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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고' 압박 속 더욱 단단해지는 슈틸리케호


날씨-생존 경쟁-슈틸리케 마음, 모든 것에 적응하라

[이성필기자] 생존 경쟁에 돌입한 축구대표팀.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일원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 28명은 제주도 서귀포 전지훈련 사흘째인 17일에도 차가운 날씨 속 구슬땀을 흘렸다. 체력, 전술 훈련을 병행하고 있는 대표팀은 오는 21일 자체 연습경기까지 옥석 가리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대표팀은 이번 전지훈련에서 3중고와 싸우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 14명이나 되는 첫 A대표 발탁 선수들의 가세로 인한 치열한 생존 싸움, 그리고 알 수 없는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이다.

날씨는 대표팀이 서귀포에 여장을 푼 첫 날부터 괴롭히고 있다. 비바람과 눈보라에 강풍이 지나가며 훈련 여건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날도 훈련 시간과 장소가 두 차례나 변경되는 등 애를 먹었다.

전술 훈련이나 미니게임에서는 공중에 뜬 볼이 바람에 밀려 멀리 가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낙하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선수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뒤엉켜 넘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눈보라가 몰아쳐 킥이 목표로 했던 지점을 훌쩍 지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악천후를 극복하는 것도 A대표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이다. 카를로스 알베르토 아르무아 코치는 강한 측풍이 불어와 선수들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연결하는 가로지르기(크로스)에 어려움을 겪자 "한 번 더 볼을 컨트롤 한 뒤 올려도 된다"라며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아르무아 코치의 지시를 단번에 알아들은 선수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가로지르기를 시도해 정확도를 높였다. 강수일(포항 스틸러스)은 오른발 바깥쪽으로 재치있게 킥을 해 중앙에서 뛰어드는 동료의 머리에 정확하게 배달했다. 김창수(가시와 레이솔)도 볼에 다가가는 속도를 줄여서 연결하는 등 나름대로 계산을 하고 움직였다.

이는 슈틸리케 감독이 요구하는 '창의적인 플레이'와 맞닿아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정형화된 플레이를 하더라도 킥 하나 하나를 환경에 따라 어떻게 할 것인지 깊이 생각해보며 시도하기를 바란다. 악천후에서도 실제 경기가 펼쳐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무작정 뛰는 플레이를 지양하라는 것이다.

동료에게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처음 대표 발탁된 선수들은 슈틸리케 감독을 이미 겪어본 최선참 차두리(FC서울)나 장현수(광저우 부리),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을 붙들고 질문을 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 미드필더 김성준(세레소 오사카)은 차두리에게 과외를 받으면서 자신의 문제점을 질문하는 등 더 발전하려고 애를 썼다.

한 번이라도 더 자신의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많아서인지 슈팅이 골대를 빗겨가면 아쉬워하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아르무아, 신태용 코치가 하는 말 한마디라도 더 들으려고 귀를 세우는 모습은 진지했다. 박종우(광저우 부리)는 "날씨도 좋은데 조금 더 훈련하면 좋을 것 같다"는 호기로운 말로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이런 선수들의 훈련 과정을 지켜보는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 평가 무대가 될 21일 자체 연습경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습경기를 치르기 전까지 선수들이 얼마나 몸을 잘 만드는지 조용히 관찰하고 있는 것이다. 공격과 수비로 나눠 벌이는 전술 훈련에서는 쪽지에 중요한 기록을 남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직접 장비를 그라운드에 배치하면서도 선수들의 움직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벤치 한쪽 구석에 가만히 앉아 선수들을 보는 일도 있었다. 숙소에서는 훈련 장면을 찍은 영상을 지켜보며 개별 선수들을 분석하고 있다고 한다.

대표팀 관계자는 "이전 대표팀과 비교하면 식사시간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모두가 이번 기회에 강한 인상을 남겨야 된다는 생각 때문인지 마사지실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만큼 선수들이 자기 몸을 잘 관리하면서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표다운 몸과 정신을 만드는 작업이 치열하게 계속되고 있는 슈틸리케호다.

조이뉴스24 서귀포(제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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