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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혜정]팀쿡의 마법? 우리는 왜 애플에 열광하는가


석 달 동안 19조 원 벌어들인 밀당의 고수

[민혜정기자] "놀라운 실적에 대해 애플 고객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4분기(애플 회계연도 1분기) 실적 설명 자료에 이 같은 소감을 남겨놨다.

팀 쿡 CEO의 말은 시상식에서 열성적인 팬들, 즉 팬덤을 거느린 가수의 '이 영광을 팬들에게 돌리겠다'는 수상소감처럼 들렸다. 실적이 좋으면 '자화자찬', 나쁘면 '시장환경' 설명이 가득한 다른 업체들의 실적 자료와 달라 이채로웠다.

애플은 다른 제조사가 갖지 못한 공고한 팬덤을 갖고 있다. '애플 팬보이', '앱등이' 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그들은 스마트폰이건 태블릿이건 애플이 신제품이 출시할 때마다 지갑을 연다.

팀 쿡 CEO의 소감을 보니 애플 열혈팬들을 밀고 당기는 기술이 전임 스티브 잡스에 못지 않다. 아니 실적만 보면 그를 넘어선 모습이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석 달에 19조원(순이익)을 벌었다. 역대 상장사 분기 순익 기록을 경신했다고 한다. 순익률이 20%가 넘는다. 같은 기간 분기 아이폰 판매량(7천450만대)도 신기록을 세우며 3년만에 세계 스마트폰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삼성과 공동 1위지만 그동안 '갤럭시 독주' 체제였던 걸 감안하면 사실상 애플의 승리다. 삼성과 같이 아이폰 화면을 키웠을 뿐인데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가 또다른 팬덤을 몰고온 모습이다.

사실 애플은 극단적인 프리미엄 정책을 추구해 공고한 팬덤을 만들었다. 처음엔 고급스런 디자인과 아이폰에 최적화된 iOS 운영체제, 유치원생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직관적인 사용자환경(UI)으로 이용자들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2007년 아이폰으로 몰고온 애플의 스마트폰 혁명은 이후 혁신과 시장 선점 효과가 떨어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등장하며 다소 시들해 졌다. 애플은 삼성에 1위를 내준 이후 줄곧 2위 자리만 지켰다. 그럼에도 팬덤은 애플 곁을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애플은 이런 열혈 팬들의 요구를 쉽게 받아주지 않았다. 아이폰 시리즈는 출시될때마다 사양면에서는 경쟁사보다 큰 변화가 없었다. 신제품도 1년에 2종 정도다. 최대 라이벌 삼성전자가 소비자들의 니즈에 즉각 대응해 가격대, 화면크기, 디자인별로 제품을 출시하는 것과 다르다.

하지만 애플의 그같은 전략은 아이러니 하게 신제품에 대한 고객 열망을 키웠고, 뒤늦게 화면을 키운 아이폰6플러스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으로 이어진 형국이 됐다. 여기에 대화면을 쓰던 안드로이드 이용자들까지 끌어모아 판매량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흥미로운 팬덤 효과다.

영국 BBC방송은 이같은 애플 열혈팬들을 종교적 관점에서 분석하기도 했다. BBC는 지난 2011년 '슈퍼브랜드의 비밀'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이 방송은 신경학자들이 애플 고객들을 상대로 자기공명영상(MRI) 검진을 한 결과, 애플 기기들을 보여줬을 때 뇌의 특정 부위가 밝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BBC는 이는 신도들에게 신과 관련된 이미지를 보여줬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비싸고, 고객을 기다리게 하고, 불편하게 만들면서도 극단적이기까지 한 팬덤 현상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애플 휴대폰의 평균판매가격(ASP)은 600달러로 1위 삼성전자보다 3배 가량 높다. 여기에 아이폰 등 애플기기에만 최적화된 OS로 이용자들을 애플 생태계에 가둔다. 아이폰을 구매하면 다른 OS 기기와 호환이 어렵고, 음악이나 영상 파일 다운로드가 쉽지 않아 맥과 아이패드를 구매할 수 밖에 없다. 지난 4분기 아이패드만 제외하고 아이폰, 맥, 앱스토어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동반 상승했다.

안드로이드 진영이 제조자 간 가격전쟁을 벌이고 있을 때 애플이 뒷짐지고 관망할 수 있는건 iOS라는 소프트웨어(SW) 경쟁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이같은 폐쇄적 전략도 한 몫했다.

애플 주머니는 날로 두둑해 지고 있지만 산업 주변은 날로 움츠러들고 있다. 애플은 휴대폰을 만들지만 생산 공장이 없다. 외주 생산업체에 이를 모두 맡겨 공장 운영비가 들지 않는다. 이도 수익성은 높은 이유중 하나다.

애플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고, 외주 생산업체 단가 후려치기를 하고 있다는 잡음이 심심찮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애플이 미국내에서 고용창출 등 압박을 받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같은 애플의 성공전략을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들이 그대로 벤치마킹하고 있다. 공장을 지닌 제조업계 전반, 스마트폰 산업 생태계 전반에는 또다른 위기 요인이 될 수 있다.

한 제조업계 관계자는 "애플이요? 거기는 논외로 하죠. 순익률이 20%가 넘는 업체가 제조사일 수 있나요"라고 말한다.

50년이나 100년후에도 애플의 지금과 같은 전략이 이 유효할지, 어떤 평가를 받는 기업이 될지 궁금하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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