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주영삼 감독 "박민수, 고개를 들어라"

[류한준기자] 주영삼 한국남자체조대표팀 감독의 표정에는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주 감독은 23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사이경기대회 남자 체조 개인종합 결선이 끝난 뒤 조금 일찍 체육관 밖으로 나왔다.

이날 한국은 이상욱(전북도청)이 값진 동메달을 땄다. 그는 지난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12년 만에 개인종합 결선서 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러나 주 감독은 마냥 기뻐하지 못했다. 한 선수가 계속 눈에 밟혀서다.

이날 개인종합 결선에서 주 감독을 비롯한 한국 코칭스태프가 내심 기대를 걸었던 주인공은 박민수(한양대)였다. 박민수는 체조대표팀의 막내로 주 감독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로 꼽았다.

박민수 스스로도 이날 결선에 기대를 걸었다. 내심 좋은 성적을 낸다면 금메달까지도 바라봤다. 그러나 역시 메달 획득은 쉽지 않았다. 우선 부상 때문에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박민수는 오른쪽 이두근을 다쳤는데 결선을 앞두고 상태가 썩 나아지지 않았다.

그리고 실수 한 번에 흔들렸다. 도마에서 큰 실수를 하는 바람에 낮은 점수를 받았다. 주 감독은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여기에 실수를 해서 (박)민수가 흔들렸다"면서 "(이)상욱이는 축하를 받아야 하지만 지금은 민수가 더 아쉽다"고 했다.

박민수는 도마 이후 평행봉과 철봉에서는 연기를 제대로 선보이지 못했다. 경기 도중 봉에서 내려와 고개를 숙였다.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자주 고개를 떨궜다. 앞선 경기에서 제대로 연기를 하지 못했다는 자책 때문이다. 주 감독은 "21일 치렀던 단체전 때처럼 즐기면서 해야 평소 실력 이상이 나오는데 오늘 민수는 그러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담아 설명했다.

주 감독이 꼽은 박민수의 가장 큰 부진 이유는 부상도 컨디션도 아니었다. 바로 멘탈이었다. 주 감독은 "민수가 너무 긴장했다. 그리고 욕심이 앞섰다"며 "과유불급이기 마련인데 의욕이 앞서다보니 몸이 굳어졌다. 그러다보니 실수를 한 다음 거기에 온 신경을 써 오히려 경기를 제대로 치르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가 전부는 아니다. 주 감독은 "민수는 아직 나이가 어리고 성장 가능성이 많은 선수"라며 "선수 본인이 가장 실망했겠지만 이를 계기로 성장해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많은 공부가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