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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홍명보호, WC 역사상 처음 '지탄'받고 있습니다


개인 역량 높아지니 투지는 낮아져, '투혼' 의미 되새기길

[최용재기자]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그리고 총 8회 월드컵 본선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그 때마다 국민들의 뜨거운 환호와 응원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였기 때문입니다. 국가대표의 자격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무대에 도전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이 축구 약소국인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화려한 성적과 세계적 강호를 무너뜨리는 모습을 기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국가대표로서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국민들에게 결실이 아닌 희망을 전해주면 됐습니다. 세계적 강호들을 상대로 투지와 끈기를 보여줬으면 됐습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열정만 확인하면 됐습니다.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모든 국민들이 한 마음이 돼서 월드컵 대표팀을 응원했습니다. 성적이 좋으면 함께 웃고, 성적이 나쁘면 함께 울고, 국민들은 그렇게 국가대표를 지지했습니다.

그런데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총 9번째 월드컵에 나서는 한국 대표팀은 상황이 이전과는 다릅니다. 월드컵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국민들은 태극전사들을 위해 한 마음으로 응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비난과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월드컵 도전 역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한국 축구 최초로 지지가 아닌 '지탄' 받는 대표팀이 등장한 것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걸까요?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2014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은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많은 논란을 만들어온 대표팀일 것입니다. 기성용 SNS 논란, 박지성 발탁 논란, 정성룡 경기력 논란, 대표 후보들의 조기 귀국 논란, 황제 훈련 논란, 박주영 발탁 논란, 이명주 탈락 논란, 박주호 재발탁 논란, 엔트 의리 논란, 그리고 기성용 왼손 경례 논란까지, 이런저런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논란이라는 것은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기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지 않기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홍명보 감독님께서 많은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고 이해하지 못할 일들을 많이 해 오셨다는 의미입니다. 처음에는 홍 감독의 행보나 결정 사항에 반대하는 이들이 소수였습니다. 어떤 일이건 비판적인 시각이야 있을 수 있습니다. 지도자라면 이들을 지지 쪽으로 바꿨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월드컵이 다가올수록 홍명보호에 대한 지지보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논란 속에서도 하나의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이미 많은 비판을 받은 홍명보호이기에, 이제는 최종엔트리도 다 정해졌기에, 더 이상의 비판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과정이야 뒤틀렸지만 이제는 한 마음으로 홍명보호를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대표팀을 비난해서 득 될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비난은 월드컵이 끝난 후에 결과를 보고 해도 늦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아무리 미워도 한국 축구를 걸머진 월드컵 대표팀입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기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래서 모두가 한 마음으로 홍명보호를 지지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흐름은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한 마음은 맞습니다만 안타깝게도 한 마음으로 홍명보호를 '지탄'하고 있습니다.

튀니지와의 출정식에서 0-1로 패배하자 참고 있던 팬들이 일부 들고 일어났습니다. 가나와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0-4로 대패하자 홍명보호는 그야말로 비난으로 초토화되고 있습니다. '월드컵이 끝난 후에 비판을 하자'라는 공감대는 순식간에 무너졌고, 한 마음, 한 뜻으로 홍명보호를 향해 화살을 쏘고 있습니다.

엔트 의리 논란, 박주영 논란, 기성용 논란, 정성룡 논란 등 이전의 논란들을 다시 꺼내 홍명보호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지금 대표팀의 하락세와 무기력함이 앞선 논란들을 제대로 불식시키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정이 정당하지 못했으니 결과도 이렇다고 일반화시키고 있습니다.

비아냥거림의 연속입니다. 역사상 가장 기대가 되지 않는 대표팀이라고 합니다. 엔트 의리로 뭉친 대표팀의 졸전을 기대(?)한다는 말까지 합니다. 브라질 월드컵 16강에서 탈락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바꾸는 대표팀의 대개혁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이렇게 지탄받는 대표팀은 역사상 처음입니다.

국민들의 분노와 지탄, 최종 평가전에서 대패했다고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당시에도 최종 평가전에서 프랑스에 2-3으로 졌습니다.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도 가나에 1-3으로 패했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 직전 스페인전에서도 0-1로 패했습니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대표팀을 지지했습니다.

평가전에서는 졌지만 본선에서의 희망을 봤기 때문입니다. 본선에서의 희망이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희망이 아닌, 어떤 팀과 만나도 물러서지는 않고 한국 축구 특유의 투지를 보여줄 것이라는 희망이었습니다. 16강 진출에 대한 확신보다는 16강 진출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다는 열정을 봤기 때문에 그들을 지지했습니다.

이전 선배들은 경기에서는 져도 부끄러움이 없었습니다. 국민들 앞에서 당당했습니다. 국가대표다운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국가대표로서 최선을 다해 뛰었고, 국민들의 기대에 투지와 열정으로 보답했기 때문입니다. 강호와의 수준차를 한 발 더 뛰며 좁혔습니다. 기적도, 최선을 다했을 때 나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홍명보호는 어떻습니까. 그들에게서 투지와 열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설렁설렁, 겉멋' 등의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물론 2014년 현 시점에서 축구가 투지로만 되지는 않습니다. 더 이상 투지와 열정만을 강조하기에는 시대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많은 선수들이 유럽에 진출해 선진 축구를 몸에 익혔습니다. 그들에게는 투지보다 기술, 테크닉이 더욱 중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홍명보호 선수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분명 과거 선배들보다 개인적인 기술과 역량은 뛰어납니다. 그런데 그 기술과 역량 이전에 '기본'이 부족해 보입니다. 기본은 최선을 다해 뛰는 것입니다. 투지와 열정이 기본입니다. 투지와 열정은 따로 연습하고 노력해야 갖추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몸에 녹아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개인 역량이 높아졌다고 투지가 낮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투지는 옵션이 아니라 기본이고 필수조건입니다.

개인 역량이 딸리는 선배들은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기본에 충실한 것밖에 없었습니다. 그 기본에 충실하니 기적도, 신화도, 감동도 탄생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개인 역량이 출중한 대표선수들은 기본을 잊고 있습니다. 투지와 열정 속에 개인 역량을 더하면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데, 그것을 하지 않습니다. 개인 능력을 과신하기에 기본을 잊은 것일까요. 어떻게 하면 더 멋지게 공을 찰까만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상대와 수준차가 나지 않으니 죽도록 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탄 받는 것입니다. 기본이 보이지 않아 비난하는 것입니다. 투지를 잃었다는 인식이 강하게 박혔습니다. 투혼이 없습니다. 이전 선배들이 보여줬던 붕대 투혼, 몸을 던지는 투혼, 패배 후 그라운드에 쓰러져 눈물을 흘렸던 투혼 등.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홍명보호는 지탄의 대상이 됐습니다. 경기에 져도 국민들은 투혼에 박수치고 투혼에 감동을 받습니다.

국민들의 마음이 하나가 돼도 16강에 갈 수 있을지 모르는데 지금의 상황으로서는 분명 비관적입니다. 국민들이 외면하는 대표팀은 성적을 낼 수 없습니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것은 국민들은 아직까지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대가 없다면 비난도 하지 않습니다. 지금 지탄을 하는 것은 마지막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월드컵 본선 첫 경기 러시아전까지 1주일 남았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입니다. 1주일 동안 많은 변화가 일어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홍명보호는 작은 변화로도 반전을 꾀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바라는 모습, 선배들이 보여줬던 모습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마음가짐만 바꾸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 이런 분위기로 월드컵 본선까지 허망하게 끝나면 한국 축구에 희망도 미래도 사라집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홍명보호는 무언가 보여줘야 합니다. 기본이라도 보여줘야 합니다. 이전에는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하나로 뜨거웠고, 대한민국 국가대표라는 자긍심 하나로 국가대표다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국민들과 선배들을 위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부끄럽게 만들지는 말아 달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태극전사들은 대표팀 유니폼 뒤쪽에 무엇이라 쓰여 있는지 한 번 보십시오. 유니폼 뒤쪽 상단에 두 글자가 박혀 있습니다. '투혼'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태극전사들은 왜 이 두 글자를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유니폼에 새겨 넣었는지, 그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마이애미(미국)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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