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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태인호 "'발암' 성대리? 사실은 '태쁘'랍니다"(인터뷰)


'미생'이 발굴한 매력남 태인호를 만나다 "뜨거운 사랑, 감사합니다"

[장진리기자] 태인호는 '미생'이 발굴한 소중한 수확 중 하나다. '미생' 속 섬유1팀 성대리를 연기하는 태인호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연기 한 번 살벌하게 한다"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꿈에서도 이런 상사는 만나고 싶지 않다. 아니, 드라마에서조차 이런 상사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성대리에게 느껴지는 오묘한 매력이 있다. 인터넷에는 성대리에게서 귀여움이 느껴진다는 고해성사도 줄을 잇는다. 이 알 수 없는 매력 뒤에는 '미생' 속 최고의 밉상 캐릭터이자 최고의 '구타 유발자' 성대리를 연기하는 태인호의 묵직한 내공이 있다.

시청자들은 묻는다. "대체 여태까지 어디에 있다가 이제야 나오셨나요?" 그러나 태인호는 영화 '하류인생'으로 데뷔, 벌써 데뷔 11년차를 맞이한 배우다. 연극과 상업영화, 독립영화를 오가며 참 열심히도 연기했던 지난 10년이 헛된 것만은 아니었다. 기회는 준비된 자의 것이라고 했던가. '미생', 그리고 성대리를 만난 태인호는 기회를 잡았고,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알렸다.

◆'성대리' 태인호 "구타 유발자라고요? 알고보면 '태쁘'입니다"

실제로 만나본 태인호에게서 성대리의 단서는 단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낯 가리고, 말수도 적은 묵직한 부산 사나이 태인호는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인기라는 말은 맞지 않다"고 손사래를 치며 "하지만 이런 얘기를 들을 때,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실 때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웃었다.

태인호가 연기하는 극 중 성준식 대리는 원인터내셔널 섬유1팀에서 일하고 있다. 섬유팀 직원답게 성대리는 슈트에 니트와 코트를 매치하는 남다른 패션 감각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제가 너무 말라서 스타일리스트가 정말 고민을 많이 해요(웃음). 많은 분들이 잘 어울린다고 해주 네이비색 코트도 여러 벌을 가지고 와서 계속 입어보고 고민하다가 최종적으로 선택했거든요. 스타일리스트 말이 코트에 금색 단추가 있어서 날티나보이고 성대리한테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미생' 속 성대리가 된 태인호를 위해 소속사는 정장 세 벌을 선물했다. 회사에 취직하면 정장을 맞추는 다른 직장인들처럼 태인호 역시 원인터내셔널 입사를 앞두고 정장을 맞추는 제대로 된 의식을 치른 것.

"회사에서 정장을 맞춰줬어요. 취직한 것 같았죠(웃음). 셔츠까지 세트로 총 세 벌을 맞췄어요. 그래서 옷이 제 몸에 맞게 더 예쁘게 보이지 않았나 싶네요(웃음). 대부분의 촬영은 실제 직장인처럼 제가 맞춘 걸로 돌려 입었어요. 거기에서 셔츠를 바꿔입거나 넥타이를 바꿔 매는 식으로 변화를 줬죠."

성대리는 마부장(손종학 분)과 함께 '미생' 속 최고의 '구타·욕 유발자'로 꼽힌다. 태인호는 "동생이 일반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인데 어느날 회사를 다녀오더니 '형 보고 다들 발암이래'라고 얘기해서 '발암'이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 정말 충격적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분명 성대리에게도 한석율처럼 열정 넘쳤던 시간들은 존재했을 것이다. 과연 무엇이 성대리를 이리도 변화시켰을까. 원작에도 나와있지 않은 성대리의 이야기에 대한 의문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는다.

"제가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비중이 이렇게까지 커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처음에만 좀 한석율을 괴롭히다가 화해하고 사라지겠구나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심해지는 거예요(웃음). 10부 대본 넘어서는 '왜 이러지'라고 생각했는데 성대리의 시간이 없으니 도저히 이유를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께 여쭤보니 '그냥 직장에 한 명쯤은 있는 나쁜 사람이야'라고 설명하셨어요. 그래서 '왜 이런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보다는 그냥 이런 인물도 필요하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런데 제가 연기하다 보니 나름대로 애착이 생겨요. 저 말고 다른 사람은 그런 생각을 안 할테니까(웃음). 한석율을 미워해서 괴롭히는 건 절대 아닐 것 같아요. 그냥 내가 편하기 위해서 단순하게 행동하는 그런 인물이랄까. 인터넷 댓글을 심심할 때 한 번씩 보는데 성대리 같은 인물이 실제로 있다는 게 정말 안 믿겨요. 회사 생활을 안 해봐서 잘 모르겠는데 성대리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게 정말 놀랍더라고요. 댓글에서 차라리 욕을 해주시면 나은데 '악' 이런 댓글이 있으면 너무 공감하시는 것 같아서 저도 가슴이 아프고요."

◆태인호에게 완생이란? "나이 먹어서도 연기 계속하는 것"

촬영에서는 수도 없이 괴롭혀야 하는 한석율(변요한 분)과는 둘 다 말수가 적은 편이고 표현을 못하는 편이라 오히려 촬영이 끝난 후 휴대전화 문자로 속내를 이야기 한다고.

"실제로 둘 다 낯을 엄청 가려요. 그래서 말보다 문자로 속내를 많이 얘기하죠. 표현도 잘 못하는 편이지만요. 그냥 말보다 하트 이모티콘이나 귀여운 이모티콘 이런 거 서로 많이 보내요. 둘 다 워낙 낯을 가리는 편이라 단번에 친해진다기보다는 점점 친해져 가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미생' 속 최고의 밉상이지만 시청자들은 성대리의 모습 속에서 찰나의 귀여움을 포착했다. 특히 극 중 태인호가 짓는 입을 앙 다문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최고의 귀여움'으로 꼽혔고, 태인호는 '태쁘(태인호+예쁘다)'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김태희의 전유물이었던 '태쁘(김태희+예쁘다)'는 '미생' 방송 후 태인호의 애칭으로 변화했다.

"'태쁘'라는 애칭 알고 있어요(웃음). 정말 재밌고, 감사하고… 정말 좋죠. 시간이 갈수록 성대리라는 역할을 연기하면서 이렇게까지 미워하실 줄은 몰랐는데 '태쁘'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시니 진짜 감사하죠. 댓글 보면 진심이 묻어나오는 댓글이 있거든요. 그런 댓글 보면 내가 연기로 하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미움을 받는 건가 싶기도 했는데 좋아요."

10년이 넘는 시간 연기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왔다. 수없는 오디션을 봤고, 수없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런 가운데 찾아온 '미생'은 태인호에게 지금까지 쏟아온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확신을 선물했다.

"저는 연기를 정말 하고 싶어서 연기를 한 것 뿐이에요. '미생'이라는 좋은 작품을 만났기 때문에 얼굴을 조금 알릴 수 있었던 거지, '이제 나의 때가 왔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제가 조금 더 잘 노출 될 수 있었던 작품을 만났다고 생각해요. 기분은 정말 좋아요. 하다 보니까 좋은 작품도 만나고, 인터뷰도 하게 되고. 지금까지 헛되지 않았다는 느낌? 중간에 포기했으면 '미생'도 만나지 못했을 겁니다."

'완생'을 향해 가는 사람들을 그린 '미생'. 과연 인간 태인호, 그리고 배우 태인호에게 '완생'의 의미란 무엇일까.

"나이가 들어서 배우로서 연기도 하고, 또 제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고 있으면 그게 완생 아닐까요? 나이가 들어서도 연기는 계속 하고 싶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거든요. 배역의 크기는 상관 없어요. 연기를 하면서 '큰 역할을 맡아야 돼' 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요. 연극을 하든 영화를 하든, 주어진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런 연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조이뉴스24 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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