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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2차 소송, 처음부터 구글 겨냥했다


"앤디 루빈 증인 신청은 전선 확대 아니라 정해진 수순"

[김익현기자] “애플의 2차 특허 전쟁 상대는 처음부터 구글이었다.”

삼성과 애플 간 2차 특허 전쟁이 오는 31일(현지 시간) 시작된다. 지난 2012년 8월 1차 특허 소송 때 공방을 벌였던 바로 그 곳에서 리턴매치를 벌인다.

1차 전에서 완패했던 삼성은 복수혈전의 의미가 강한 재판. 하지만 이번 재판은 애플에겐 의미가 더 크다. 1차 특허전과 달리 이번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핵심 기능들이 공격 대상이기 때문이다.

1차 특허전이 후발주자 삼성을 따돌리기 위한 잽이었다면, 이번 특허 공방은 안드로이드 심장부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2년 갤럭시 넥서스로 시작…그 때부터 구글 적극 개입

이런 전망에 걸맞게 애플은 이번 소송에서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앤디 루빈을 증인 신청했다. 안드로이드 제작 과정에서 자신들의 특허권을 베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하기 위해서다.

국내 주요 언론들은 17일 이같은 사실을 전해주면서 “애플이 안드로이드 진영 전체로 전선을 확대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 같은 진단은 절반만 맞는다.

애플이 안드로이드 심장부를 겨냥한 건 맞지만, 전선을 확대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은 1차 때와 달리 시작 때부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구글의 행보를 봐도 두 소송 간의 차이를 한 눈에 짐작할 수 있다. 구글은 삼성과 애플간 1차 특허 소송 때는 철저한 불개입 원칙을 고수했다.

하지만 구글은 2차 소송 땐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다. 시작 단계부터 삼성 쪽에 적극 힘을 실어준 것.

대표적인 게 지난 2012년 6월 갤럭시 넥서스에 대한 판매금지 판결 때였다.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 문제는 이번 특허 소송의 전초전 성격을 띤 싸움이었다.

당시 구글은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이 갤럭시 넥서스에 대해 판매금지 조치를 내리자마자 곧바로 “판금 명령을 우회할 패치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갤럭시 넥서스는 당시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이던 '아이스크림 샌드위치(ICS)'를 탑재하고 있었다.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을 탑재한 갤럭시 넥서스에 대한 공격은 자신들을 겨냥한 것이란 사실을 구글이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주요 외신들 역시 “(삼성과 애플의) 2차 특허 소송은 사실상 애플과 구글의 전면전”이라고 평가했다.

◆애플 특허 공세, 대부분 안드로이드 겨냥

애플은 1차 소송 때 둥근 모서리를 비롯한 디자인 특허권을 주 공격무기로 삼았다. 그러다보니 당시 재판에선 ‘트레이드 드레스’가 핵심 쟁점이었다.

트레이드 드레스란 제품의 고유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색채·크기·모양 등을 의미하는 말. 1차 소송 당시 애플은 삼성이 자신들의 스마트폰 겉모양을 베꼈다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애플은 이런 전략을 앞세워 ‘일반인’인 배심원들로부터 10억 달러에 육박하는 배상 판결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번 소송에선 디자인 관련 이슈는 하나도 없다. 애플은 이번 소송에서 ▲단어 자동 완성(특허번호 172)을 비롯해 ▲여러 종류 데이터 중 특정 데이터를 구분해서 실행할 수 있는 데이터 태핑 특허(647) ▲시리 통합 검색(959) ▲데이터 동기화(414) ▲밀어서 잠금 해제(721) 등 5개 특허권을 공격 무기로 선택했다.

반면 삼성은 ▲디지털 이미지 및 음성 기록 전송 특허(449) 및 ▲원격 영상 전송 특허(239) 일부 부분만 갖고 애플과 싸우게 됐다.

그런 만큼 2차 특허 소송은 조금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많다. 애플 측의 공격 칼날이 1차 때처럼 핵심을 찌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이 부분 역시 “구글이 가세할 경우 미국 기업들끼리 싸움이기 때문에 애국심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는 국내 일부 언론들 보도와는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디자인 특허권이 쟁점이 될 경우엔 일반인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 비교적 수월하다. 쟁점이 된 단말기 두 대를 동시에 들고 “봐라, 똑 같지 않느냐”고 주장할 경우 쉽게 배심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가 있다.

애플은 1차 특허전쟁 당시 이런 상황을 만든 뒤 막판에 ‘애국심 전략’을 결합해 ‘징벌적 제재’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2차 소송은 좀 다르다. 대부분 소프트웨어 이슈이기 때문에 배심원들에게 강하게 호소하기가 쉽지 않다. 복잡한 기술 얘기가 계속될 경우 선악 구분이 모호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애플이 초기 소송에서 안드로이드 보다는 삼성 단말기 쪽에 집중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애플-안드로이드 정면 대결…"이번이 진짜 승부"

정리해보자. 오는 31일 시작되는 삼성과 애플 간 2차 특허소송은 처음부터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 간의 싸움이었다.

애플이 2년 전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로 공세를 시작할 때부터 그랬다. 따라서 앤디 루빈을 비롯한 구글 측 인사가 대거 증인으로 채택된 것 역시 정해진 수순이었다. 애플의 전략 변화가 아니란 얘기다.

게다가 삼성은 갤럭시S3 이후에는 애플 특허권을 피하기 위해 많은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크게 흠잡힐 게 없다는 얘기다.

글로벌 스마트폰 특허전쟁은 2011년 애플이 HTC를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그 동안 애플은 단 한번도 구글을 직접 끌어들이진 않았다. 소송 쟁점을 소프트웨어보단 하드웨어 쪽에 맞추려는 애플의 전략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스마트폰 특허 전쟁은 두 운영체제 대표 주자가 한번은 맞닥뜨려야 할 사안이었다. 오는 31일부터 시작될 삼성과 애플 간 2차 특허 소송은 그 첫 무대란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맞대결에서 패하는 쪽은 향후 스마트폰 OS 전쟁에서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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