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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수]지스타로 본 한국 게임의 위기와 희망


게임산업 옥죄는 위기 그 속에도 희망은 있다

[문영수기자] 19일 오후 1시 부산역. 낯익은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을 장악한 '클래시오브클랜' 이미지가 부산역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100억 원이 넘는 마케팅 비용을 들여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점령한 클래시오브클랜이 국제 게임전시회 지스타2014가 열리는 부산에까지 손길을 뻗친 것이다. 다양한 출품작들의 이미지를 볼 수 있던 지난해 부산역과는 사못 다른 풍경이었다.

이번에는 부산 벡스코. 뭔가 아쉽다는 느낌이 든다. 자사 이름을 걸고 단독 부스를 내건 곳은 넥슨(네오플, 넥슨지티, 엔도어즈)과 엔씨소프트(엔트리브소프트), 스마일게이트와 엑스엘게임즈, 액토즈소프트가 전부다. 국내외 증권 시장에 상장된 국내 게임사 약 26곳 중 불과 4곳만이 지스타 B2C 부스에 참가한 것이다.

국내 게임산업의 '허리'라 불리우던 중견 게임사들의 지스타 참가는 드물었다. 앞서 열린 지스타 B2C관에 참가했던 네오위즈게임즈·NHN엔터테인먼트(당시 NHN)·엠게임·웹젠·컴투스를 올해에는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대세로 부각된 모바일게임이 대형 전시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 매출이 축소돼 지스타 참가 여력이 부족하다는 입장은 이해가 가나 올해 지스타가 양극화 현상을 드러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국 게임산업의 위기감이 그대로 표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도 고개를 들었다.

한국의 우수 게임 개발력을 유치하려는 글로벌 강국들의 유혹은 올해 지스타에서 한층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독일·캐나다·스웨덴·룩셈부르크 등 서구 국가들의 투자공사와 대사관 등이 지스타 B2B 부스를 냈다. 게임사가 아닌 각국 공공기관이 한국의 지스타에 참가한 것이다.

이들은 한국의 게임이 아닌, 한국의 게임 인력에 관심을 보였다. 자국에 법인을 세울 경우 세제 혜택 등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느라 바빴다. 각종 규제와 편견으로 게임 사업하기 팍팍해진 한국만 떠나면 기회의땅 '엘도라도'가 눈 앞에 보이는 듯 했다.

정치권의 규제 탄압과 정책 실책으로 2013년 사상 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한국 게임산업은 이제 개발력 이탈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외산 모바일게임의 전방위적 공습과 한국 게임산업을 이끌 허리 라인의 부재, 한국의 우수 개발 인력을 빼가려는 외국의 노골적 의도 등 올해 지스타는 한국 게임산업에 분명한 경고 신호를 전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희망을 보다

턱밑까지 차오른 위기감 속에서도 한국 게임산업의 희망을 지스타에서 엿볼 수 있었다.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는 슬로건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게임산업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모습이 달라졌다. 미성년자의 심야시간 게임 접속을 일괄 차단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추진하고 게임을 마약에 비유하거나 매출 일부를 수금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규제법 발의에 주력했던 정치권은 게임산업 진흥책을 선보인다고 강조했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중장기 발전계획과 게임물 등급제도 개선을 약속했고, 서병수 부산시장은 게임산업 발전을 막는 규제 반대 입장을 밝히며 부산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예산 1천억원을 투입한다고 약속했다.

전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한국 온라인게임의 기술력도 유감없이 드러났다.

엔씨소프트는 전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클라우드 기반 유·무선 연동 '리니지이터널'의 시연 버전을 선보였다. 여타 클라우드 게임에서 일부 지연 현상이 발생하는데 반해 리니지이터널의 모바일 버전은 어떠한 속도 저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스타에 첫 출전한 스마일게이트와 엑스엘게임즈도 야심차게 준비 중인 '로스트아크'와 '문명온라인'을 각각 공개, 진보된 개발력을 전세계에 드러냈다.

내일의 주역으로 급부상할 될성부른 게임사들의 진면목도 확인할 수 있었다. '포코팡'으로 유명한 부산 개발사 트리노드는 순수 모바일게임사 중 유일하게 단독 B2C 부스를 내고 현재 개발 중인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포코 메르헨'을 출품했다. 글로벌 4천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포코팡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타이틀로, 향후 전세계 시장을 겨냥한 행보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부스와 유니티코리아 부스를 통해 출품된 여러 '떡잎'들도 차세대 게임 산업의 주인공 자리를 예약하고 있었다.

게임산업의 근간을 이룰 저변도 여전히 탄탄했다. 스타트업 및 중소개발사들을 위한 지스타 투자마켓에서는 65개 투자사 및 퍼블리셔, 20개가 참여해 게임 투자와 퍼블리싱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으며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를 위해 개최된 게임기업 채용박람회에는 20개사가 참여, 1천496명의 구직자가 몰려 게임기업에 대한 젊은 층의 뜨거운 취업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게임을 사랑하는 순수한 한국 게임팬들의 열정이 올해 지스타에서 본 가장 큰 희망이다. 기대하는 신작 게임을 즐겨보기 위해 1시간이 넘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팬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고품질 그래픽으로 중무장한 한국 모바일게임을 즐기며 웃음꽃이 핀 한 어린 팬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게임은 끝나지 않았고 한국 게임산업에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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