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잘 버틴 2014' 게임산업 주요 일지


[2014 결산] 보릿고개 같은 위기 넘어 도약 다짐

[문영수기자] 2014년은 국내 게임산업에게 보릿고개와도 같은 힘겨운 시기였다. 매년 '올해가 가장 힘들었다'는 평가가 이어지지만 올해는 특히 강도가 심했다. 연이은 겹규제와 실적 타격의 여파가 극명하게 드러난 한 해였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모바일게임 시장 경쟁은 특정 게임사로 매출이 쏠리는 양극화 현상까지 야기시켰다.

2014년은 희망이 엿보인 한 해이기도 했다. 게임사들은 새로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합종연횡에 나섰고 차세대 주연 자리를 예약한 신예들이 속속 등장했다. 풍전등화의 국내 게임산업을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된다는 정책 기조하에 게임사들이 바라마지 않던 정부의 게임 진흥책이 드디어 발표되기도 했다. 2014년 국내 게임산업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규제와 규제, 또 규제

2014년 국내 게임산업은 연이은 게임 규제에 대한 우려를 안고 출발했다. 게임을 알코올·도박·마약과 함께 치유해야 할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하는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새누리 신의진 의원 대표 발의)과 게임물 중독 치유 명목으로 게임사 매출 1%를 수금하는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새누리 손인춘 의원 대표 발의) 등이 2013년초 발의된 게임 규제법들이 2014년부터 관련 공청회가 열리는 등 입법화 행보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게임을 중독 물질로 규정하는 게임 중독법 등은 국내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덧입히고 나아가 게임산업 종사자들의 원동력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마약 제조상"이라는 자조섞인 표현들이 페이스북 등 SNS 상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때다.

규제 파급력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도 있다. 지난 2월 말 웹보드게임 규제 시행 이후 NHN엔터테인먼트·네오위즈게임즈와 같은 웹보드게임 서비스사들의 매출이 즉각 반토막이 날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웹보드게임 규제로 생존권을 위협받은 게임사들은 행정소송,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는 등 정부 방침에 반발하기에 이르렀다.

2011년 시행된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대표적 게임 규제,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해 지난 4월 헌법재판소가 '합헌' 판결을 내리면서 국내 게임업계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청소년의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게 당시 헌법재판소가 합헌 판결을 내린 배경이었다.

◆살기위한 몸부림…게임사 합종연횡

2014년은 국내 게임사들의 합종연횡이 본격화된 시기이기도 했다. 급변하는 국내외 게임 시장 정세는 국내 게임사들의 체질 개선을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인 게임사들의 전략적 변신이 잇따랐다.

'크로스파이어'로 유명한 스마일게이트가 첫 포문을 열었다. 올해 3월 '애니팡' 개발사 선데이토즈 지분 약 20%를 1천200억 원에 인수한 스마일게이트는 약점으로 지목되던 캐주얼게임 라인업과 모바일게임 이용자 확보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크로스파이어 매출에만 의존하던 스마일게이트가 종합 게임사로 나아가기 위한 첫 발을 내딛은 것이다.

공격적 투자 진행의 발목을 붙들던 증손자법 해소에 집중하던 CJ E&M 넷마블은 올해 3월 중국 텐센트로부터 5천300억 원 규모의 외자를 유치해 화제를 모았다. 이를 바탕으로 회사 측은 게임 퍼블리싱 사업을 담당하는 넷마블을 분리, 개발지주사 CJ 게임즈와 합병 과정을 거쳐 8월 1일 신생 법인 넷마블게임즈를 출범시킨다. 자유로운 개발사 투자와 최대 모바일게임 시장 공략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 텐센트와 맞손을 잡기 위한 전략적 선택을 내린 것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게임사업이 분할된 것도 이슈였다. 지난 8월 1일 출범한 다음게임 역시 '플래닛사이드2', '검은사막'을 속속 출시하면서 또 하나의 유망 게임 퍼블리셔의 등장을 알렸다.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은 올해 10월 엔씨소프트 지분률을 소폭(0.4%) 늘리며 기업결합 승인 심사 대상인 지분율 15%를 넘겼다.

◆민간 등급분류 시대 개막

오랜 진통 속에 민간 게임물 등급 분류 시대도 지난 5월 개막했다. 2012년부터 수 차례의 민간등급분류기관 지정 심사를 거쳐 게임문화재단이 민간 심의 수탁기구로 최종 선정되면서 올해 5월 부산에 게임문화재단 산하 기관인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가 첫 출범한 것이다.

출범 이후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는 청소년 이용가(전체이용가, 12세 이용가, 15세 이용가) 게임물에 대한 등급심의를 맡아오고 있다.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과 게임물 사후관리의 경우 게임물등급위원회를 전신으로 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전담하고 있다. 게임물 사전 심의 기능이 부분적으로 민간으로 이전된 것이다.

게임물 민간 심의는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물 사전 등급심의 제도를 추가적으로 개선하겠다고 12월 발표했다. 게임사가 자율적으로 자사 게임에 대한 심의 권한을 부여한 오픈마켓 상의 모바일게임 심의 체계를 온라인게임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게임업계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내년 상반기 중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 게임 라이벌 밴드게임 출범, 그러나...

지난 5월 출범한 모바일게임 플랫폼 '밴드게임'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는 이슈다.

네이버 자회사 캠프모바일이 론칭한 밴드게임은 폐쇄형 SNS 밴드에 모바일게임을 탑재한 플랫폼으로, 론칭 2년여 만에 국내 최대 모바일게임 플랫폼으로 성장한 '카카오 게임하기'의 아성을 위협할 막강한 경쟁자로 부각됐다.

3천만 명에 이르는 방대한 국내 가입자를 바탕으로 한 밴드의 파급력과 카카오 게임하기보다 10% 저렴한 입점 수수료는 밴드게임의 향후 성과에 관심을 두기 충분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밴드게임의 초반 성적표는 그리 신통치 않았다. 매출 상위권에 대거 포진한 카카오 게임들과 달리 매출 상위권에 진출한 밴드게임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 대중적인 인기를 확보한 카카오톡과 달리 밴드는 일부 교집합을 갖춘 이용자층 위주로 활용되는데다 주 이용자층의 연령대가 다소 높아 게임 이용자층으로 끌어들이기엔 애시당초 무리가 있었다는 후속 평가가 이어지기도 했다.

더욱이 밴드게임을 통해 출시돼 인기를 얻은 몇 안되는 모바일게임들마저 속속 카카오 게임하기로 노선을 수정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밴드게임의 입지 역시 대폭 축소되고 말았다.

밴드게임의 흥행 실패는 모바일게임 플랫폼 사업을 염두에 두던 국내 게임사들의 계획을 전면 백지화시킬만큼 파급력이 컸다. 넥슨은 모바일게임 플랫폼을 염두에 두고 론칭한 '넥슨플레이'를 최근 자사 이용자들에게 부가 기능을 제공하는 편의 앱으로 노선을 수정했고, 지난 5월 모바일게임 플랫폼을 공개하려 했던 NHN엔터테인먼트는 해당 계획을 전면 수정, 앱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토스트 클라우드'를 선보이는 우회를 택했다.

이는 다시말해 카카오 게임하기가 우후죽순 등장했던 도전자들을 물리치고 국내 모바일게임 플랫폼 시장을 시실상 통일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손인춘법 공동발의한 서병수 부산 시장 당선

올해 6월 국내 게임인들의 SNS가 뜨겁게 들끓기 시작했다. 6.4 지방선거 개표 결과 반(反) 게임 인사로 알려진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가 무소속 오거돈 후보를 꺾고 부산 시장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서 후보는 의원 시절, 게임 중독 치유 명목으로 국내 게임사 매출 1%를 징수하는 이른바 '손인춘법'을 공동발의해 물의를 빚었다. 대표적 게임악법으로 손꼽히는 손인춘법에 동조한 의원 출신 인사가 국제 게임전시회 지스타를 유치하며 지난 6년간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누려온 부산시장에 당선된 사실에 적잖은 숫자의 게임인들이 분노를 금치 않았던 것이다. 급기야 부산서 열릴 지스타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여론이 재점화될 조짐이 보일 정도였다.

이같은 반응을 우려한 서병수 시장은 당선 직후인 6월 중순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밀집해 있는 성남 판교를 방문, 게임사 달래기에 나서며 지스타 참가를 독려했다. 그럼에도 좀처럼 서 시장을 향한 국내 게임산업의 따가로운 시선이 줄어들지 않자 지스타 기간인 지난 11월 '게임산업 발전에 저해되는 모든 규제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한다. 아울러 부산 게임산업 활성화를 위해 1천억 원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서 시장의 행보는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불러오는 지스타 영구 유치를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부정적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한편 남경필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장 역시 6.4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당선돼 추후 게임산업과의 인연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다.

◆현실화된 외산 모바일게임의 안방 공습

2014년은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외산 게임의 공습이 몰아친 한 해였다. '리그오브레전드'에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 안방을 내준데 이어 모바일게임 마저 같은 상황에 놓이는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조성된 것이다.

이같은 우려는 올해 10월 현실이 됐다. 핀란드 게임사 슈퍼셀의 '클래시오브클랜'이 10월 초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1위를 기록하면서다. 클래시오브클랜은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 시장에서 매출 수위권에 올랐던 글로벌 히트작으로 자신의 기지를 조성하고 상대 기지를 공격하는 전략 장르의 게임이다. 지난 6월부터 줄잡아 200억 원의 비용을 들인 대대적인 마케팅이 시작되면서 게임의 인기가 치솟더니 급기야 정상까지 탈환해 버렸다. 2014년이 저물어가는 지금까지도 클래시오브클랜은 정상의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여기에 중국 1위 모바일게임으로 알려진 룽투게임즈의 '도탑전기', '퍼즐앤드래곤'을 밀어내고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 정상에 오른 '몬스터스트라이크' 등 기라성 같은 해외 게임들이 연이어 한국 시장에 상륙하면서 국산 모바일게임이 설 자리가 더이상 없어지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됐다. 특히 도탑전기의 경우 국내 매출 순위 10위 권 진입까지 넘보는 등 흥행 가시권에 진입해 우려를 더하고 있다.

국내 게임산업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중국에 모바일게임의 경쟁력을 추월당한지 오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다가오는 2015년에도 국내 게임산업은 이같은 우려를 떨쳐내는 것이 급선무가 될 전망이다.

◆'카카오 키즈' 코스닥 줄 상장

2000년대 중반 중견 온라인게임사들이 속속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듯 2014년에는 신생 모바일게임사들이 상장의 관문을 넘었다.

2012년 말부터 실적을 낸 신생 게임사 선데이토즈의 2013년 말 코스닥 상장을 시작으로 데브시스터즈, 파티게임즈가 순차적으로 증권시장에 입성하며 모바일게임 시대의 새로운 주연 자리를 낙점했다.

선데이토즈는 국민게임 '애니팡'으로 유명한 게임사로 후속작 '애니팡2'를 올해 초 히트시키며 탄탄한 입지를 다지는데 성공했다. 데브시스터즈 역시 러닝게임 '쿠키런'의 국내외 흥행에 힘입어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게임사 중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게임사라는 수식어를 갖게 됐다. '아이러브커피'로 이름을 알린 파티게임즈의 경우 앞서 두 회사와 달리 모바일 퍼블리셔로 변신하며 매출 기반을 다각화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다가오는 2015년에도 코스닥 상장 러시가 이어질 전망이다. '블레이드', '영웅'을 잇따라 흥행시키며 일약 스타 퍼블리셔로 발돋움한 네시삼십삼분과 블레이드 개발사 액션스퀘어를 비롯해 '몬스터 길들이기'와 '모두의마블'을 만든 넷마블몬스터, 넷마블엔투 등 넷마블게임즈 계열사도 내년 상장을 노리는 게임사들이다.

◆한국 게임 저력 확인한 지스타2014

총체적 위기론 속에 11월 부산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2014는 한국 게임의 개발력과 뒷심을 확인한 무대였다.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Game is not over)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갖은 압박 속에서도 게임산업 발전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스타2014는 신작 게임들과 새로운 기술의 각축전이 벌어진 무대였다. 넥슨·엔씨소프트·스마일게이트·엑스엘게임즈 등 국내를 대표하는 내로라하는 게임사들이 B2C관에 부스를 내고 신작 게임들을 선보였으며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신형 콘솔 플레이스테이션4 전용 게임을 공개했다. 가상현실 경험을 제공하는 '오큘러스리프트' 시연도 이뤄졌다.

특히 자사 기술력을 유감없이 드러내겠다고 앞서 공언한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이터널'과 '프로젝트혼'을 출품,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클라우드 기술을 접목한 리니지이터널 유·무선 연동 버전을 체험한 게이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게임산업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를 위해 개최된 게임기업 채용박람회에는 20개 사가 참여, 1천496명의 구직자가 몰려 게임기업에 대한 젊은 층의 뜨거운 취업 열기를 전달하기도 했다.

◆게임산업 '규제 끝 진흥 시작?'

올해 중반까지 높았던 게임산업을 규제 목소리는 연말을 기해 반전됐다. 게임산업 성장세가 멈췄다는 우려 섞인 분석과 자칫 수준 높은 외국 게임에 안방을 내줄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확산되면서 규제를 멈추고 진흥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이 연이어 개진됐다.

이같은 달라진 분위기를 반영하듯 정부도 12월 중순 게임산업 진흥책을 내놨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 이하 문체부)는 지난 18일 '게임산업진흥 중장기계획'을 발표하고 국고 1천800억 원과 민간 출자 500억 원을 더해 총 2천300억 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인력 관리와 혁신·융합 플랫폼 개발, 게임문화 혁신, 동반성장, 창업·일자리 창출, 미래지향적 정책 개발, 해외시장 진출의 7대 추진 방향을 중심으로 10조 원 규모인 국내 게임시장을 오는 2019년까지 13조 원으로 확대하고 수출 규모도 28억 달러에서 40억 달러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이 소식을 접한 게임업계는 정부가 뒤늦게나마 규제를 멈추고 진흥책을 펼치는 점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진흥책을 통해 다시금 게임산업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선 의문을 드러냈다. 보다 구체적인 세부 정책 방향이 제시되지 않은데다 진흥책을 펴기엔 시점이 너무 늦어버린게 아니냐는 분석이 함께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산업 발전을 옥죄는 기존 규제를 철폐하는 등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에 힘쓴다면 국내 게임산업이 다시금 되살아날 것이라는 희망 또한 공존하고 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잘 버틴 2014' 게임산업 주요 일지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