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강남 1970' 정진영 "세상은 우릴 대충 살게 하지 않지"(인터뷰)


'국제시장' 이어 '강남 1970'으로 관객 만나

[권혜림기자] 20여 년 연기 생활을 이어 온 배우 정진영은 관객에게 신뢰감을 주는 배우로 활약해왔다. 지난 2014년 12월 개봉한 영화 '국제시장'이 1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한 데 이어 신작 '강남 1970' 역시 관객몰이 중이다. '국제시장'에서는 덕수(황정민 분)의 아버지로 분해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강남 1970'에선 넝마주이였던 종대(이민호 분)를 거두고 친아들처럼 아끼는 길수 역을 맡아 관객을 만나고 있다.

'강남 1970'(감독 유하/제작 모베라픽쳐스)은 1970년대 서울, 개발이 시작되던 강남땅을 둘러싼 두 남자 종대와 용기(김래원 분)의 욕망과 의리, 배신을 그린다. 극 중 정진영이 연기한 길수 역은 우연히 인연을 맺은 고아 종대를 집에 들이고 그를 보살피는 인물. 조직폭력배의 세계에서 우두머리로 이름을 날렸었지만 꽃 같은 딸 선혜(김설현 분), 친아들같은 종대와 함께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은 남자이기도 하다. 조직 생활을 청산하고 세탁소를 차린 길수는 잠시 평온한 일상을 누리는 듯 하지만 한번 몸을 담갔던 어두운 세계는 길수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정진영은 진한 개성을 지닌 유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해왔다고 했다. 그는 "유하 감독님의 영화는 아주 진해서 좋아했었다"며 "평소 액션 장르를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유 감독님의 영화는 액션 뿐 아니라 메시지가 명징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굵은 메시지를 던지는 스타일"이라며 "시인이시고 문학을 하신 분이라서인지 이야기의 서사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었다. 시나리오가 아주 좋았고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강남 1970'은 기본적으로 감독이 하려던 것을 다 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상상했던 것보다는 수위가 센 거지.(웃음)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로 생각하고 찍었으니 그럴만 했죠. 사실 감독 편집본은 그 수위가 더 셌어요. 잔혹한 세상의 폭력성을 표현하려 한 영화예요. 세상이 폭력적인데 우리는 많은 것을 덮고 살지 않나 싶어요. 하지만 이 세상엔 험한 일이 얼마나 많은가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 어색하지 않게, '강남 1970'의 선정성과 폭력성의 수위는 결코 가볍지 않다. 정진영 역시 "지인들이 보더니 '수위가 세지만 영화의 힘은 분명하다'고 하더라"며 "감독님이 '흥행을 생각했으면 좀 다르게 만들었을 테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번 영화를 통해 정진영은 첫 영화 주연에 나선 배우 이민호, 아이돌 가수이기도 한 AOA의 멤버 김설현과 가까이서 함께 연기했다. 까마득한 후배 배우들과 연기를 하면서도, 베테랑 배우 정진영은 이것 저것을 배우고 느낀다.

특히 그는 이민호를 향해 "첫 영화 주연작이니 의욕이 많았을 것"이라며 "열성적으로 참여했고 현장에서 스태프들, 다른 배우들과도 잘 지내더라. 이번 영화가 특별한 경험일텐데 이 기회로 영화계에 잘 자리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소 후배들과 연기할 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 편이에요. 자칫 부담을 느낄 수 있거든요. 나이가 어린 후배들이라 해도 기본적으로 동료라 생각하니까요. 동료가 가장 편한 상태에서 연기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도리죠. 상대가 위축되면 연기가 절대 안나오거든요. 아무리 선의로 이야기한다 해도요. 연기에 방법론이, 기술이 있겠지만 그것이 구현되는 매커니즘이 다 달라요. 내면이 다른데, 감정이 나오는 구조가 다른데 그걸 어찌하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에요."

"TV 드라마든, 영화든, 연기를 잘 한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을 보며 '저걸 어떻게 저렇게 잘 하나' 하며 감탄하곤 한다"는 정진영은 "후배들을 보면서도 많은 것을 느낀다"며 "멋진 연기를 보는 것 자체가 배우에겐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고 알렸다. 그런 자극은 여전히 현장을 누비고 있는 정진영에게 에너지로 되돌아온다.

"(영화든 드라마든) 현장이라는 곳은 밀도가 굉장히 높은 공간이에요. 노는 사람이 없거든. 얼마나 경제적으로, 효율적으로 구성했겠어요. 수많은 사람이 하나의 장면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주 아름답죠. 현장에 있다는 것은 좋은 일, 멋진 일이에요. 배우라는 일은 참 고마운, 아주 축복된 직업이죠."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으며, 정진영은 할 수 있는 배역에 한계가 생긴다는 좌절이 아닌 이제껏 하지 못했던 배역을 새로이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작년 말로 만 50세가 됐다"는 그는 "나이를 먹은 배우는 젊을 때의 배우와 다른 존재다. 그 이전에 뭘 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를 중심으로 살기에, 인생은 굉장히 동적이죠. 배우로서 이력 또한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스타트, 리빌딩이 필요하죠. 저는 이제 젊은 배우들이 하는 배역을 절대 할 수 없고, 제가 안 해봤던 역을 하는 거예요."

오랜 시간 연기라는 한 우물을 파며, 그 역시 매너리즘을 경계한다. "늘 새롭고 낯설어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정진영은 "매너리즘을 늘 경계하고 있다"며 "연기를 익숙한 것으로 받아들여선 안 될 것 같다"고 알렸다.

"할 줄 아는 것만, 그 안에서만 하려고 한다면 그건 쉬운 길을 택하는 셈이에요. 사실 나이를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보이거든요. 인생이 그래요. 자꾸 쉬운 길로 가려 하면 안되죠. 배우로서 스스로를 다그쳐야 해요. 결국 배우라는 사람들은 현장에서 연기할 때 엄격해야만 하는 이들이죠. 저 뿐 아니라 많은 배우들이 그럴 것이라 생각해요. 우리 모두 대충 살지 않잖아요. 대충 살도록 세상이 우릴 놔두지 않죠."

'국제시장'과 '강남 1970'에 이어, 정진영은 영화 '시간이탈자'와 '판도라' 등으로 쉼 없이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강남 1970'은 지난 21일 개봉해 145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중이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2024 트레킹






alert

댓글 쓰기 제목 '강남 1970' 정진영 "세상은 우릴 대충 살게 하지 않지"(인터뷰)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