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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애의 기억' 이권 감독의 배우 활용법(인터뷰)


송새벽·강예원 외에도 아이돌 등 신인 배우들과 작업

[권혜림기자] 영화 '내 연애의 기억'(감독 이권·제작 ㈜아이엠티브이)을 연출한 이권 감독은 흥미로운 필모그래피를 지녔다. 드라마와 영화, 뮤직 비디오와 CF의 연출 작업을 자유롭게 오갔다. 처음부터 의도된 행보는 아니었다. 장편 상업 영화로 데뷔를 준비하던 중 프리프로덕션 단계가 지나치게 늘어졌고, 몇 년을 흘려보냈다. 30대가 훌쩍 지나가버릴지도 모를 상황에서 감독은 "늙기 전에 하고싶은 것을 다 해 보자"고 결심했다.

영화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2007) 연출을 제안받은 것도 그 즈음이었다. 여전히 영화에 발을 담그고 있는 상태였지만 "내 색깔이 묻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연출 제의를 수락했다. 이후 tvN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 밴드'(2012)를 통해서도 대중과 가까이 호흡했다.

공교롭게도 모두 '꽃미남'을 타이틀에 붙인 청춘물이었다. 언뜻 두 작품은 전형적인 장르 시스템을 따른 상업 콘텐츠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하지만 이는 곧 신선함의 미덕을 의미하기도 했다. 보기 드물게 감각적이었고, 자유분방했다. 코미디와 로맨스, 스릴러가 흥미롭게 조응한 '내 연애의 기억'에서도 감독의 영리한 연출력이 묻어났다.

'내 연애의 기억'은 번번히 연애에 실패하던 은진(강예원 분)이 운명적으로 만난 남자 현석(송새벽 분)과 인생 최고의 연애를 이어가던 도중, 그에게 숨겨진 믿을 수 없는 비밀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7월 제1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폐막작으로 공식 상영됐다.

영화의 개봉을 맞아 조이뉴스24와 만난 이권 감독은 "굉장히 긴장했었는데 부천국제영화제 당시 반응이 생각보다 괜찮았다"며 "영화 관계자들과 내부 시사를 했을 땐 웃지도 놀라지도 않는 반응이었는데, 일반 관객이 많이 웃는 것을 보며 대중적 교감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로맨틱코미디를 예상케 하는 영화의 제목과 발랄한 분위기의 포스터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영화가 부천에서 첫 공개됐다는 사실이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연애의 기억'의 장르는 복합적이다. 은진과 현석의 달달한 로맨스가 극의 초중반부를 이끈다면, 현석의 비밀이 드러나는 후반부는 스릴러에 가까운 긴장감을 안긴다.

결혼을 앞둔 연인의 섬뜩한 과거를 알게 된다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 관객 역시 주인공 은진의 상황에 몰입할 법하다. 이권 감독은 "관객들이 그런 고민을 하며 극장을 나선다면 나름대로 성공한 것 아닐까 싶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이어 "영화를 '은진의 성장담'이라고 표현했는데, 그런 과거를 모두 껴안기는 힘들지 않겠냐"고 답을 이어 간 감독은 "극 중 현석의 상황은 영화적인 표현이지만, 일상에서 연애를 할 때도 상대의 단점을 발견할 때가 있고,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남자의, 이 여자의 이런 면이 정말 싫지만 정말 아끼고 좋아하면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 이 감독은 "사랑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그 외형은 계속 변하는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번 영화의 두 주연 배우 송새벽과 강예원은 평소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는 관계다. 로맨스 연기 역시 그 덕에 더욱 자연스럽게 완성됐다. 감독은 "워낙 친한 사이의 배우들이라 편하게 연기하더라"며 "두 사람은 각자 실제 모습과 캐릭터 사이에 비슷한 면이 있었다"고 알렸다. "강예원은 은진처럼 단도직입적이며 솔직하고, 송새벽은 생각도 배려도 많다"는 것.

'내 연애의 기억'에선 베테랑 배우 송새벽·강예원과 호흡했지만, 감독은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에선 인기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들과, '닥치고 꽃미남 밴드'에선 모델 출신 연기자 성준·김현준, 인피니트의 멤버 엘, 밴드 메이트로 활동했던 이현재 등과도 함께 작업했다. 연기에 능숙한 배우들은 물론이고 날것의 연기를 선보인 신인들과도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감독은 "(신인 배우들이) 기분 나빠할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이들에겐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느낌이 있다"며 "연기를 주문하지는 않지만 '너희 마음대로 해 봐'라며 놀이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연출을 했었다"고 돌이켰다. 그는 "경험이 많은 배우들과 함께 하는 작업은 신인들과는 다른 영역인 것 같다"며 어린 친구들의 연기에선 엉뚱한 것이 나온다. 대중적으로 그것이 더 재밌거나 신선하면 성공하는 셈"이라고도 말했다.

극 중 은진의 남동생 은결 역을 연기한 신인 김현준과는 '닥치고 꽃미남 밴드'에 이어 다시 만났다. 김현준은 영화 '한공주'(2014) 속 섬뜩한 일진 이미지를 벗고 해병대 출신의 천진난만한 청년으로 분해 변신에 성공했다. 감독은 "'닥치고 꽃미남 밴드'에서 김현준을 발견했는데, 당시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를 귀엽고 찌질한 아이로 만드는 모습이 재밌더라"며 자신이 발굴한 신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감독은 "배우가 본래 가진 면모들에서 캐릭터를 끄집어내려 한다"며 "김현준의 경우 그게 잘 맞았다. '한공주' 속 모습보다 이번 영화에서의 캐릭터가 김현준의 실제 성격과도 비슷하다. 앞으로도 잘 됐으면 한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내 연애의 기억'에는 강예원과 송새벽, 김현준 외에도 은진의 절친한 동생 역으로 배우 박그리나가 출연했다. 영화는 지난 20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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