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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원 창업공신 김정균, 영어사업에 뛰어든 까닭


김정균 지식 사장 "교육 생태계에 공학 접목할 것"

[민혜정기자] '해도 안된다'는 좌절감을 갖고 있는 친구들에게 외국어 공부의 요령을 가르쳐 주고 싶었어요."

김정균 사장은 아들 둘을 둔 아버지로서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아이들이 얼마나 공부에 대한 절박함을 갖고 있는지 안다. 그는 '세상을 바꿔보겠다'거나 '한국의 잡스가 되겠다'는 포부는 밝히지 않았다. 대신 '리도보카'로 아이들이 공부에서 좌절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거듭 밝혔다. '왜'가 분명한 사업이라면 성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게 김 사장의 지론이다.

"지금이 단순히 모바일 앱 열풍이라고 그 대열에 합류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서비스인데 성능을 조금 좋게 만들어서, 기능을 몇가지 넣어서 개발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기획의도가 분명한 서비스라면 트렌드에 구애받지 않아요."

◆부모의 마음으로 만든 '리도보카'

김정균 사장이 영어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건 6년전 5살짜리 아들이 영어단어를 외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부터다.

"아들이 'string instrument'를 '현악기'라고 외우는데 정작 '현악기'가 무슨 뜻인지를 몰랐습니다. 이 단어가 왜,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학습 없이 기계적으로 단어를 외우는 공부는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리도보카는 외국어 학습 사이트다. 외국어를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이지만 공학적 사고가 결합 돼 있다. 리도보카는 이용자 수준에 맞는 단어를 선택해주고 이 단어가 어디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이미지, 애니메이션 등으로 알려준다.

"제 전공이 제어계측공학과입니다. 제어계측공학은 쉽게 말해 미사일을 목표지점으로 정확하게 날아갈 수 있도록 주변상황을 어떻게 제어해야는지를 공부하는 학문이에요. 이를 인문학에도 접목할 수도 있다고 봤어요."

리도보카에서 레벨테스트를 받고나면 이용자가 외워야 할 만한 단어가 제시된다. 'string instrument'같은 단어는 바이올린·첼로·하프·기타 같은 이미지를 보여준다. '현악기'라는 단어를 모르는 아이들도 'string instrument'의 쓰임새를 유추해 볼 수 있다는 것. 'rude'(무례하다) 같은 단어는 커피숍에서 휴대폰으로 시끄럽게 통화를 하며 새치기를 하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을 보여준다. 이들 단어에 대한 학습이 끝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 더 어려운 수준의 단어를 공부하게 된다.

이용자 수준에 맞춘 단어가 제시되는 과정, 단어를 이미지나 애니메이션으로 소개하는 방법, 이용자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 모두가 알고리즘화 돼 있다.

"e-러닝이라지만 대두분 교육 프로그램이 오프라인 강의 현장을 온라인에 게재하거나,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제작하는 수준이었어요. 리도보카는 온라인 교육을 전제로 인문학에 공학을 접목한 프로그램입니다. 방법론이 설정 돼 있기 때문에 지금은 영어 중심이지만 앞으로 일본어·중국어·한국어 등 다른 언어에도 적용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삼성과 코원 거친 20년 공력 리도보카에 쏟는다"

리도보카는 20년넘게 IT업계에 투신해온 김정균 사장의 노하우가 집적돼 있는 서비스다. 서울대 86학번 출신인 김 사장은 김정주 넥슨 회장, NHN 이해진 의장 등과 비슷한 시기에 학교를 다녔다. 삼성전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동문들과 코원시스템을 창업했다. 그는 90년대말~2000년대 초 벤처 황금기를 경험했다.

"제가 학교에 들어갈 때 IT혁명이 불기 시작했죠. 저도 그때 PC통신이란 걸 접했으니까요. 공학도들에겐 새로운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죠. 인터넷은 패러다임을 바꿨고 넥슨, 네이버, 엔씨소프트 같은 기업들이 역사를 쓰기 시작했죠."

"삼성을 나온 건 뭔가 만들어내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요. 그때는 사회문화 자체가 벤처기업에 대해 격려하는, 새로운 걸 해봐야 한다는 분위기였죠."

지금도 '창조경제'다 하며 벤처 붐이 일고 있다고 하자 김 사장은 그 때와는 온도차가 있다고 말했다.

"그때만큼은 뜨겁진 않은 것 같아요. 그 땐 창업투자사나 정부지원책도 많았어요. '하면 된다'는 분위기였죠. 그러나 지금은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침투한 상태에요. 회사를 하나 만들기보다는 대기업에 취업해서 안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은 상태입니다. 최근에야 '창조경제'다 해서 정부도 창업을 권장하고 있지만 과거와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김정균 사장은 이런 분위기에 답답해 하는 모습이었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벤처기업에 들어갔고, 이 벤처기업이 매출 1천억을 달성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자 회사를 나온 그는 승부사 기질이 다분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고인 물을 싫어한다.

"이번에 리도보카를 시작한 건 모험이에요. 음악하다가 미술로 종목을 바꾼 셈이죠.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달리 '경험'이란 자산이 있습니다. 20년동안 쌓은 저의 통찰력, 기술을 교육이라는 생태계에 접목시키고 싶습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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