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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인터넷 X먹였다"…美 언론 뿔났다


FCC '급행료 허용' 망중립성 제안방침 강력 비판

[김익현기자] 미국에서 '망중립성 공방'이 또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오는 24일(현지 시간) 새로운 망중립성 원칙을 공표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웬 공방이냐구요? FCC가 새로운 망중립성 규칙에 컴캐스트 같은 망사업자들이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사업자들에게 '급행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기 때문입니다. FCC가 지난 2010년 마련한 '오픈인터넷 규칙'을 사실상 포기하는 셈입니다.

FCC의 새로운 망중립성 원칙에 대해 외신들은 대체로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더버지는 "인터넷이 X 먹었다(The Internet is fucked)"면서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1. 새 망중립성 제안

이번 보도의 '원조'는 월스트리트저널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FCC는 오는 24일 컴캐스트 같은 망사업자들의 망차별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망중립성 원칙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FCC는 사안별로 망사업자들의 급행료가 과도한 지 여부에 대해서만 심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같은 사실을 전해주면서 컴캐스트 같은 망사업자 뿐 아니라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사업자들의 반응까지 깔끔하게 정리해주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FCC가 망중립성 원칙을 만드는 건 이번이 세 번째라고 합니다. 지난 2005년과 2010년 이미 한차례씩 망중립성 관련 규정을 만든 적 있습니다.

2. 핵심은 급행료 허용

그런 전제 하에 다른 외신들의 보도를 한번 살펴볼까 합니다. 우선 뉴욕타임스는 FCC가 웹상에 급행 차로(Fast Lane)을 허용하기로 했다는 부분을 중요하게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인터넷 망을 타고 흐르는 모든 콘텐츠는 동일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이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쪽에 초점을 맞췄네요.

이게 무슨 얘기냐구요? 이 내용을 이해하려면 FCC가 2010년 마련한 '오픈인터넷 규칙'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오픈인터넷 규칙'에서 FCC는 ▲차별금지 ▲차단금지 ▲망관리 관행 공개 등 3대 원칙을 만들었습니다. 인터넷망 사업자는 망을 통해 전달되는 콘텐츠를 차별하거나, 부당하게 차단해서는 안 된다는 게 당시 FCC 망중립성 원칙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런데 FCC가 새롭게 마련한 망중립성 원칙에는 '차별금지'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언론들은 그 부분을 지적하고 있는 겁니다.

FCC가 이런 제안을 하게 된 이유는 잘 아실 겁니다. 지난 1월 연방항소법원이 FCC가 2010년 마련한 '오픈인터넷 규칙'을 사문화한 때문입니다. 당시 '오픈인터넷 규칙'에서 FCC는 컴캐스트 같은 망사업자들에게 차별금지와 차단금지 의무를 부과한 것은 월권이라고 판결했습니다.

3. 가디언의 상반된 해석

반면 가디언의 해석은 조금 다릅니다. FCC가 오픈 인터넷 규칙을 좀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평가했네요. 톰 휠러 위원장 발언을 인용 보도하는 형태입니다.

4. 5월 중 공식 제안

이번에 FCC가 마련한 망중립성 규정은 톰 휠러 위원장의 의견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게 곧바로 FCC의 공식적인 규정으로 확정되는 건 아닙니다. 5인으로 구성된 FCC 위원들이 오는 5월 중순 표결을 하게 됩니다. 그 때 통과되면 FCC 규정으로 공식 확정됩니다. 리코드가 이런 소식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4. 망중립성 사망선고

미국 언론들은 FCC의 이번 조치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매셔블은 "모든 콘텐츠는 동등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 우리가 알고 있는 망중립성 원칙이 사실상 무너졌다"고 비판했습니다.

기가옴운 좀 더 격정적입니다. FCC의 새로운 망중립성 규칙이 전혀 중립적이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통신사업자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는 비판입니다.

비즈니스인사이더, 더버지. 아스테크니카를 비롯한 많은 미국 외신들도 비슷한 논조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5. 흔들리는 오픈 인터넷

망중립성에 대해 왜 이렇게 관심이 많은 걸까요? 많은 언론들은 망중립성=인터넷의 고유한 가치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방된 인터넷(Open Internet)이란 가치를 살리기 위해선 망중립성 원칙이 꼭 필요하다는 거지요. FCC의 이번 조치는 바로 그 원칙 자체를 훼손했다는 것이 많은 언론들의 비판입니다.

더버지는 상당히 강도 높은 제목을 달았네요. FCC가 인터넷을 망칠 게 아니라 미국민들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취지의 제목을 달았습니다. 테크크런치는 아예 새로운 망중립성 원칙이 인터넷을 야만적으로 만들고 있다(Brutalize)고 비판했구요. 판도데일리 역시 FCC가 자유로운 인터넷이란 가치를 말살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6. 회전문 인사

왜 FCC가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 못할까요? 표면적인 이유는 지난 1월 항소법원 판결 때문입니다.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차별금지와 차단금지 원칙을 적용하지 못하게 됐으니까요.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FCC와 통신 이익 단체를 오가는 워싱턴 정가의 회전문 인사(Washington’s revolving door) 때문이란 겁니다. 아스테크니카가 그 부분을 잘 짚어줬네요. 마이클 파월 전 FCC 위원장이 통신업계 쪽으로 갔고, 통신 로비스트로 활약했던 톰 휠러가 현 FCC 위원장이란 게 이런 상황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7. FCC 공식 입장

이런 비판에 대해 FCC도 할 말이 많나 봅니다. 오픈 인터넷을 훼손한다는 건 사안을 지나치게 평면적으로 바라본 오보라는 겁니다. FCC는 곧바로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월 항소법원 판결을 지키면서도 망중립성 가치를 회복할 수 있는 규칙을 내놓을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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