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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서럽다"…가전접근성, 걸음마 단계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고 상업성 보장되지 않아

[민혜정기자] 국내 가전 업계의 가전 접근성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이드라인이나 관련 법 등 명확한 기준이 없고, 접근성을 고려한 제품의 상업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전자·동부대우전자 등 가전업체들이 접근성을 고려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준수할만한 가전접근성에 대한 기준은 없는 상태다.

가전접근성은 누구나 특별한 능력없이도 가전 제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쉽고 편리하게 쓸 수 있는 가전 제품은 접근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가전접근성포럼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접근성 문제로 가전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는 장애인과 고령자는 약 797만명(2010년 기준). 총 인구대비 16.4%에 달하는 비중이다. 특히 제품 사용의 제약이 큰 중증장애인은 약 100만명으로 등록장애인 252만명 중 40%에 해당한다.

가전을 이용하기 위해서 버튼을 눌러 작동해야 하는데 장애인이나 노약자는 특정 버튼이 어떤 기능을 제공하는지 인지하기 쉽지 않다. '스마트' 가전이 등장하며 제품의 기능이 많아지면서 접근성은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지난해 이성일 성균관대 교수가 발간한 '미래생활 가전제품 접근성 제고를 위한 정책 개발 수립'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들은 세탁기의 경우 빨래를 넣고 꺼낼 때 음성안내가 없어서, 냉장고의 경우 물건에 손을 뻗어 꺼내는 것이 어렵다고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가전업계는 이같은 부분에 문제점을 느끼고 지난해 12월 산업통상부 주도로 '가전접근성포럼'을 출범시켰다. 이 포럼에는 삼성전자·LG전자·동부대우전자·코웨이·쿠쿠전자 등 주요 가전업체와 장애인단체,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등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단체는 출범 당시 기술표준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법제화하기 위한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가전업체들은 접근성을 높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7일 시청각장애인용 23인치 소형TV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화면 해설, 자막 등 시청각 장애인을 고려한 기능들을 탑재했다.'화면해설' 기능은 시각 장애인을 위해 영상을 음성으로 설명해준다.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화면해설 신호를 받아 화자가 누군지 알려주거나 대사로 표현되지 않는 장면을 설명해 준다. 청각 장애인을 위한 '자막' 기능도 있다.

삼성전자는 일부 냉장고에 '이지도어' 기술을 넣었다. 이용자가 손잡이에 손을 대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냉장고가 문을 밀어준다. 힘을 들이지 않고 문을 열 수 있어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기능이다. 동부대우전자도 스피커를 통해 모든 메뉴와 단계별 설명을 음성으로 제공하는 '말하는 복합오븐'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전업계는 가전접근성에 대한 인식이 아직 널리 확산되지 못했다고 반응이다.

가전 업계 한 관계자는 "몇 가지 제품에 장애인이나 노약자를 위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 게 전부"라며 "가전접근성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와 있지 않는 상태에서 접근성을 강조한 제품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면 몰라도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은 (접근성을 높인 가전이) 돈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가전접근성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당초 올 하반기에 가전 접근성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접근성제도 법제화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가전 접근성에 대한 포괄적인 가이드라인은 내년 상반기께 정해질 것 같다"며 "접근성제도 법제화 방안은 중장기적 과제로 생각하고 있고 가이드라인을 정하는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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