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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한전 부지, 삼성전자-현대차그룹 '격돌'


자금여력은 충분, 정몽구-이재용 승부수 '주목'

[박영례, 정기수, 안광석기자] 한전 부지 매각이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의 2파전 양상이 됐다. 말 그대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또 삼성과 현대차그룹 등 재계 1위와 2위간 자존심 대결이 될 공산이 커졌다.

양사 모두 자금 여력은 충분한 상태로 한 치 양보없는 싸움이 될 전망이다. 18일 오전 결과 발표에서 어느쪽이 웃을 지 주목된다.

17일 삼성전자는 이날 4시 마감된 한전부지 매각에 전자 단독으로 입찰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 이날 오전 경영위원회를 열고 한전 부지 입찰 참여 등을 결정했다.

앞서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 계열사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를 확정했다.

이로써 서울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이라 불리는 한전 본사 부지의 새 주인 자리를 놓고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의 운명이 18일 오전 갈리게 됐다.

◆삼성전자 단독 입찰 참여 왜?

삼성그룹은 일찌감치 입찰 참여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현대차그룹과 달리 입찰 접수 직전까지 참가 여부를 드러내지 않았다. 과잉 경쟁으로 입찰가를 올려 무리한 낙찰에 따른 이른바 '승자의 저주'을 막는 포석이자, 막판까지 실익을 놓고 신중하게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입찰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와병중인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이 결단을 내리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었다.

재계가 삼성측 참여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속에서도 막판까지 조율 작업을 벌이는 등 삼성의 불참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 못한 것도 이때문이다. 주요 경쟁자인 현대차그룹이 어떤 형태의 컨소시엄을 구성할 지 막판 눈치작전의 측면도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삼성은 예상과 달리 대표 계열인 삼성전자가 단독 입찰에 참여하면서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초 재계에서는 삼성물산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할 가능성을 높게 봤다. 또 앞서 삼성생명이 지난 2011년 한전 인근 옛 한국감정원 본사 터를 매입한 바 있어 이를 연계해 삼성동 인근에 삼성계열 복합시설을 만들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최근 실적 둔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단독 입찰에 따른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했던 이유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최근의 수익성 하락에도 불구하고 2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본사 기준 30조원대, 연결기준으로는 60조원에 달해 여력은 충분한 상태다.

아울러 전자 계열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만큼 서울 핵심 지역에 전자계열의 거점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향후 한전부지가 삼성전자 계열의 복합단지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의 서초 사옥과 같이 임대 방식을 통해 다른 계열이 활용하는 방안도 물론 열려있다.

다만 삼성측은 구체적인 용도나 자금 조달 계획 등에서는 현재 함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현재로선 부지 활용 계획이나 자금 조달 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내일 입찰 결과가 나오면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삼성전자-현대차그룹 대결, 자금 여력은 충분

현대차그룹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 계열사가 컨소시엄을 구성, 한전부지 입찰 참여를 확정했다. 각 계열사간 정확한 참여 지분은 공개돼지 않았지만 현대차와 기아차, 모비스가 각각 5:3:2의 지분율이 유력시 된다.

현대차그룹의 경우는 당초 현대차 단독 참여 가능성이 거론됐던 상태. 현대차는 양재동 사옥과 부지를 단독으로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올 상반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 등은 본사 기준 17조원대, 연결기준은 42조원대 수준으로 역시 단독 입찰에는 무리가 없다.

다만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이는 등 현대차의 실적이 악화되고 향후 대내외 경영상황도 불투명한 상황인 만큼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주력 계열사들이 참여해 비용을 분담키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함께 참여한 기아차와 현대모비스의 현금성 자산도 각각 5조7천억원, 6조1천억원에 달해 역시 자금여력은 충분한 상태다. 현대차 그룹은 향후 이곳을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등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정몽구-이재용 누가 웃나

재계에서는 한전부지 인수전이 삼성과 현대차 2파전으로 좁혀진 가운데,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한전의 삼성동 본사 부지는 축구장 12개 규모(7만9천342㎡)로 작년 말 기준 장부가액이 2조73억원, 공시지가만 1조4천837억원(3.3㎡ 당 6천171만원)에 달한다. 감정가는 3조3천346억원이다.

인수 희망자는 감정가 이상의 인수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가장 많은 금액을 써낸 곳이 주인이 되는 경쟁입찰 방식이다. 입찰 참여기업들은 한전이 감정가를 토대로 내부적으로 정한 입찰 하한가를 넘는 가격을 써내야 한다. 이에 따라 최종 낙찰가는 4조~5조원가량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전부지 개발에는 감정가를 기준으로 해도 개발비용만 10조원 이상이 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개발수익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8조원 대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한전부지를 놓고 인수 과열양상이 빚어질 경우 가격만 높아지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삼성, 현대 양측 모두 한전 부지 인수를 위한 TF를 구성, 입찰 조건과 사업성 검토를 끝낸 상태. 양측 모두 이 부지를 일반 상업용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사업 수익성을 거론하기는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서울 요지에 남은 부지를 그룹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개발 수익 등으로 논하는 게 맞지 않다는 얘기다.

다만 이번 입찰이 재계 1위와 2위인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대결 이라는 점에서 결과에 따라 정몽구 회장이나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 등 경영능력 평가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부담이다. 양측 모두 한치 양보없는 대결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이 숙원 사업으로 밀어붙이던 뚝섬 삼표레미콘 부지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개발 계획이 무산되면서 이번 한전부지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입찰가를 놓고 높은 배팅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와병중인 만큼 이번 결과에 따라 그룹의 전략적 사업 결단 등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론 등에 더 힘을 받을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이번 입찰 결과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두 그룹 모두 최종 결정권자의 경영능력은 물론 정보력도 함께 평가받는 무대가 되는 만큼 탈락하는 그룹은 적지 않은 유무형상 타격이 불가피 할 것"이라고 봤다.

한편 한전부지 입찰은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전자입찰 시스템인 온비드(onbid.co.kr)를 통해 진행된다. 입찰 진행상황은 사전에 공개되지 않는다.

한전은 18일 오전 10시 최종 낙찰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낙찰자는 계약일로부터 1년 이내에 인수대금을 세 차례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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