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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애플 합의, '특허전 화해무드' 신호탄?


"실익 적은 싸움" 인식…'삼성vs애플'에도 영향 미칠듯

[김익현기자] 화해무드가 시작된걸까? 아니면 서로 골치아픈 건만 떼낸 걸까?

치열한 특허전쟁을 벌였던 애플과 구글이 소송을 취하하기로 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 16일(이하 현지 시간) 모토로라 특허 소송을 포함한 20여건의 분쟁을 모두 취하하기로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글과 애플은 이날 특허 소송 취하에도 불구하고 포괄적인 특허 라이선스 협약을 체결하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건과 별건인 노텔 특허권 관련 소송은 그대로 진행된다. 또 애플이 삼성과 공방 중인 특허 소송 역시 현재 상태론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과 애플의 이번 합의는 최근 모바일 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특허전쟁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 모두 ‘실익 없는 싸움’이란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항소법원이 '애플-구글' 소송 기각하면서 화해 급물살

구글과 애플의 특허 분쟁은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모토로라가 애플을 상대로 스마트폰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애플이 곧바로 맞제소하면서 판이 커지게 됐다.

애플과 모토로라 소송이 진행되는 와중에 변수가 생겼다. 구글이 2012년 모토로라를 125억 달러에 인수한 것. 그 때부터는 모바일 시장 양대 강자인 애플과 구글간 소송으로 확대됐다.

애플은 이번 소송에서 삼성과 특허전쟁에서도 쟁점이 됐던 데이터 태핑 특허(647 특허)로 구글을 압박했다. 이 외에서 실시간 API(263) 특허와 함께 ‘잡스 특허’로 불렸던 터치스크린 관련 특허(949 특허) 등도 동원했다. 반면 구글은 이번 소송에서 표준특허권(898)으로 애플을 공격했다.

애플 647 특허권을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특히 애플 특허와 달리 안드로이드에서는 데이터 태핑이 별도 서버에서 구현된다는 구글 측 주장을 받아들일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시카고 지역법원에서 벌어진 1심 소송에선 리처드 포스너 판사는 양측 모두에 만족할만한 결과를 안겨주지 않았다. 애플은 특허 범위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잡았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반면 구글은 표준특허권에 대한 로열티를 제대로 계산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그러자 양측은 모두 항소를 했다. 지난 달 연방항소법원은 1심 판결을 기각했다. 표준특허권 관련해선 포스너 판사의 판결 취지는 받아들이면서도 ‘당위위법(pre se law)’을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항소법원은 애플 647 특허권의 범위를 좁게 해석한 포스너 판사의 해석은 그대로 수용했다. 이에 따라 애플 특허권과 달리 안드로이드 기기는 별도 서버에서 데이터 태핑 기술을 적용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기술이라는 구글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구글과 애플은 파기 환송심을 계속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상호 취하에 합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항소법원에서 기각된 소송을 시카고 지역법원에서 다시 시작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양측은 이날 법원에 제출한 문건에서 “소송 비용은 각자 부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과 소송 대합의 가능성도 조금씩 고개 들어

구글과 애플이 모토로라 소송을 털어내게 된 데는 최근 끝난 삼성과 애플 간 2차 소송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애플이 2차 소송에서 안드로이드 선봉군인 삼성에 결정타를 날리는 데 실패하면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기 힘들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트너의 밴 베이커 애널리스트는 새너제이머큐리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달 초 끝난 애플-삼성 소송이 뚜렷한 승자 없이 마무리된 것이 이번 합의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양측은 그 동안 (소송 때문에) 시간과 돈을 허비해 왔을 뿐 아니라 각사 기기들에 포함된 기능들 역시 불확실한 상태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번 합의는 이런 많은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뉴스가 아닐 수 없다”고 진단했다.

물론 양측의 이번 합의는 모토로라 소송 건에 한정된 것이다. 애플이 주도하는 록스타 컨소시엄과 구글을 비롯한 안드로이드 업체간 소송은 합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애플이 삼성과 벌이고 있는 특허 소송이다. 애플은 삼성과 1차 소송에서 10억 달러 가까운 배상 판결을 받아낸 데 이어 2차 소송에서도 1억2천만 달러 배상 판결을 이끌어냈다.

따라서 애플이 지금 당장 삼성과 소송을 취하할 가능성은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두 소송 간 상황 변화를 살펴보면 극적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애플은 지난 2012년 끝난 1차 소송에선 특허 침해 건수 10대 0의 완승을 거뒀다. 평결불복심리 과정에서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당시 배심원들은 삼성에 ‘징벌적 제재’에 가까운 평결을 했다.

하지만 최근 끝난 2차 소송은 상황이 다르다. 애플이 승리하긴 했지만 완승이라고 하기 힘들었다. 오히려 핵심 무기인 647 특허권의 범위가 대폭 축소되면서 항소심에선 승리를 장담하기도 힘든 상황으로 내몰렸다.

1차 소송 배상금 문제만 잘 해결될 경우엔 애플 입장에서도 삼성과 소송을 계속할 실익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피해 최소화→출구전략, 특허 소송 향후 과제로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때 미국 특허청 실리콘밸리 지원에 근무했던 닐 스미스는 새너제이머큐리뉴스와 인터뷰에서 “애플과 구글 간 합의가 남아 있는 스마트폰 관련 특허 분쟁을 해결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애플 입장에서도 안드로이드 폰에 있는 특정 기능을 특허 침해를 이유로 제재하는 것이 갈수록 힘들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과의 2차 소송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승자에게 돌아가는 전리품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스미스는 이런 상황을 근거로 “삼성과의 합의 가능성 역시 시야에 들어왔다고 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이런 전망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모토로라와 삼성은 애플에게 주는 압박감 자체가 다르다. 삼성은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계속 강자로 군림하기 위해선 꼭 넘어야만 하는 상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허 전쟁이 갈수록 미궁 속으로 빠질 경우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몸을 빼는 전략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어쩌면 ‘스마트폰 시장 선발주자’인 애플에겐 삼성과의 특허 소송이 베트남 전에 참전했던 미군과 비슷한 고민거리로 대두되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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