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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할타자' 염갈량, 후배들 위한 진심 조언


"앞을 바라봐라"…자신의 현역 시절 떠올리며 후배들 성장 바라

[정명의기자]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의 현역 시절 통산 타율은 2할이 채 되지 않는 1할9푼5리다. 그다지 화려한 현역 생활은 아니었던 셈. 그러나 감독이 된 이후에는 넥센을 강팀 반열에 올려 놓으며 성공적인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제갈공명의 지략을 빗대 '염갈량'이라는 근사한 별명도 얻었다.

그런 염 감독이지만 자신의 현역 시절은 '실패'로 단정짓는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프로에서 10년을 뛰었던 경력이다. 스스로에 대한 냉혹한 평가는 넥센 선수들을 포함해 후배들이 더 크게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과 닿아 있다.

프로야구의 감독은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자리다. 아무리 강팀이라도 한 시즌에 승률 7할을 넘기는 어렵다. 강팀이라도 10경기를 하면 3~4경기는 지게 돼 있다. 패한 경기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바로 감독이다. 경기에서 패하면 비난의 화살은 감독을 향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넥센을 창단 첫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려 놓은 뒤 올 시즌도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염 감독. 그런 그도 팬들의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극소수지만 일부 팬들은 염 감독을 '1할 타자 출신 감독'이라 폄하하기도 한다.

염 감독은 "인생에서 선수로 한 번 실패를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소리도 듣는 것"이라며 스스로 꺼내기 쉽지 않을 말을 입 밖에 냈다. 염 감독이 자신의 현역 시절을 실패라 단정지으며 썩 유쾌하지 않을 과거를 들춘 것은 후배들에 대한 진심어린 조언을 위해서였다.

염 감독은 "원래 프로에 갈 생각이 없었다. 대학 4학년이 돼서야 프로에서 한 번 뛰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프로 입단 후에는 들어온 김에 주전은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마다 열심히 하긴 했다"며 "운 좋게 신인 때부터 주전이 됐고, 집 앞에 팬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그런데 거기에 만족해 버렸다. 그러니까 1할을 쳤던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염 감독이 후배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바로 현재의 상황에 만족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나도 다 해봤기 때문에 (현재에 만족하고 있는 선수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며 "나도 1996년 (박)진만이가 들어오면서 밀렸다. 그 때 김재박 감독님 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지나고보니 남 탓 할 것이 아니더라"고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이어 염 감독은 "주전이면 톱이 되려고 하고, 톱이 됐으면 그 자리를 지키려 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더 큰 무대로 눈을 돌리고, 계속해서 앞으로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후배들에게 현재에 만족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자신의 과오를 후배들이 되풀이하지 않길 바라는 선배의 진심이었다.

염 감독이 현역 시절에 대해 가장 아쉬움을 갖고 있는 부분은 896경기 출전에 그치며 1천경기 출전을 달성하지 못한 것. 염 감독은 "주전으로 뛰었던 4년 동안 팀이 계속 꼴찌를 했다. 그래서 그 땐 시즌 막판 20경기 정도가 남으면 일부러 아프다고 하고 경기에서 빠졌다"며 "그 때 그러지 않았으면 1천 경기를 넘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남는 게 없고, 지금 다 돌려받고 있다"고 말했다.

성공한 지도자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현역 시절에 대한 아쉬움은 남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염 감독에게 자신의 현역 시절은 그리 좋은 기억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후배들이 커나가길 바라는 마음에 자신의 상처일 수 있는 부분을 드러냈다. 사령탑의 진심을 담은 소통이 넥센을 강팀으로 만들고 있는 원동력일지도 모를 일이다.

/정명의기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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