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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호, 패스 정확도 높여 약한 체력 잡는다


패스 훈련에 공들여, 볼 2개 게임으로 선수들 창의력 극대화

[이성필기자]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지난 4일 기술컨퍼런스&축구과학회 행사에서 주목할 만한 자료를 발표했다. '한국 대표팀 월드컵 기술 보고'에서 본선 조별리그 3경기 모두 상대팀보다 뛴 거리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2002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은 축구 선진국들에 비해 기술보다 체력이 더 열세라는 것이 드러난 뒤 체력 훈련을 강화했다. 그런데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를 상대로 최대 5㎞를 덜 뛰며 체력에서 열세를 보였고, 결국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조예선 탈락이라는 쓴 잔을 마셨다.

선수들의 체력에 대한 아쉬움은 일선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로 느끼고 있다. 박경훈(53) 전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은 "우리나라 선수들은 생각보다 많이 뛰지 못한다. 후반 막판에는 걷는 선수들이 나온다. 그렇게 될 경우 전체 균형이 깨질 수 있다. 그래서 늘 선수들에게 볼이 없는 경우에도 계속 움직이라고 주문했다"라며 체력 강화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하는 대표팀에도 공통된 문제다. 슈틸리케호는 친선경기에서 피지컬에서 앞섰던 우루과이, 코스타리카에 패배를 맛봤다. 슈틸리케호 출범 후 얼마 되지 않아 치른 경기였다고는 하지만 대표팀 전체적으로 체력과 힘이 떨어지며 밀렸다. 큰 경기를 많이 뛰었던 해외파보다는 국내파 선수들이 체력에서 더 문제를 드러내 보강 필요성이 커졌다.

슈틸리케 감독의 이에 대한 해결책은 정교한 볼 터치였다. 18일 제주도 서귀포 시민축구장에서 열린 소집 후 나흘째 훈련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을 격렬하게 조련했다.

이날 훈련에서는 포지션별 부분 전술 훈련과 11대11 미니게임으로 선수들 간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부분 전술에서는 좌우 풀백 요원인 차두리(FC서울), 임창우(대전 시티즌)가 적극적으로 공격 진영까지 올라와 슈팅으로 마무리까지 짓는 장면을 연출했다. 수비보다 공격 축구를 더 선호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의도에 따른 플레이었다. 오만, 쿠웨이트 등 아시안컵에서 만나는 팀들이 중동 특유의 '침대축구'를 구사할 것에 대비한 공격적인 전술이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 쪽 구석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다가도 카를로스 알베르토 아르무아 코치를 통해 명확한 메시지를 전파했다. "많이 움직여라. 그냥 서 있지 마라", "퍼스트 터치가 중요하다. 원터치로 연계해라"라며 많은 움직임과 볼 다루기의 중요성을 수없이 강조했다.

움직임은 다른 포지션과의 균형을 계속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볼이 없을 때 걷다가 상대의 역습으로 이어지게 될 경우 전체 조직력이 허물어지는 치명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원터치 패스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압박을 견뎌내는 것은 패스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다. 체력이 떨어질 경우 정확한 패스 한 번으로 상대의 힘을 빼는 효율적인 축구를 구사할 수 있다.

그라운드 한쪽 진영만 활용한 11대11 미니게임에서는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볼 2개를 가지고 경기를 치른 것이다. 양쪽 골대에서 출발한 볼은 중앙에서 다수의 선수들이 뒤엉켜 정신없게 보였다. 흡사 군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전투축구를 연상하게 했다.

하지만, 이 훈련에서도 의도는 확실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첩된 상황을 만들려고 한다. 다양한 상황에서 대응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볼이 어느 방향에서 오든지 간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기르라는 것이다. 한 차례 미니게임의 시간도 5분으로 제한해 그 안에 모든 체력을 쏟아내게 했다. 좁은 공간에서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해 활동량과 민첩성 모두를 잡겠다는 의도다. 플레이에 일일이 관여하지 않고 창의력 발휘를 유도하면서도 목적성을 확실히 갖도록 하는 슈틸리케 감독식 조련법이다.

조이뉴스24 서귀포(제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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