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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 vs 우물 안 개구리' 이통시장의 두 얼굴


새로운 IoT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요건 ①

이동통신 가입자가 5천만을 훌쩍 넘어서며 '1인 1이동통신'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통신으로 모든 장치와 기기가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전성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통신산업에 대한 비중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 통신시장은 매년 보조금으로 수조 원을 쏟아 부으며 가입자 빼앗기를 반복하는 '마이너스 시장'으로 악화되고 있다.

아이뉴스24는 현재의 통신시장의 특성과 현 통신 3강 체제의 문제점을 되짚어보고 건강한 통신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점은 무엇인지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허준기자] 이동통신 가입자가 지난 2월말을 기준으로 5천5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국내 인구 1명이 1회선 이상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한 사람이 한 대 이상의 휴대폰을 사용중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휴대폰이 우리 생활과 밀접해지면서 이동통신은 사람과 사람의 통신을 넘어 사물과 사물의 통신을 지원하는 이른바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개막도 예고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오는 2020년까지 전세계 사물인터넷 시장 규모는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 규모는 17조 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시장 확대책을 사용, 시장 규모를 30조 원까지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사물인터넷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세계적인 통신기업들은 이미 '적극 준비 모드'로 돌입했다.

AT&T는 가정 내 보안과 자동화에 초점을 맞춘 스마트홈 서비스 '디지털 라이프'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지난 2013년 4월 상용화 이후 미국 내 50여곳으로 서비스 제공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 NTT도코모, 중국 차이나모바일도 자국내 통신회사들과 협력해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기업간 협력을 적극 모색중이다.

국가 차원에서의 사물인터넷 육성 전략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독일은 제조업과 사물인터넷을 합친 '스마트그린공장'을 만드는 것을 골자로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내세웠다. 영국도 '빅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사물인터넷 혁명을 추진중이며 중국은 국가 5대 신흥전략산업으로 사물인터넷을 선정했다. EU도 사람과 사물과의 연결을 대비한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사물인터넷 14대 액션플랜'을 수립, 추진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물인터넷 시대를 향한 기대감이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이동통신 기업들만 해도 더 이상 가입자 확보가 어려운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고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사물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시장이 열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사물인터넷을 비롯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고민하는 상황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단연코 과열 경쟁이다. 보조금으로 얼룩진 이동통신 시장의 왜곡된 경쟁 양태는 미래 통신 시장을 향하는 길목에서 반드시 제거해야 할 걸림돌로 지목된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3개사들이 가입자를 뺏고 뺏기는 양상은 통신 3강의 몸집불리기(유지하기) 경쟁만 가중시킬 뿐, 결코 미래지향적인 움직임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2009년 국내 통신 산업을 휘청거리게 했던 '아이폰 쇼크'는 이동통신 사업자들에 울리는 '경종'이자 상기해야 할 '상처'다.

세계 최강의 인프라를 자랑하던 한국의 통신 시장은 점유율 경쟁에만 몰입한 채 미래 플랫폼은 준비하지 못해 아이폰에 역습 당하는 수모를 겪게 된다. 앞서가는 '표본적 형태'에서 뒤쳐지는 '후발 주자형'으로 전락한 데에는 제살깎기식 보조금 경쟁의 그늘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 이통 경쟁의 산물 '보조금'이 지닌 두 얼굴

통신시장에 '보조금 경쟁만 있는' 현실은 우리 통신시장의 독특한 특성에서 기인한다. 이를 확인하고 개선점을 찾기 위해서는 한국의 이동통신 산업이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점유율 50%를 유지하고 있는 SK텔레콤, 30% 점유율의 KT, 20%를 차지하고 있는 LG유플러스의 변화 없는 모습은 사실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 이동통신의 출발점인 한국이동통신(KMT)은 초창기 우리나라 이동통신 역사의 산실로 통신민영화 정책에 따라 SK텔레콤으로 변신하게 된다.

이동통신 시장에 경쟁이 도입된 것은 1994년 신세기통신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이후 1997년 한국통신과 LG텔레콤, 한솔텔레콤이 PCS 사업자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이통시장은 5개 사업자간의 불꽃 튀는 경쟁 양상으로 변모했다.

PCS 사업자들이 등장하면서 이동통신 가입자들도 급격히 증가했다. PCS 사업자가 등장한지 9개월만에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이동통신 가입자 1천만 명을 돌파했다.

5개 사업자간 무한 경쟁에 힘입어 통신서비스는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단말 제조사의 기술경쟁력도 급속도로 향상됐다. 단말기 제조비용이 큰 폭으로 떨어졌고 이동통신 산업의 급성장도 뒤따랐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보조금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지난 1998년. PCS 사업자들은 매출보다도 많은 보조금을 뿌리며 마케팅을 전개했다.

보조금은 휴대폰 대중화 측면에서는 1등공신이었다. 늘고 또 늘어 우리 이동통신가입자는 2014년 2월 현재 5천500만 명을 넘어섰다. 스마트폰 이용자는 3천815만 명으로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69%나 된다.

더불어 한국이 만들어낸 휴대폰 단말기도 세계시장으로 나아갔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세계 1위인 35%까지 늘었다.

5개 업체가 경쟁하던 이동통신 시장이 지금의 3사 구조로 재편된 해는 2000년이다. KT는 당시의 한솔엠닷컴을, SK텔레콤은 신세기통신을 끌어안으며 이통시장은 시장 점유율 5대 3대 2인 '1강 1중 1약' 구도로 재편됐다. SK텔레콤은 신세기통신을 인수하면서 시장점유율 50% 시대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선발 사업자 쪽으로 가입자가 쏠리는 현상을 막고자 정부는 지난 2004년 010으로 식별번호 통합을 실시했다. 011, 016, 019로 차별화된 번호를 010으로 통합시켜 가입자들의 사업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번호 및 주파수 자원을 효율적으로 안배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010 식별번호 통합과 번호이동제는 타 사업자의 가입자를 뺏는 도구로 그 취지가 급속도로 왜곡됐다. 가입자 측면에서 번호이동제는 번호는 유지한 채 사업자는 자유롭게 선택 가능하다는 장점 이면에 이 사업자 저 사업자로 이동하는 '통신 메뚜기'를 양산하기도 했다.

◆'우물안 개구리'식 경쟁, 부메랑으로 돌아와

정부 주도의 급성장, 글로벌과는 역행했던 우물 안 개구리식 표준화 정책은 심한 부작용을 낳았다. 독자적인 모바일 플랫폼 '위피'는 세계 최강의 통신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는 결과를 빚기도 했다.

게다가 SK텔레콤 등 통신사들이 보여준 폐쇄형 플랫폼 정책은 무선인터넷 콘텐츠사업자(CP)에 대한 '갑질하기'로 왜곡됐고 '아이폰 쇼크' 직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명품' 브랜드와 손잡고 선보인 초고가 디자인 전쟁은 내실은 외면한 겉치레 경쟁으로 흘러버렸다.

정부는 사회적 요금인하 압박에 대해선 과도할 만큼 시장개입에 적극적이었지만 정작 글로벌 시장의 흐름에는 소홀히 대처, 결국 스마트 시대의 '부메랑'을 맞았다. 아이폰이 등장한 후에야 비로소 한국의 통신 시장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뼈아픈 자성을 했다.

아이폰이 세계 스마트폰의 역사를 쓰는 동안 한국은 아이폰의 국내 유입을 막는데 집중했을 뿐, 차세대 플랫폼과 상생 방안은 외면했고 이는 결국 한국의 이통 시장이 애플과 구글에 종속되는 모습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아무도 아이폰이 가져올 파급력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고, 몰랐다"고 한 당시의 발언은 아이폰 쇼크가 한국의 통신시장에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가를 말해주는 단적인 증거다.

이동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이 포화된 뒤에야 비로소 알뜰폰(MVNO)이나 제 4이통 사업자를 떠올렸다"며 "앞선다는 자만심과 우물 안에서 안주한 결과는 지난 2009년 아이폰 쇼크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숱한 그늘 속에서도 한국의 통신산업은 20여 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1인 1통신 시대를 활짝 열었다.

정부의 강력한 산업육성 정책과 망투자를 포함한 통신사들의 적극적인 대응, 세계적인 단말 제조사와의 협업 등은 한국을 세계 최고의 통신강국으로 만들었다. CDMA와 3G, 2011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LTE, LTE-A 시대 진입 등 한국은 세계가 놀랄만한 통신 역사를 쓰고 있다.

OECD가 발표한 커뮤니케이션아웃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무선데이터 이용량은 매월 평균 1.2 GB로 다른 OECD 국가보다 월등히 높다. 이는 월 평균 1.37GB인 일본에 이어 두번째인 수치다.

우물 안 개구리를 고수하여 제2의 '아이폰 쇼크'를 맞을 것인가, 아니면 사물인터넷을 비롯한 미래 통신 인프라와 응용 기술을 개발해 차세대와 세계 시장에 대응할 것인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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