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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주]'섹시한 프레임'에 휘둘리는 게임 규제


학부모 정서만 달래주는 미봉책 피해야

[강현주기자]영화 '7번방의 선물'에는 누명을 쓴 주인공이 살인범이라고 확정 판결을 받게 됐을 때 환호하는 유가족들의 장면이 나온다. 물론 주인공은 범인이 아니다.

또한 지난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이 제기되자 이 의심은 희생자의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준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영화 '7번방의 선물'과 천안함 사건에서 기자가 발견한 공통점은 극한의 감정에 빠져있는 이들에게는 사안에 대한 정확한 정보 파악 욕구보다 '원망을 쏟아낼 대상'이 명확해지는 것에 대한 욕구가 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기자가 보기에 요즘의 게임 규제 이슈는 앞의 두 사례와 닮았다는 느낌이다.

사랑하는 자녀의 게임 과몰입에 마음이 상한 부모들에게는 청소년 게임중독의 복합적인 원인을 정확히 따져 근본적인 문제부터 하나하나 풀어보자는 어려운 제안보다는 '게임' 자체를 명확한 원망 대상으로 만들어 주는 프레임이 훨씬 쉽고 매력적일 것이다.

여성가족부의 강제적 셧다운제, 신의진 의원의 게임중독법 등 게임을 겨냥한 칼날에 학부모들의 지지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그 지지는 학부모들의 이 같은 심리에서 비롯된 것일 수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헌법재판소의 '강제적 셧다운제' 합헌 판결 역시 유감이다.

7명의 재판관들은 합헌 결정에 대한 나름의 이유들을 내세웠지만 여전히 빈약한 논리로 납득이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자정부터 6시까지 청소년의 수면 '권리'를 보장한다면서 사실상 수면 '의무'를 강요하며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 게 아닐까?

'쉽게 접속하기 때문에 장시간 사용한다'는 게 중독성의 근거라는데 쉽게 접속 가능한 인터넷 놀이가 어디 게임 뿐이겠는가. '유해한 게임'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규제를 일괄 적용하면서 왜 명확성 원칙에 위배 안된다는 것인가. 교통사고도 자동차 자체가 원인이 아니듯 게임 과몰입의 원인이 '게임' 자체가 아니란 생각은 왜 못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처럼 납득이 안가는 세부사항들이 많지만 거두절미하고, 근본적으로는 '게임 중독의 원인은 게임이다'라는 편리한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함이 문제라고 본다.

솔직히 기자가 게임 중독 자녀를 둔 부모 입장이라도 내 자식이 자정에 게임을 하기 보단 공부를 하거나 다음날 수업을 위해 잠을 자길 원할 것 같다. 그런 이유로 내심 셧다운제가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정서'에만 부합하는 결론을 내는 게 비극의 재발 방지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일시적 감성 터치 기능만 제공하는 미봉책을 해결책이라 제시한다면 오히려 피해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근본적인 청소년 게임 과몰입 원인인 과도한 입시 스트레스, 부모와의 소통부재 등 사회전반에 걸친 문제를 외면하고 오롯이 '게임'에만 분풀이 하는 식으로 제도를 정하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헌재 재판관들을 비롯해 청소년 보호가 목적이라는 규제 옹호론자들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부모의 마음으로 판결했다는 재판관들도, 게임중독법에 대한 학부모 지지가 높다고 주장하는 신의진 의원도 게임 중독이란 비극의 원인을 '게임' 자체에 떠 넘겨 버리는 '쉬운 길'을 택하려는 안주는 없었는지, 믿고 싶은 것만 믿고자 하는 이들의 정서에 부합하는 쉽고 섹시한 프레임에 현혹된 것은 아닌지 돌아봐 주길 바란다.

강현주기자 jj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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