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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김선우와 임재철, 4년 전 '야신의 추억'


덕아웃 머물며 후배들 격려, 4년 전 김성근 감독은 양준혁 출입 불허

[정명의기자]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는 선수 27명, 코치 8명, 감독 1명이 포함된다. 하지만 LG 트윈스의 덕아웃에는 추가로 2명이 앉는다. 이번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빠진 고참 선수 김선우와 임재철이다.

김선우와 임재철은 이번 포스트시즌 베테랑으로서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 LG 선수단과 동행한다. 양상문 감독이 정중히 요청을 했고, 두 노장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양상문 감독은 19일 1차전을 앞두고 "(김)선우와 (임)재철에게 엔트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덕아웃에서 후배들을 좀 도와달라고 얘길 했다"며 "자신들도 후배들을 돕고싶다고 수락해줬다. 그런 점이 참 고마웠다"고 말했다.

김선우와 임재철은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에서 이적해 LG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시즌 활약상은 미미했다. 김선우는 선발투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6경기에 나서 1패 평균자책점 14.04를 기록하는 데 그쳤고, 임재철 역시 주로 대타나 대수비로 출전해 타율 2할4푼2리 3타점을 기록했다.

가을잔치 엔트리에서 탈락한 것이 아쉬울 법도 했지만 두 노장은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일념으로 양 감독의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최하위까지 처져 있다가 기적적으로 4위 자리를 차지한 팀의 '해피엔딩'을 후배들과 함께 지켜보고자 하는 마음도 컸다.

먼저 김선우는 "팀이 어렵게 올라왔는데, 이렇게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재밌다. 아쉬운 것은 전혀 없다. 내 기량이 부족했을 뿐이고, 그럼에도 감독님은 나에게 기회를 주셨다"며 "후배들 옆에서 농담도 많이 하고, 최대한 후배들의 긴장을 풀어줄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메이저리그에 있을 때 나도 페드로 마르티네스나 제이슨 베리텍 같은 고참들의 그런 도움을 받았다"고 자신의 역할을 설명했다.

임재철은 '기러기론'을 역설했다. 기러기 떼는 모두 한 곳을 바라보며 함께 날아간다는 것. 임재철은 "기러기는 혼자 날면 멀리 가지 못하지만, 무리를 지어 가기 때문에 멀리 날 수 있다고 하더라"며 "특히 기러기 어미가 가운데에서 소리를 내며 대열을 정비한다고 한다. 내 역할이 바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규정상 엔트리에 포함된 코칭스태프 및 선수 외에는 덕아웃에 들어갈 수 없다. 김선우와 임재철 역시 규정을 따른다면 관중석 등 경기장 밖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한다. 자연히 후배들을 챙기는 일도 불가능하다. 관행상 상대팀에서 양해하고 눈감아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4년 전이던 2010년 SK와 삼성의 한국시리즈에서는 그 시즌 은퇴한 양준혁의 덕아웃 출입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1차전을 앞둔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삼성 선동열, SK 김성근 감독이 상반된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그동안 양준혁이 맏형으로서 선수들에게 조언을 잘해줬다. 플레이오프 때도 상대 두산 쪽에서 별 문제 제기가 없어 벤치에 계속 있었다"며 "김성근 감독께서 어떻게 하실 지 모르지만, 계속 벤치에 앉혔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어려운 문제다. 인간적으로는 양준혁하고 나하고, 선 감독과도 따져볼 것은 없다"면서도 "그렇지만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라고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김 감독은 양준혁이 사실상 코치 한 명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곁들였다.

결국 선 감독은 양준혁을 덕아웃에서 철수시켰다.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는 SK가 삼성을 상대로 4전 전승을 거두며 패권을 차지했다. 양준혁의 덕아웃 합류 여부가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겠지만, 삼성으로서는 김성근 감독의 어필에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공교롭게도 당시 플레이오프에서 양준혁의 덕아웃 출입을 묵인했던 두산의 사령탑은 현재 NC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경문 감독이다. 김경문 감독은 이번 LG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도 "(김선우와 임재철의 덕아웃 합류를) 어필할 생각은 없다"며 4년 전과 다르지 않은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한참을 생각한 뒤 나온 대답이었고, 표정도 밝지 않았다.

양상문 감독은 "어필이 들어오면 (김선우, 임재철이 덕아웃에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이 쿨(?)하게 어필할 생각이 없다고 했으니 적어도 준플레이오프 때까지는 김선우와 임재철이 LG 덕아웃에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이번에도 김선우와 임재철의 존재가 LG의 전력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 승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정확히 계산할 수 없다. 하지만 4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 펼쳐진 점이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다. LG의 두 베테랑의 덕아웃 출입을 눈감아준 김경문 감독의 선택이 이번엔 어떤 결과로 나타날까. 준플레이오프를 지켜보는 또 하나의 재미요소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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