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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영]90년대 음악인들, 2015 가요계에 쓴소리


"아이돌 위주, 다양성 없다"-"가사에 고민이 없다"

[이미영기자] '무한도전-토토가'로 시작된 90년대 가요 열풍이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90년대 한창 인기를 얻었던 가수들의 앨범 준비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고, 방송과 공연계 등 곳곳에서 이들에 뜨거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쯤 되면 방송의 화제성에 의한 '반짝' 열풍으로 보기 힘들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90년대 향수를 자극한 것 뿐만 아니라 가요계에 다양성을 일깨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이돌에 편중된 요즘 가요계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며,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90년대 가요계를 이끌던 음악인들 역시 '토토가'가 촉매제가 되어 90년대 가요가 갖는 힘이 환기됐다고 밝혔다. 아이돌 위주의 가요계, 소비 위주의 가요계에 대한 안타까움도 표했다.

신승훈, 김건모, 노이즈, 박미경, 클론, 홍경민, 채연 등 수많은 가수들을 발굴한 김창환 프로듀서는 "90년대 젊은이들은 'only' 가요위주의 삶을 살았다. 노래방, 워크맨 등 음악 미디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가요가 주는 즐거움이 그 어떤 즐거움보다 컸던 시대였다. 노래에 친구, 연인과의 추억이 녹아있었다"며 "2000년대 가요가 불법 다운로드 되기 시작하면서 쉽게 듣는 음악으로 전락했고, 노래 한 곡이 갖는 추억이 없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90년대 히트곡을 다수 배출했던 작곡가 주영훈은 "90년대 가요계는 다양성이 존재했다. H.O.T나 젝스키스 같은 요즘의 아이돌도 있었고, 서태지와 아이들, 클론, 엄정화도 있었고 태진아, 설운도도 있었다. 가요 대상을 김종환, 김수희가 타기도 했다. 반찬이 여러가지가 있던 시대였다"고 회상했다.

작곡가 입장에서도 다양한 곡을 만들고 히트하는 보람을 느꼈다. 주영훈은 "음악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시장이 많이 형성되어 있으니 곡을 다양하게 만들었다. 젝스키스, 핑클, 유승준과 작업했고 장혜진 노래를 쓰기도 했디. 음악을 즐겁게 즐겼던 시대였다"고 말했다.

2000년대 후반 음원차트가 생겨나며 가요계 풍경이 급속도로 변했다. '소장'이 아닌 '소비' 위주의 가요계가 된 것. 아이돌 시스템 위주가 되면서 기성 가수들의 설 무대는 사라졌다. 조용필과 이선희 등의 컴백과 성공이 이례적으로 느껴질 만큼 요즘 가요계는 철저히 아이돌 중심이다. 아이돌 시장이 K팝 한류를 이끌고,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여겨지며 너도 나도 아이돌 제작에 뛰어들었기 때문. 비슷한 장르의 음악도 넘쳐난다. 2015년 현재 가요계가 하향평준화 됐다는 비판적 시선도 존재한다.

김종서 '아름다운 구속', 김건모 '사랑이 떠나가네', 신승훈 '엄마야', 브라운아이즈 '벌써 일년' 등을 작업한 한경계 작사가도 요즘의 가요계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바쁜 리듬의 댄스곡이라 해도 내러티브가 있는 가사가 붙었던 1990년대 가요들과 비교해 기승전결도 문법도 사건도 없는 가사들이 곡을 꾸미는 것이 지금의 가요들이라는 생각이다.

한경혜 작사가는 "당시 가사엔 사랑과 인간, 시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가요들엔 고민이 없고 아이디어만 있는 것 같다. 휴머니즘 가득한 가사를 쓰고 부르는 이적 같은 가수가 새로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 가사를 쓰거나 스스로 해석해 부를 수 있는 가수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경혜 작사가는 또 "요즘엔 가수보단 댄서로 불려야 할 것 같은 가수들도 많다. 연기자 지망생들이 가요계를 발판삼아 그저 연예인이 되려는 것을 볼 때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음원 서비스 플랫폼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음악의 소비 현상을 부채질한 주요인이라는 것.

주영훈은 "지금의 음원차트는 인기를 반영 못한다. 음원차트 1위와 체감 인기는 다르지 않냐"며 "90년대는 명동 길거리든, 리어카든, 나이트클럽이든 전국에 울려퍼졌다. 인기를 피부로 느꼈다. 개인적으로 '음원 올킬'이라는 표현이 유치하다고 생각한다. 클릭만 하면 차트 1위에 올라가는 것은 가수의 인기도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주영훈은 "30, 40대 리스너들은 음원 사이트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음악을 들을 수가 없다. 김건모가 설령 '잘못된 만남2'를 발표한다고 해도, 엄정화가 신보를 낸다고 해도 음원 사이트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모른다. '토토가'가 대박났다고 하지만, 다음주 가장 큰 음원사이트에서는 순위에 없었다. 십대 놀이터 안에는 결국 못 들어왔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시장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플랫폼 변화가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려했던 90년대를 지나 이제는 방송인으로 지내고 있는 주영훈에 요즘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곡은 안 쓰나요'다. 이에 대한 주영훈의 대답이, 요즘의 가요계에 묵직한 숙제를 안긴다.

"'왜 요즘 작곡을 안 하냐'고 묻는데 누구한테 곡을 줘야 하나요. 지금은 반찬이 아이돌 하나만 있어요. 아이돌에게 곡을 주지 않으면 작곡을 할 수가 없죠. 시장이 없으니 음악 활동 계획도 없습니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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