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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또 울다…박용택 계약 뒷 이야기들


백순길 단장과 밀착 협상, 4년 총액 50억원에 계약 LG맨으로 남아

[정명의기자] 박용택(36)의 FA 계약은 열정적이기로 유명한 LG 트윈스의 팬들에게 초유의 관심사였다. 4년 전 예상보다 박한 조건에 FA 계약을 체결했던 박용택이 이번에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길 바라는 분위기가 팬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FA 우선협상 마감을 이틀 남겨놓은 시점부터 박용택은 이틀 연속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그 인기(?)를 실감해야 했다. 박용택은 "요즘은 음주운전으로도 이틀 연속 1위는 어렵다"며 "LG 팬분들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보내주신 사랑에 진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결국 LG 구단과 박용택은 26일 오후 4년 총액 50억원의 조건에 계약을 체결했다. 협상 실무자로 나선 백순길 LG 단장, 계약 당사자인 박용택 모두 지치고 힘들던 과정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나름대로 양 쪽이 모두 만족하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흥미로운 뒷 이야기도 있었다.

◆눈물의 박용택

계약을 마친 뒤 박용택은 잠실구장 3루쪽 덕아웃에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만난 그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고,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전체적으로 풍기는 분위기는 '후련함'이었다.

박용택은 "정말 힘들었다. 몇 번 울기도 했다"며 "더 좋은 조건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인간이기 때문에 고민도 되더라. 하지만 팀을 옮긴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돈밖에 없겠더라. 잃을 것이 너무 많았다. LG에서 해야 할 일들을 떠올리며 남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입단 후 줄곧 LG에서만 뛰어온 박용택이다. 정확히 어떤 이유로 울었는 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정든 팀을 떠날 지도 모른다는 인간적인 고민 속에 눈물이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동안 LG에서 받은 서러움에 감정이 북받쳤을 가능성도 있다. 백순길 단장의 말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박용택과 백 단장 두 사람 모두 협상 과정을 '데이트'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밀도있는 만남이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25일 저녁에 만나 심야까지 술을 한 잔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계약 당일인 26일에는 눈을 뜨자마자 다시 만나 복국으로 해장을 했다.

백 단장은 "심지어 같이 자자는 얘기까지 하더라"며 웃음을 보인 뒤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동안 서운한 게 많았던 모양이다. 신인 때 스프링캠프에 가서 타격하는 걸 보고 계약금을 주겠다는 말을 들은 것까지 이야기하더라"고 말했다. 신인 시절, 그리고 4년 전 첫 FA 계약 등 서운했던 장면들이 떠올라 박용택의 눈물샘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높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두 사람이 나눈 대화도 공개됐다. 백 단장은 "마지막에 '단장님, 왜 다른 데서 얼마 준다고 했는 지 안물어보십니까'라고 물어보더라"며 "그래서 '그거 물어봐서 뭐하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템퍼링(사전접촉)이 공공연한 FA 시장이다. 박용택도 자신의 시장가를 대충 알고 있었다. 백 단장이라고 모를 리 없다. 두 사람 모두 이를 협상에 이용할 수 있었지만 박용택도 먼저 말하지 않았고, 백 단장도 묻지 않았다. 의리있고 신사적으로 진행된 계약이었다.

◆FA 시장의 폭주

박용택이 받게 된 50억원도 적은 액수는 아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금액이 박용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FA 시장의 정보가 가장 빠르게 도는 곳이 바로 선수들 사이다. 박용택이 LG 잔류를 선택해서 그렇지 시장에 나갔다면 그의 몸값은 더욱 높아졌을 것이다.

협상 과정을 이야기하던 박용택은 "솔직히 나도 처음에는 뻥카(부풀려 말하기)를 좀 쳤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뻥카가 아니라 진짜 내 몸값이더라"며 "하나 분명한 것은 지금 FA 시장, 장난이 아니다. 진짜 장난이 아니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미 박용택이 시장에 나올 것을 대비해 LG가 계약한 금액보다 훨씬 많은 돈을 준비한 구단이 있다는 소문이 퍼져 있는 상태였다. 백 단장은 "용택이가 '단장님 때문에 20억은 손해 봤습니다'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70억원 정도의 계약을 준비한 구단이 있다는 뜻이다.

박용택의 계약을 시작으로 우선협상 마지막날인 26일에만 8명의 선수가 원 소속팀에 잔류하면서 총 395억5천만원의 몸값을 기록했다. 돈과 의리를 모두 얻게 된 박용택이다. 만약 의리를 버렸다면 더 많은 돈을 손에 쥘 수도 있었다. 현재 FA 시장의 현실이 박용택을 통해 드러났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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