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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 in(人) 호주]'아름다운 패자' 이라크에 박수를


이라크, 한국에 패배하며 아시안컵 결승행 좌절

[최용재기자] 이라크 축구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솔직히 이라크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침대축구'였다. 그리고 거친 플레이와 상대팀에 대한 존중 따위는 볼 수 없었던 것이 떠올랐다. 하지만 2015년 호주 아시안컵에서 지켜본 이라크는 달랐다.

실력도 있었고 예의도 있었고 상대에 대한 존중도 있었다. 그리고 침대축구는 없었다. 불안한 국내 정세로 인해 열악한 환경과 지원 속에서 아시안컵에 출전한 이라크 대표팀이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과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하려는 이라크 선수들의 노력과 땀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

이라크는 D조 예선 2위로 8강에 올랐다. 요르단에 1-0으로 승리했고, 우승후보 일본에 0-1로 졌다. 패배하기는 했지만 이라크는 우승후보라 평가받는 일본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일본은 이라크에 고전하다 가까스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라크는 팔레스타인에 2-0으로 승리하며 8강에 진출했다.

사실상 많은 이들이 이라크는 8강에서 멈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라크의 신선한 돌풍이 8강에서 끝날 것이라 예상했다. 8강전 상대가 강호, 아시아 랭킹 1위 이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이라크는 이란과 연장까지 명승부를 벌인 끝에 3-3 무승부를 거둔 후 승부차기에서 승리, 4강에 진출했다. 이변이었고 기적이었다. 이란을 넘고 이라크가 아시안컵 4강에 오른 것은 이라크 입장에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은 것이다.

이라크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어린 팀이다. 대표팀 평균 나이가 23세가 안 된다. 즉 현재가 아닌 미래를 위한 팀이라는 의미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결실을 맺고 결과를 내는 게 목표가 아닌, 다음을 위해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는 팀이었다. 이런 팀이 4강까지 올랐다. 기적이자 이변이라 할 수 있는 이유다.

그런 이라크도 한국의 벽은 넘어서지 못했다. 26일 한국과 4강전에서 0-2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해 3-4위전으로 밀려났다. 라디 셰나이실 이라크 대표팀 감독이 패배했으면서도 절망하지 않은 이유, 희망을 봤기 때문이었다. 셰나이실 감독은 한국전 후 "어린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선수들이 성장하면 이라크 축구에 더 밝은 미래를 가져올 것"이라며 희망을 제시했다.

이라크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예상보다 더 많은 팬들이 이날 경기장을 찾았고, 진심을 다해 이라크를 응원했다. 이라크 축구 대표팀은 축구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축구를 넘어 국가의 희망과도 같은 대표팀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렇게 열정적으로 이라크 대표팀을 응원했다.

이라크는 4강에 올라올 수 있었던 가치를 지닌 팀이었다. 한국의 4강 상대로 모자람이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 한국 축구에 더욱 무서운 적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엿보였다. 이라크 대표팀과 이라크 팬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들은 '아름다운 패자'였다.

조이뉴스24 시드니(호주)=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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