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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짝을 못찾는 커플매니저…"내가 직접 찾자!"


[결혼정보회사 미팅? 그것을 알려주마!](10)

[이혜경기자] 준비 없이 임했다가 실패했던 첫 미팅, 커뮤니티에서 접한 여러 사례들, 그리고 커플매니저가 보내준 마음에 안드는 남자 회원 프로필들…. 나는 결혼정보회사 미팅의 세계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치밀하게 전략을 세우고, 내가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무엇보다, 커플매니저가 내가 원하는 배우자 후보들을 잘 골라내지 못했다. 이는 커플매니저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결정사 시스템이 지닌 한계 같았다.

결정사의 원리는 소수의 회원들을 깊이 파악한 후 맞춤형으로 소개해주는 것이 아니다. 불특정 다수의 회원 중에서 짝을 맞추는 범용 서비스다. 그래서 가능한 한 수치화, 통계화 할 수 있는 정보를 중심으로 회원의 DB를 만드는 듯했다.

예를 들면, 서울에 사는, 공기업 직원으로, 종교 없는 사람 중에, 나이는 몇 살부터 몇 살 사이, 연봉 얼마 이상, 키 얼마 이상 하는 식으로 시스템에 이러저러한 조건을 집어넣어 후보군을 추출해 내는 것이다. 배우자 후보를 이런 기준으로 찾는 사람들에게는 나름대로 유용할 수도 있는 툴이다. 다만 내가 원하는 요건은 이 방식으로 골라낼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내가 배우자 후보에게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나와 코드가 맞느냐'다. 성격이나 세계관 등이 나와 통하는 사람을 찾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결정사에서는 회원들의 성격이나 세계관을 DB로 취급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커플매니저가 골라서 보내준 남자 회원의 프로필에서 '이 사람 꼭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았다. 가입하던 날 상담했던 D사의 컨설턴트에게 내가 원하는 배우자상을 입이 아프도록 말했지만 실제 매칭에서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기억나는가? 이 소개팅은 건당 60만원짜리라는 것말이다. 이 비싼 소개팅 이용 티켓 4장 중 나는 이미 1장을 써버린 후였다. 남은 3장을 이런 식으로 소진할 수는 없었다.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이용할 필요가 있었다.

◆내 짝을 못 찾는 커플매니저…이유는?

내가 가입한 '노블' 서비스의 회원은 D사 노블회원 DB 사이트인 'D넷'에 접근할 권한이 있었다. 나는 D넷을 떠올렸다.

D넷에서 검색할 수 있는 정보는 회원의 나이, 본관, 가족관계, 종교, 거주지, 출신학교, 직업, 연봉, 결혼 경력 등이었다. 이를 중심으로 여러 조건들을 지정해서 검색하면 내가 원하는 후보군을 일제히 추출할 수 있었다. 매일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나는 D넷에 들어가 수천 명의 회원 정보를 훑어봤다. 어떤 사람이 어느 구석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단순한 검색이 아니었다. D사는 회원들에게 가급적 자기를 소개하는 글과, 소개받고 싶은 사람에 대한 희망사항을 적어 내게 했는데, 나는 바로 이 글들을 일일이 읽었던 것이다. 커플매니저가 객관식 답변을 중심으로 프로필을 뽑아줬다면, 나는 회원들이 옵션으로 적어낸 주관식 답변을 중심으로 사람을 찾아 나섰다. 나는 D넷이라는 건초 속에서 바늘을 찾아 헤맸던 것이다.

마음에 드는 사람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자기 소개글과 희망 상대방의 요건을 성의 없이 대충 쓴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희망 상대방의 조건으로 가장 성의 없다고 느낀 글 중에는 달랑 '피부가 희고 깨끗하신 분'이라고 적어놓은 경우도 있었다. 이런 글을 보게 되면 힘이 빠졌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음을 확 잡아 끄는 사람이 처음으로 눈에 들어왔다. 진지하고 성실하게 자신에 대해 소개한 글을 읽는 내내, 가슴이 뛰었다. 그의 회원번호는 적어서 바로 커플매니저에게 메일을 보냈다. 이 사람에게 나의 프로필을 보내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며칠 후 매니저를 통해 돌아온 것은 '상대방이 거절했다'는 답변이었다. 맥이 탁 풀렸다. 아,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기도 힘들지만 만남으로 연결하기는 더 어려운 거로구나!

이 사람처럼 성실하고 깊이 있게 자신을 소개한 글은 정말 드물었다.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성실하고 나와 코드가 맞을 만한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는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다면?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이번에는 어느 정도 나와 코드가 맞을 여지가 있어 보인다면 소개글이 간단하더라도 커플매니저에게 소개를 부탁하기로 했다. 상대방의 잠재력을 감안해보자는 것이었다. 내 담당 커플매니저에게는 "앞으로 원하는 상대방은 내가 직접 찾을 테니 그 사람들에게만 내 프로필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10명 정도 추려질 때마다 커플매니저에게 메일을 보냈다. 꾸준히 회원번호를 추려냈지만 나를 만나고 싶다는 남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은 금방 오지 않았다.

조금씩 지쳐가던 어느 날, 드디어 커플매니저한테 반가운 전화가 왔다.

"일전에 보내주신 남자분들 중에서 이만저만한 분이 회원님을 만나고 싶으시대요!" "아, 그래요? 고맙습니다!"

남자2호와는 그렇게 만났다. 성향도 비슷했고, 대화도 잘 통했다. 둘 다 D사에 더 이상 다른 사람을 소개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고 말이다. 데이트를 하던 시기에 나는 남자2호에게 내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느냐고 물어봤었다. 그는 "수수해 보이는 내 사진과 소개글이 마음에 들었고 학교 후배라는 점도 마음이 편했다"고 말했다.

원래 프로필에는 최종 졸업학교와 전공이 나와서 동문일 경우 미리 알게 마련인데, 남자2호는 우리 학교 졸업 후 수능 시험을 다시 보고 다른 대학교에 또 들어가 인생 방향을 바꾼 사람이었다. 첫 만남 자리에서 학교 선배라는 얘기에 실은 나도 그에 대한 호감이 급상승했다.

정말 잘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일이 다 내 마음 같지는 않았다. 남자2호와는 그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두 달쯤 지나 헤어지게 됐다. 나는 한동안 방황했다.

◆4번의 기회를 놓치다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스른 후, 나는 기운을 차렸다. 다시 D넷에서 검색을 시작했다. 또다시 지루한 과정의 반복이었다. 얼마 후 내 담당매니저한테 연락이 왔다. 내가 찾아낸 사람들 가운데 두 사람이 나를 만나겠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일주일 간격으로 남자3호, 남자4호와의 미팅 일정이 잡혔다.

먼저 만난 남자3호는 자기소개글로 봤을 때는 코드가 잘 맞을 것 같아 약간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만나서 대화를 하는데, 얘기가 잘 이어지지 않았다. 경제 분야 기자였던 나와 건설회사에 다니던 남자3호는 미팅에서 어이없게도 '공장 얘기'를 주로 했다. 이상하게 대화가 자꾸 꼬였다. 일 관련 얘기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호감이 느껴지는지를 가늠해 봐야 할 자리였는데 말이다.

성과 없었던 남자3호와의 미팅을 뒤로 하고, 그 다음 주에 바로 잡혀 있던 남자4호와의 만남을 준비해야 했다. 이제 내게 남은 기회는 단 한 번뿐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뜻밖에도 남자4호가 나를 마음에 들어 했다. 대화도 잘 통했다. 남자4호는 처음 만난 날부터 내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현했다. 데이트는 한동안 순조로웠다.

남자4호와는 석 달 정도 만난 후 헤어졌다. 커뮤니케이션 오류에서 비롯된 오해가 있었는데, 그 위기를 넘지 못했다. 총 네 번의 기회는 그렇게 사라졌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이혜경 기자

14년째 경제, 산업, 금융 담당 기자로 일하며 세상을 색다르게 보는 훈련을 하고 있다. 30대 초반에 문득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에 한 결혼정보회사 회원에 가입, 매칭 서비스를 1년간 이용했지만 짝을 찾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현재 블로그 '어바웃 어 싱글(About a single)'을 운영하며 같은 처지의 싱글들과 가끔 교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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