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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명예훼손성 글, 분쟁조정위 설치해 풀어야"


방통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추진

[정미하기자] 인터넷 포털에 올라온 명예훼손성 글을 삭제하거나 '블라인드' 처리하는 것에 대한 판단을 명예훼손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해 풀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주최한 '인터넷 표현의 자유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에 대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가천대학교 법대 최경진 교수는 현재 방통심의위 명예훼손조정부를 별도의 명예훼손분쟁조정위원회로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인터넷 표현의 자유 증진을 위한 법제 개선방안'이라는 정보통신망법 개선안을 발표했다.

또한 최 교수는 인터넷 포털 업체가 사생활 침해 또는 명혜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되는 정보에 대해 삭제 등의 임시조치를 할 경우 이로 인한 배상 책임을 줄여주는 내용도 개선안에 포함해 발표했다. 포털 사업자에게 책임 감면을 부여해 자율 심의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상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인터넷상 권리침해 구제제도는 크게 두 가지다. 권리침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자의 신청에 의한 임시조치와 인터넷 사업자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임시조치, 그리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명예훼손분쟁조정부에서의 심의로 나뉜다.

네이버·다음·SK커뮤니케이션 등 인터넷 사업자는 피해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해당 게시물 작성자에게 알리고 즉시 해당 게시물을 30일간 블라인드 처리하는 임시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동안 게시물 작성자는 자신이 상대방의 이익침해를 하지 않았다는 소명의 기회를 가진다.

이와 별도로 방통심의위의 명예훼손조정부는 게시물 작성자와 피해자간의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분쟁 조정은 법적 효력이 없는 합의에 불과하다.

최 교수는 "명예훼손 분쟁조정이 이뤄지더라고 인터넷 상의 권리침해에 대한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재판에 의할 수밖에 없다"며 "방통심의위의 명예훼손분쟁조정부를 명예훼손분쟁조정위원회로 확대하고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분쟁조정의 효력을 강화하기 위해 명예훼손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해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며 "분쟁조정위원회는 신속한 분쟁조절을 위해 풀(pool)형태의 조정위원으로 두고 사건에 따라 조정부를 구성해 조정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방통심의위의 명예훼손조정부는 방통심의위 위원장이 심의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변호사 1인을 포함한 5인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와 달리 3인이나 5인으로 구성해 신속한 판단을 내림과 동시에 분쟁조정 처리 기간을 단축하고 분쟁조정이 재판의 결과와 같은 법적 효력을 지니도록 하자는 것이다.

최 교수는 "명예훼손조정부가 방통심의위 소속으로 운영되고 있고 그 구성이나 운영에서 독립성이나 중립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해 분쟁조정의 효력을 재판의 결과와 같이 강화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한계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 확대, 명예훼손성 글에 대한 처리문제가 인터넷상 권리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 주체와 조직이슈로 부각될 가능성도 생긴 것.

이에 대해 방통심의위 한명호 통신심의기획팀장은 "분쟁조정제도의 기능이 강화되는 것에는 찬성한다"면서도 "(명예훼손분쟁조정위원회가) 행정기관적 성격이 강한 방통위 소속이 된다면 행정 개입이나 국가 개입 가능성이 있다. 과연 중립성과 독립성이 확보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가 발표한 방통위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현재 명예훼손분쟁조정위원회를 방통위 산하로 두겠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방통위가 만든 연구반에서 내놓은 안에 대해 현재 분쟁조정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방통심의위가 반발하는 모양새다.

한 팀장은 "심의와 분쟁조정제도는 상호보완적이라 분리할 수 없다"며 "분쟁조정을 통해 명예훼손에 대한 심의를 해소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도입하기에는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현재 방통심의위에서 명예훼손 분쟁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1년에 69건으로 실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인터넷 사업자가 행하고 있는 임시조치와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방통위는 네이버 등이 명예훼손 피해자의 신청이 없는 경우에도 사업자가 임의로 삭제 등의 임시조치를 취할 경우, 책임 감면을 부여해 임시 조치를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내용도 개선안에 담았다.

그러나 인터넷 사업자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단 사업자들은 개선안이 이용자의 요청에 의한 임시조치의 경우 게시물 작성자가 임시조치(30일) 기간 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임시조치 기간 만료 후 60일 이후에 정보를 삭제할 수 있고, 이의제기가 있는 경우에는 분쟁조정신청이 있는 것으로 판단 분쟁조정위원회에 송부하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는 것에는 환영하고 있다.

네이버 정민하 정책협력실장은 "사업자가 불법성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업자 판단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지는 것은 사업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다만 다음 정혜승 대외협력실장은 임의의 임시조치에 대해 "명예훼손 게시물에 대해 임의의 임시조치라도 가능하도록 하는건 사업자에게 사적 검열을 부여하는 무게가 무거운 칼을 들려주는 것"이라며 "불법성이 명백한 경우에만 게시물을 삭제하고 있는데 사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면책요건을 추가한다고 해서 쉽게 휘두를 수 있는 조항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SK커뮤니케이션 성기혁 대외협력실장 역시 "임의의 임시조치는 사문화된 조항으로 사업자들이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미하기자 lot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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