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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 불신 시대, 얕보이면 안된다


외국인 타자 가세로 타고투저 현상, 불펜 불안 두드러져

[정명의기자] "예전엔 5점을 앞서고 있으면 '이젠 됐다' 싶었는데, 요즘엔 '더 달아나야 돼'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니까."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이 한 말이다.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NC지만 불펜은 여전히 NC의 불안한 구석이다.

NC 뿐만이 아니다. 리드를 잡아 놓고 마음 편히 경기 후반을 지켜볼 수 있는 팀은 거의 없다. 팀의 가장 믿을 만한 불펜 투수인 마무리 투수들도 팀 승리를 날리기 일쑤다. 외국인 타자의 가세로 타고투저 현상이 나타나면서 팀마다 불펜 불안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16일 경기에서는 불펜진의 방화로 승리를 날린 팀이 두 팀이나 나왔다. 먼저 롯데. 롯데는 NC에 3-2로 앞서던 9회초, 마무리 김성배가 테임즈에게 동점 솔로포를 허용하고 말았다. 연장으로 돌입한 경기는 결국 NC의 5-3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한화도 KIA와의 경기에서 4-2로 앞서던 8회말, 송창식이 나지완에게 동점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결국 한화도 9회말 김혁민이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해 4-5로 무릎을 꿇었다.

16일 연장 끝에 LG를 꺾고 6연승, 9개 구단 중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은 넥센 역시 시즌 초반 불펜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마무리 손승락이 첫 4경기에서 두 차례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기 때문.

다행히 손승락은 빠르게 정상 컨디션을 회복, 현재 6경기 연속 무실점에 7세이브로 구원 단독 선두로 나섰다. 하지만 그렇다고 넥센의 불펜이 안정적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 LG의 경우는 확실한 불펜 필승조가 버티고 있어 경기 후반 승패를 예측하기 어렵지 않았다. 삼성에는 안지만-오승환, LG에는 이동현-봉중근이 있어 상대의 추격을 끊어냈던 것이다.

하지만 올 시즌은 아직 그렇게 확실한 필승 계투조의 위용을 보여주는 팀이 거의 없다. 삼성은 오승환이 일본으로 떠난데다 안지만은 13일 SK전에서 최정에게 만루포를 허용하는 등 부진을 겪고 있다. 임창용이 가세한 것이 위안거리. LG는 투타 엇박자로 아직 리드를 지킬 상황이 자주 펼쳐지지 않는다.

확실한 믿음을 주는 불펜을 찾아보기 어려운 최근, 넥센 염경엽 감독의 지론이 눈길을 끈다. 염 감독은 "그동안 내가 야구를 봐 온 결과 불펜이 셋업돼 있지 않은, 이 투수가 여기 들어갔다 저기 들어갔다 하는 팀은 강팀이 될 수 없더라"고 말했다.

이어 염 감독은 "불펜이 셋업돼 있어 안정감이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팀은 상대 팀에서 경기에 나서는 자세가 천지차이"라고 덧붙였다. 뒤지고 있으면 따라잡기 어렵다고 느끼는 것, 반대로 지고 있어도 언제든 역전이 가능하다고 느끼는 것은 경기에 전혀 다른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지난해까지의 삼성을 예로 들면, 상대 팀 입장에서 삼성에게 경기 중반까지 끌려가게 되면 서두르다 끝내 경기를 반쯤 포기하게 된다. 반대로 불펜이 약한 팀을 만나게 되면 경기 후반에도 주축 선수들을 교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부딪혀 온다는 것이 염 감독의 말이다.

염 감독은 "상대에게 우리 불펜이 셋업돼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면 상대는 스스로 힘을 뺀다. 반대로 얕보이면 상대가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어느 팀도 불펜을 확실히 믿기 어려운 올 시즌 초반, 아직까지는 얕보이는 팀들이 더 많은 듯하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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