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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포수 임태준 '8년 동안의 기다림'


1군 데뷔전서 안타까지 '잊을 수 없는 롯데전 7회'

[류한준기자] 실감이 나지 않았다. 1군 엔트리 합류 통보를 받았을 때도 그라운드를 직접 밟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덕아웃에서 팀 동료들, 그러나 자신과 함께 운동을 한 시간은 많지 않았던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을 때 출전 지시가 떨어졌다.

프로 8년차 넥센 히어로즈 포수 임태준은 2014년 4월 23일을 잊을 수 없다. 그는 이날 2007년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임태준은 당일 퓨처스(2군)리그에서 1군으로 왔다. 염경엽 감독은 박동원을 2군으로 내리는 대신 임태준을 1군 '콜업' 했다.

임태준은 지난해 1군 데뷔전을 가질 뻔했다. 시즌 최종전인 10월 5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1군에 합류했으나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당시 넥센은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와 마지막까지 치열한 순위경쟁을 하고 있었다.

9위가 확정된 한화였지만 마지막 홈경기인 만큼 넥센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한화 투수 대니 바티스타는 최고의 투구를 펼쳤고, 넥센은 1-2로 한화에게 덜미를 잡혔다. 경기 상황에 여유가 있었다면 임태준은 교체 투입돼 마스크를 쓰거나 아니면 대타로라도 타석에 나설 수 있었겠지만 그런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지난해 최종전 기억 때문에 23일 목동구장으로 와서도 임태준은 경기에 나서게 될 줄 몰랐다. 그런데 이날 넥센은 롯데에게 초반부터 일방적으로 밀렸다. 6회가 끝나자 0-8로 뒤져 있었다. 전날 1-7로 리드당하던 경기를 뒤집은 넥센이었지만 염 감독은 이날은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

승부가 기울고 나자 임태준에게 출전 기회가 찾아왔다. 6회 공수교대 과정에서 선발 포수 허도환을 대신해 마스크를 쓰고 목동구장 그라운드를 밟았다. 2007년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을 입을 때부터 꿈꿔왔고 목표로 삼았던 1군 무대 데뷔였다.

임태준은 8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는 첫 타석에도 들어섰다. 롯데는 호투하던 선발 쉐인 유먼이 이성열에게 솔로홈런을 내주고 비니 로티노에게 안타를 맞자 두 번째 투수 홍성민으로 마운드를 교체한 상황이었다. 임태준은 걱정했다. 점수 차는 났지만 1군 첫 타석인데 '병살타를 치거나 범타로 물러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찾아온 1군에서의 타격 기회인지 그는 잘 알았다.

홍성민이 던진 초구에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으나 헛스윙. 2, 3구는 침착하게 지켜봤다. 4구째 다시 한 번 배트를 돌렸고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었다. 1군 데뷔 첫 타석에서 값진 안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임태준은 이후 1루에서 주루사를 당했다. 다음 타자 서건창의 잘 맞은 타구가 롯데 우익수 손아섭의 호수비에 걸렸다. 2루로 향했던 임태준은 귀루에 늦었다. 주루 플레이 실수였다.

임태준은 이날 경기 종료까지 마스크를 쓰고 넥센 안방을 지켰다. 타격 기회는 한 번 뿐이었고 팀은 2-10으로 패했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의미있는 경기를 치렀다.

다음날린 24일 목동구장에서 만난 임태준은 전날 1군 데뷔전을 돌아보며 "너무 흥분했다"면서 "안타를 친 뒤 뭐에 홀린 것 같았다"고 첫 안타를 친 상황을 설명했다. 데뷔 첫 안타를 친 공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롯데 선수들로부터 건네받았다. 임태준은 그 공을 '잘 간직하겠다'고 했다.

그는 바라던 1군 데뷔전 소감에 대해 "좋긴 하지만 무덤덤한 느낌도 있다"고 했다. "너무 오랫동안 2군에 있어서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임태준은 자신의 1군 등록을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괜한 기대를 걸게 하고 싶지 않아서다.

김동수 배터리 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들은 임태준에게 '경기에 나가게 되면 흥분하지 말아라'는 주문을 했다. 1군 데뷔전을 앞둔 그를 걱정해서였다. 임태준은 "신인도 아닌데 괜찮다. 덤덤하다고 코치에게 말했다"고 전하며 웃어 보였다.

임태준은 "점수 차가 어느 정도 벌어졌기 때문에 출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그런데 내가 출전한 경기에서 팀 연승이 끝났다, 그래서 동료들에게 더 미안하다"고 했다.

오랜 시간을 기다린 끝에 값진 1군 데뷔 무대를 가졌다. 현역 육군병장으로 전역하며 군 복무도 마쳤다. 그래도 끝까지 야구공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임태준은 "내일 당장 다시 퓨처스로 내려갈 수도 있다"며 "지금 이 순간을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조이뉴스24 목동=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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