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또 다른 '박지성'이 되고 싶은가

[최용재기자] 축구 선수 박지성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국 축구 역사에서 이렇게 성공적인 활약을 한 선수가 또 등장할 수 있을까. 2002년 이후 10년이 넘도록 한국 축구는 '박지성의 시대'였다.

박지성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2010 남아공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의 중심이었다. A매치 100경기를 소화한 박지성은 한국 대표팀의 '상징' 그 자체였다. 박지성이 없는 대표팀은 상상할 수 없었다. 한국 축구의 영광에는 항상 박지성이 있었다.

그리고 PSV 에인트호번에 입단하며 축구의 대륙 유럽의 문턱을 넘은 박지성은 한국인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다. 그것도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일원이 됐다. 박지성을 필두로 재능 있는 한국 축구선수들에게 유럽의 문이 활짝 열렸다. 박지성은 유럽 진출의 개척자였다.

이런 박지성이 현역 은퇴를 했다. 무수한 영광을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한국 축구팬들은 축구 선수 박지성과 이별해야 한다. 그가 남긴 추억이 너무나 강렬했기에 쉽게 이별을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현실이 됐다. 축구팬들은 아쉬운 마음을 접고 그동안의 추억에 감사하며 박지성과의 이별을 받아들였다.

박지성이 떠난 지금, 이제 축구팬들은 '또 다른 박지성'을 기다리고 있다. 스타가 떠나면 또 다른 스타가 등장하는 법이다. 한국 축구에 다시 한 번 박지성과 같은 영향력과 가치를 지닌 슈퍼스타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누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 지금으로서는 누가 될 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박지성이 자신과 같은 선수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또 박지성의 스승 거스 히딩크 감독이 박지성처럼 살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 또 다른 박지성이 되고 싶다면 그들이 전한 메시지를 가슴 속에 새겨야 한다.

◆박지성 "기본, 기본, 또 기본"

박지성이 가장 강조한 것은 기본이었다. 요행, 꼼수, 편법이 아닌 노력과 땀방울이었다. 눈앞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포기하지 않으며, 올곧은 길로 올곧게 가는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일, 해야만 하는 일이다. 하지만 알고는 있지만 행동으로 실행하는 이들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기본을 지키는 것은 가장 쉽지만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박지성은 이 기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키고 수행했다. 결국 기본을 지키는 자가 성공한다.

박지성은 현역 은퇴 기자회견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얼마나 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는 마음이 강하냐는 것이다. 유혹을 떨쳐내고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누구나 다 가능성이 있다"며 기본을 강조했다.

이런 기본은 박지성의 단점을 극복하게 만들었다. 작은 체구, 아주 빠르지 않은 스피드, 그리고 평발까지, 그는 축구 선수로서 좋은 조건을 갖춘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박지성은 최고의 선수가 됐다. 박지성은 '축구는 덩치가 크다고, 빠르다고 잘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스승의 말을 가슴에 새긴 채 그라운드에 나섰다.

◆히딩크 감독 "유럽 진출은 단계적으로"

슈퍼스타 박지성 탄생에 빠질 수 없는 스승, 거스 히딩크 감독. 그 역시 또 다른 박지성이 되고 싶은 후배들에게 조언을 던졌다. 그리고 따끔한 충고도 던졌다.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축구에 대한 열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성공적인 유럽 진출과 유럽 정착을 꼽았다. 박지성의 성공은 유럽에서의 성공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박지성이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 '단계적 유럽 진출'이었다.

박지성은 처음부터 빅리그로 향하지 않았다. 네덜란드 리그의 PSV 에인트호번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인정받은 후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향했다. 이렇게 단계를 밟은 것이 박지성의 유렵 무대 성공을 만들 수 있었다.

히딩크 감독은 "에이전트이건 부모이건 처음부터 큰 계약, 돈을 바라며 빅리그로 가기 위한 노력보다 단계적으로 더 높은 레벨로 가려는 그런 노력이 박지성에게 있었다. 이것이 한국 선수들이 유럽으로 진출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박지성이 좋은 교훈을 보여줬다. 한국 선수들 최고의 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실행하지 않고 실패한 선수들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충고했다.

박지성 이후로 한국 선수들이 유럽으로 진출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게 됐다. 하지만 박지성처럼 단계를 밟아 올라가는 이들을 보기는 여전히 드문 일이다. '묻지마 유럽 진출'이 성행하고 있다. 유럽이라 하면, 그것도 빅리그 팀이라고 하면,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진출하고 보자는 식의 행태는 실패의 위험이 크다.

자신의 가치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자신이 뛸 수 있는 현실적인 팀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경쟁력을 인정받은 후 더 큰 무대를 노려야 한다. 축구의 대륙 유럽은 한국 선수들에게 여전히 호의적이지 않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 선수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한 이유다.

또 다른 박지성이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가장 쉬운 방법이 있다. 박지성처럼 하면 된다. 박지성이 걸었던 길을 따라가면 된다. 문제는 박지성 따라하기가 가장 쉬운 방법이자 가장 '어려운 방법'이라는 것이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