은 드라마와 영화수만 25편, 그의 필모그래피가 빼곡해졌다. 드라마 '펀치'와 영화 '강남 1970'에서 캐릭터와 혼연일체 된 연기와 탄탄한 콘텐츠로 연기파 배우의 존재감을 또 한 번 입증했다. 김래원은 인기가 아닌, 꽤 괜찮은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저도 20대 청춘스타일 때는 돈도 많이 벌고, 광고도 많이 하고, 해외에 가서 팬미팅도 했죠. 30대 들어서면서부터 목표하는 방향이 달라졌어요. 보여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가 느끼는 배우 인생을 사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전에는 누리고 싶었던 게 인기라면, 지금은 배우로서의 명성도 아니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진정성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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