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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화]['명량' 천만③]'특급흥행' 뒤에 드리운 그림자


역대 최단 개봉 12일만에 천만 돌파

[정명화기자] 이순신 장군을 주인공으로 '명량대첩'을 영화화한 '명량'이 한국영화사 최단 천만관객을 돌파했다.

'명량'은 개봉 12일만에 1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괴물'이 세운 21일만의 천만 돌파 기록을 무려 9일이나 단축시켰다.

지난 9일 개봉 11일만에 역대 최단 9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괴물'과 '도둑들'보다 8일 빠른 900만 돌파 기록을 세웠다.

개봉 이후 줄곧 최단, 최고의 흥행기록을 쓴 '명량'은 한국영화사에 전무후무한 역사를 남기며 역대 최단 천만 돌파작이 됐다.

영화는 개봉 이후 흥행에 성공하며 점차 입소문을 타고 중장년층과 가족 단위 관객을 불러모으며 장기 흥행세로 접어드는 기존의 천만 돌파작과는 확연히 다른 길을 걸어왔다.

개봉 첫날부터 한국영화 오프닝 스코어 기록을 세운 '명량'은 초반부터 중장년층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며 입소문의 영향 없이 줄곧 흥행파워를 올렸다. 이순신 장군이라는 익숙한 소재, 어려운 사회적 정서에 어필하는 호쾌한 스토리 등은 거부감 없이 일반 대중을 극장으로 불러모았다.

그러나 '명량'의 전무후무한 흥행 기록 앞에 우려의 목소리와 비판적인 시선도 함께 했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어느 작품에나 존재하지만, '명량'은 흥행파워만큼 구설수도 거셌다.

대기업 등에 업은 스크린 독과점 논란

비단 '명량'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한국영화계 넘버1 기업 CJ엔터테인먼트의 투자 배급이라는 막강한 파워를 등에 업은 '명량'은 '괴물', '도둑들', '트랜스포머4' 등이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휘말린 것처럼 비난의 시선을 피해가지 못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국내 총 스크린 수는 2천584개에 이른다. 이중 '명량'은 개봉일 1천250개로 시작해 점차 스크린을 늘려 가며 1천400여개, 1천500여개까지 스크린을 확대했다.

국내 스크린의 절반 이상을 '명량'이 차지하면서 같은 시기 상영된 영화 30여편이 절반의 스크린을 나눠먹는 양상이 됐다. 여기에는 '군도 : 민란의 시대'같은 한주 차 개봉 대작과 할리우드 화제작, 애니메이션 등이 모두 포함됐다. 관객들은 자신이 원하는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점차 박탈당하고 획일적인 관람 행태를 보일 수 밖에 없는 현상에 대해 자조적인 시선을 보냈다. '방학을 맞은 아이와 보려 했던 애니메이션의 상영관을 찾을 수 없고 그나마 찾은 곳은 시간대가 맞지 않는다', ''명량' 아니면 볼 영화가 없다'는 불만이 속속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량'은 시장원리에 충실했다는 입장이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배급 파워가 아무리 세다 하더라도 관객이 찾지 않는 영화는 곧 스크린에서 내릴 수 밖에 없다. '명량'이 1천400개 스크린에서 상영된 개봉 첫주 좌석 점유율은 86%를 기록했다. 사석(死席)과 조조, 심야 상영대를 감안하면 거의 모든 좌석이 매 시간 매진된 셈이다. 스크린이 많아도 보지 못했다는 관객도 많은 상황이라 철저한 시장논리에 따른 것뿐이다"라고 항변했다.

해외 영화 산업의 경우 비디오와 DVD, VOD 등 부가판권 판매로 얻는 수익은 많게는 40%, 적게는 30% 정도에 이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90% 이상이 극장 수익이다. 부가판권으로 거둘 수 있는 수익이 적은 만큼 모든 수익과 리스크가 극장 흥행에 달려 있는 셈이다. 그만큼 극장 개봉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만큼 스크린 수 확보와 상영일수는 중대한 문제다.

기형적 영화산업과 대중들의 쏠림 현상이 맞물리면서 한국 영화산업의 독과점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올 여름 4편의 대형 한국영화가 일주일 차로 개봉하면서 메이저 투자 배급사의 작품들 역시 막대한 리스크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 먹고 먹히는 시장 논리에 절대 강자, 영원한 승자는 없다.

'명량', 졸작 이슈에 불거진 완성도 논란

'명량'은 가열찬 흥행 속도와 연이은 기록 등 화려한 수식어를 달며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큰 이견 없이 흥행세를 올려왔다. 61분에 이르는 해상 전투 신과 이순신 장군이라는 소재에 관객은 열광했다.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호평과 흥행기록이 이어지면서 연일 신기록을 올린 가운데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자신의 SNS에 "'명량'은 졸작"이라고 가감없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진 평론가는 "이순신의 인기에 기댄 것"이라는 글로 '명량'의 흥행에 찬물을 끼얹었다.

관객의 취향과 개성에 따라 모든 영화는 호불호가 엇갈린다. 상업영화 '명량'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작품으로 큰 무리 없는 완성도와 오락성을 선보인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보는 시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건전한 비평은 누구나 가능하며 한국영화의 질적 완성도를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애국심을 부추기는 편향된 태도나 예의를 잊은 비난은 영화에 흠을 내고 건전한 비평 문화를 저해하게 된다. 영화의 완성도는 관객 개개인의 시선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명량'이 과연 천만영화의 자격을 갖추었는가는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평가할 몫이다.

조이뉴스24 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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