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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호에게…'엿' 대신 '꽃'을 던져주세요


아시안컵 준우승 한국 축구 대표팀, 1일 귀국길

[최용재기자] "이번에는 엿을 맞지 않겠지요?"

한국 축구 대표팀이 4강전에서 이라크를 꺾고 2015 호주 아시안컵 결승에 진출한 후 한 대표선수가 내뱉은 말입니다. 이 말 속에는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부담감, 압박감, 그리고 두려움도 들어 있었습니다.

약 7개월 전 겪은 상처와 아픔이 워낙 컸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2014년 6월30일 한국 축구 역사상 이례적인, 또 굴욕적인 일이 발생했습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참패하고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한국 대표팀을 향해 엿이 날아온 것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은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2패, 승점 1점으로 H조 꼴찌에 그치며 16강 진출이 좌절됐고 국민들의 실망감과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습니다. 이런 분노를 공항 입국장에서 귀국한 대표팀에게 표현을 한 것이지요. 한 포털사이트 카페 회원 10여 명이 "엿 먹어라! 한국 축구를 엿 먹였으니 그들도 엿을 먹어라!"고 외치며 대표팀에게 엿을 던졌습니다.

초유의 일을 겪은 대표팀 선수들은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큰 상처도 받았습니다. 상처가 컸기에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났지만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는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대표팀은 또 하나의 메이저대회인 아시안컵에 나섰습니다.

얼마나 큰 부담감을 안고 있었을까요. 엿을 맞았던 후 처음으로 나서는 메이저대회입니다. 시간도 짧았습니다. 이번에도 실망감을 안긴다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었을 겁니다. 국민들과 팬들이 대표팀에 완전히 등을 돌릴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었을 겁니다. 다시 엿을 맞게 되는 끔찍한 상황도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두려움과 부담감을 극복하기 위해, 그들은 모든 것을 걸고 뛰었습니다. 모두가 우승은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전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8강전에서 중국과의 대결을 피해야 한다는 자존심이 상하는 말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한국 축구의 비상을 위해, 엿을 던진 국민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투혼과 투지를 그라운드에 쏟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해냈습니다. 태극전사들은 아시안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결승에 진출하는 27년 만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한국 축구 역사에서 지난 27년 동안 해내지 못했던 일을 한국 축구 역사에서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후의 대표팀이 해냈습니다. 55년 만의 우승이라는 숙원을 풀지는 못했지만, 27년 만의 결승진출 영광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새로운 감독이 부임한 후 대회 준비 기간이 짧았습니다. 4개월 남짓으로 팀을 정상화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주축 선수인 이청용, 구자철이 부상으로 대회 도중 떠났습니다. 감기 환자도 생겼습니다. 역대 최약의 공격진이라 했고, 골 결정력에 답답해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태극전사들과 슈틸리케 감독은 해냈습니다.

너무나 힘든 상황에서 무거운 심적 부담감을 안고 이뤄낸 일입니다. 그래서 더욱 값진 준우승입니다.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국민들과 팬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전 국민이 하나 돼 응원하고 지지하는 대표팀으로 변모했습니다. 국민들에게 다시 감동을 전했습니다.

한국 축구의 자긍심을 돌려줬고, 한국 축구의 힘을 다시 가져왔습니다. 한국 축구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한국 축구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 가질 수 있게, 미래와 희망을 안겨줬습니다. 이런 그들이 자랑스럽고, 그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들은 박수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들은 분명 한국 축구의 영웅입니다.

이 영웅들이 이제 한국으로 귀국합니다. 1일 오후 5시40분에 인천공항으로 도착할 예정입니다. 인천공항에서 환영식도 열릴 것입니다. 이제는 국민들과 팬들이 화답할 차례입니다. 7개월 전의 악몽에서 태극전사들을 꺼내줘야 합니다. 엿으로 인해 받았던 상처와 아픔을 완벽히 치유해줘야 합니다. 7개월 전 기억이 떠오르지 않도록 국민들이 다시 국가대표팀을 진심으로 지지한다는 증표를 보여줘야 합니다.

이번에는 대표팀에게 엿 대신 '꽃'을 던져주는 건 어떨까요. 그들의 헌신과 노력에 감사하고, 그들이 전한 환희와 감동에 보답하는 아름답고 향기가 진한 꽃이라면 대표팀도 기뻐하지 않을까요.

이번 호주 아시안컵에서 한국 축구팬들이 전한 가장 감동적인 응원구호는 '호주는 시드니, 한국은 꽃피리'였습니다. 호주가 시드는 것은 팬들의 바람과 조금 어긋났지만, 한국 축구가 활짝 꽃피는 것은 팬들의 바람대로 됐습니다. 한국 축구를 다시 꽃피게 한 태극전사들에게, 꽃은 그래서 너무나 잘 어울리는 선물입니다.

조이뉴스24 시드니(호주)=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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