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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딜' 예고하며 엔씨소프트 경영권 방어 나서는 이유


'개발 DNA 지키자' 3월 주총 앞두고 은밀한 해법찾기 골몰

[문영수기자] 마치 기름에 물을 부은 듯 했다. 지난 달 27일 넥슨재팬(대표 오웬 마호니, 이하 넥슨)이 경영참여 선언을 한 후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가 보인 반응이 바로 그랬다.

넥슨은 최대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지만 엔씨소프트는 '우군이 적군으로 돌변했다'며 연신 억울함을 표출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경영 간섭은 절대 불가하다'는 노선을 고수하며 심지어 넥슨이 보유한 지분을 되사는 방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자칫 엄청난 비용 손실을 유발할 수 있어 섣불리 추진할 방안은 아니라는 게 함정이다.

물론 주식 매입 이외에도 엔씨소프트의 해법찾기는 다양하고도 은밀하게 진행중이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지만 숱한 위험과 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엔씨소프트는 경영권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

◆ 규모 커진 '빅 딜' 성사될 가능성은?

넥슨의 경영 참여 선언을 두고 엔씨소프트가 강하게 분노하는 이유는 '경영권 프리미엄'도 없이 시가에 팔았던 주식이 협력자 관계를 다짐한 공도 없이 불과 2년 6개월여만에 족쇄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우정도 기업의 이익 앞에서는 금이 가는 모양새다. 협력을 다짐하던 동지는 경영권을 앞에 두고 피도 눈물도 없는 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이 누구에게도 좋을 수는 없는 법. 길어지면 득보다 손실만 커질 뿐이라는 걸 두 회사 모두 잘 알고 있다. 넥슨이 보유한 주식을 엔씨소프트가 다시 사들이는 방식으로 관계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결별 시나리오'도 결국 이같은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문제는 엔씨소프트가 주식을 되사오는 과정이 만만치만은 않다는 것. 넥슨의 협조 없이는 원활한 주식 매입이 어렵고 엔씨소프트가 투입해야 할 비용 부담과 손실 역시 크다.

2012년 6월 넥슨재팬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지분 14.7%를 매입한 가격은 8천45억 원(주당 25만 원)으로 이중 약 1천800억 원의 세금을 뗀 6천200여억 원 가량이 엔씨소프트에 지급됐다.

지난 1월 30일 종가(20만2천 원) 기준으로 계산해도 엔씨소프트가 넥슨재팬으로부터 지분 14.7%를 다시 사오려면 당장 6천500억 원에 이르는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이는 지난 2012년처럼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시가에 주식을 매입할 경우에만 적용되는 계산이다.

하지만 넥슨이 매입가보다 저렴하게 주식을 매각할 리는 없다. 더욱이 엔화로 거래하면 지불 금액은 더 커진다. 경영권 분쟁의 해결 카드이자 감정 싸움의 끝에서 이뤄지는 거래라면 공개된 금액보다 더 많은 프리미엄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지사. 이면의 빅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현재 엔씨소프트가 보유한 유동 자산은 9천억 원 규모(지난 해 3분기 기준)로 이중 현금 및 현금성 자산만 8천200억 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넥슨과 주주들의 동의를 얻는다는 전제하에 김택진 대표가 사재를 더한다면 의미 있는 분량의 주식은 확보 가능할 수도 있다.

◆ 엔씨소프트가 경영권 수성에 집중하는 이유

눈덩이처럼 커진 '빅 딜'을 예고하면서까지 엔씨소프트가 경영권 수성에 집중하는 이유는 창업 이후 지금까지 유지해 온 '개발하는 회사'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의지에 있다.

엔씨소프트는 1998년에 선보인 '리니지'를 시작으로 '리니지2'(2003), '아이온'(2008), '블레이드앤소울'(2012)에 이르기까지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4종을 연이어 성공시킨 유일무이한 게임 개발회사다. 지난 2014년 국제 게임전시회 지스타2014에서 공개한 엔씨소프트의 신작 '프로젝트 혼'과 '리니지 이터널'도 글로벌 흥행을 예고하며 게임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와 달리 넥슨은 인수합병(M&A)으로 성장을 거듭해 온 회사로 개발 DNA가 강한 엔씨소프트와는 정서와 지향점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두 회사는 지난 2012년 '마비노기2'의 협업을 시도한 결과 상반된 관점과 개발 철학으로 서로의 이질감만을 확인한 전례가 있다.

엔씨소프트는 이같은 이질감을 안은 채 넥슨의 경영 참여가 현실화되면 개발자들의 이탈이 '불보듯 훤하다'며 '총체적 위기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자존심 강한 엔씨소프트의 개발자들이 넥슨의 개발 스튜디오 중 한 곳으로 전락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넥슨 역시 'M&A의 귀재'라는 명성에 걸맞게 숱한 인수합병에도 큰 잡음을 발생시키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엔씨소프트의 거센 반발에도 넥슨이 관망 자세를 유지하는 여유일 수도 있다.

오는 3월로 예정된 엔씨소프트 주주총회를 앞두고 갈등이 봉합될 지 치열한 의결권 다툼이 벌어질 지는 아직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 회사간의 충돌 역시 자존심까지 걸린 사안이라 답을 찾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두 회사의 경영권 분쟁은 그러나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수성과 넥슨의 경영 참여 중 한 가지로 결론나게 돼 있다. 지혜와 행운의 여신이 누구의 편에 설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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