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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시기에 흔들리는 안양, 깊은 고민


재정 압박으로 임급 체납, 단장 자진 사퇴 등 내우외환

[이성필기자] "신경쓰지 않고 하던 대로 하면 되죠."

축구도시 부활을 꿈꾸며 지난해 창단해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 뛰어든 FC안양이 2년 만에 어려움에 빠졌다. 구단 운영자금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선수단 임금 체납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안양은 선수단 34명, 코칭스태프 10명, 사무국 직원 10명 등에게 지급해야 할 10월치 월급 2억원을 지급하지 못했다. 구단 운영비, 홈경기 추진비까지 포함하면 총 3억여원의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올해 12월까지 필요한 7~8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하면 임금체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안양시 의회가 시가 요청한 구단 지원조례 개정안을 부결시키면서 예산 지원을 할 수가 없다.

안양시의 올해 예산은 1조365억원(추경 포함)이다. 자금 집행이 원활하게 이뤄지기에 큰 문제가 없지만 시 측에서는 구단이 재정 확보를 위한 자구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는 문제제기를 하고 시의회도 지원 안을 부결하는 등 다각도의 압박이 이뤄졌다.

익명의 안양시 고위 관계자는 조이뉴스24와의 전화통화에서 "시장님도 축구단 살리기에 애쓰고 있다. 축구단은 안양시의 문화콘텐츠 성격을 띤다. 여가 선용 차원 등 다양한 목적이 있다. 당연히 구단이 자구책을 마련하면서 시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황에서 시민의 혈세를 함부로 지출할 수는 없을 일"이라고 조심스러워했다.

보통 프로축구 시민구단은 시의 간섭 없이 운영되면서 최소한의 자금 지원을 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대부분이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안양도 역시 재단법인으로 시의 산하기관 셩격을 띤다. 출범 당시 전임 최대호 시장의 전적인 지원이 있었고 2년간 시비 39억원이 지원됐다.

하지만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최대호 시장이 낙선하고 이필운 시장이 당선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최대호 전 시장이 새정치민주연합, 이필운 현 시장이 새누리당 소속으로 안양의 정치적 라이벌 관계였다.

당연히 안양시는 전임 시장 흔적 지우기에 돌입했고 구단도 이를 피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여느 시도민구단이 겪은 의례적인 과정이려니 했지만 정도가 생각보다 심했다. 11월로 예정됐던 구단 감사를 9월로 앞당겼다. 기간도 15일이나 됐다. 통상적인 감사가 1주일이면 끝나지만 안양 구단은 2주간이나 경기를 진행하면서 감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안양종합운동장을 관리하는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 방만경영을 이유로 해임됐다. 안양 구단 사무실을 계약서를 쓰지 않고 무단 사용하게 해줬다는 이유가 컸다. 공교롭게도 해당 이사장은 전임 시장의 사람으로 분류됐다. 정치적 희생양과 선거 공신의 자리 잡기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향하는 이유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자 안양 오근영 단장의 운신의 폭도 좁아졌다. 오 단장은 수원 삼성에서 사무국장을 역임하는 등 K리그의 전문가다. 그런데 K리그 승격 전쟁이 한참 벌어지는 상황에서 오 단장이 사임하게 됐다. 재정 압박에 은행 대출 등을 알아보고 스폰서 확보를 위해 기업들에게 읍소하던 상황이었다.

결국, 오 단장은 지난 24일 사퇴했고 25일 부천FC 1995전이 마지막 경기가 됐다. 오 단장의 사퇴를 기다렸다는 듯 안양시는 2대 단장으로 ㈜유로통상 사장, ㈜롯데 브랑제리 사장, ㈜효성 라이프스타일 PU 사장 등을 거친 마케팅·경영전문인 박영조 ㈜한스웰 회장을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시 관계자는 "지금은 스포츠와 경영을 아우를 전문인이 필요하다. 박 회장은 적격자"라고 전했다. 하지만, 선임 과정에 대해서는 "철저한 검증을 거쳤다"라며 말을 아꼈다.

안팎의 어지러운 상황에 이우형 감독은 흔들림 없이 길을 걷겠다고 전했다. 그는 "상황을 잘 알지만 선수단은 신경쓰지 않고 할 일을 하겠다. 지금은 승격 플레이오프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라고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안양은 이날 부천FC에 1-2로 패하며 힘겨운 승격 플레이오프 싸움을 이어갔다.

조이뉴스24 안양=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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