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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식품 속 벌레' 논란…왜?


업계 "100% 방충 힘들어, 포장지 개발 시급" vs 식약처 "청결이 우선"

[장유미기자] 식품 제조업체들이 '화랑곡나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번번이 소비자들이 구매한 제품에서 화랑곡나방의 유충들이 발견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잊을만하면 터지는 화랑곡나방 유충 사고 영향으로 신뢰 회복과 제품 안전성에 대한 인식개선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해 식중독균이 검출된 유기농 웨하스로 질타를 받았던 크라운제과가 이번엔 초콜릿 제품 '미니쉘'에 살아있는 화랑곡나방 애벌레들이 발견되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원인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식품 이물발생 신고건수는 6천435건으로 이 중 벌레(2천276건, 35.4%)를 발견했다는 사례가 가장 많았다. 또 벌레가 혼입된 경로로는 소비·유통 단계(311건, 13.7%)가 제조단계(104건, 4.6%) 보다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벌레 이물 발생 건수는 총 7천765건으로, 면류(1천928건), 커피(1천120건), 과자류(630건), 시리얼류(620건)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화랑곡나방 유충은 종이나 얇은 판지, 비닐, 알루미늄 호일을 갉아 뚫을 수 있고 포장이 접힌 부분도 기어들어갈 수 있어 식품업체들 사이에서는 말 그대로 골칫거리다.

또 식약처가 지난 2008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식품으로 침투하는 해충 중에서도 파리(17%), 바퀴벌레(8%) 보다 화랑곡나방 유충(67%) 사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콜릿 제품에 대한 화랑곡나방 침투는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다.

실제로 초콜릿 속 화랑곡나방 유충 발견 사례는 이번 크라운제과의 '미니쉘'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4월에는 롯데제과 '에어셀'에서, 같은 해 9월에는 '가나 초콜릿'에서 발견됐다. 또 오리온의 '초코다이제', 롯데제과 '빼빼로', 유명 수입산 초콜릿 등에서도 유충이 발견됐다.

지난 2010년에는 초콜릿 외에 농심 '새우깡'과 '육개장 사발면' 등에서도 화랑곡나방 애벌레가 나와 문제가 됐다.

이처럼 해마다 제품에서 벌레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지만 벌레가 발견되는 문제는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업체들도 이에 대한 문제를 이미 수년 전부터 인지하고 해충을 방지하는 포장지를 연구·개발 중이지만 롯데제과 외에는 아직까지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식품 업체들도 벌레를 방지할 수 있는 포장재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완벽한 답을 찾은 곳은 없다"며 "현재 제품 가격 중 포장지가 차지하는 비용이 10~20% 정도로, 벌레가 뚫을 수 없게 아주 두꺼운 알루미늄 호일을 사용하면 업체들이 제조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제과는 지난 2007년 초부터 3년간 고려대와 산학협력을 통한 방충 포장재 개발 연구를 진행, '벌레가 기피하는 향 물질'을 개발해 지난 2010년 일부 초콜릿 제품 포장재에 도입했다. 또 내부 실험 결과 벌레 퇴치에 약 60%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대부분 벌레를 방지하기 위해 알루미늄 포장재를 두껍게 만들려 하지만 비용 부담도 크고, 제품 형태가 구겨질 확률이 높아져 벌레가 들어갈 틈이 더 많아지게 된다"며 "우리는 포장재 두께가 아닌 벌레가 기피하는 향을 개발, 점차 적용 제품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까지 현실적으로 벌레를 100% 방지하기는 어렵다"면서 "산학협력이 끝난 후에도 관련 연구원들을 채용해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포장재 개선에 관한 대책을 마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들의 위생 관리가 선행되면 이 같은 문제들의 80~90%는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 2008년에 이와 관련된 기본적인 연구들을 토대로 식품용 포장재로의 해충 유입 차단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다"며 "제품을 취급하는 환경 청결이 우선돼야 하며, 포장재 개발은 부차적인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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