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5개 부처로 갈갈이'…정쟁에 찢기는 ICT 정책


여야 공통 대선 공약이었던 ICT 전담부처 '완벽한 실종'

[강은성기자] 전 정권에서 정보통신 및 방송(ICT) 정책을 4개 부처로 흩어놓아 우리 ICT 경쟁력이 추락했다는 지적이 일부 나옴에 따라 박근혜 정부는 이를 하나의 통합 부처로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한지 보름이 지나도록 ICT 정책 통합은 요원하다. 이를 이룰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가 아직 출범할 기미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래부가 출범하기만 하면 ICT 정책 통합이 이뤄지냐는 점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에 더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 오히려 미래부가 흩어졌던 4개 부처에서 정책 일부분만 가져가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4개가 아닌 5개 부처로 ICT 정책이 흩어지는 셈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주인없는 탓 부처별 정책 '나눠먹기'

최근 가장 논란을 일으킨 분야는 '주파수' 정책이다. 본래 방송통신위원회 소관이었고, 새 정부 계획에 따라 미래부로 이관될 분야였다.

하지만 주파수 정책을 가지고 방송사를 압박해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에 주파수 정책을 그대로 남겨 공공성을 확보하자는 주장과 미래부로 이관해 '창조경제' 동력으로 삼자는 의견이 맞부딪쳤다.

그러다 엉뚱하게도 하나의 주파수 정책을 방송용은 방통위, 통신용은 미래부, 신규용도는 국무총리실에서 각자 나눠 맡자는 의견이 튀어나오면서 여야는 싱겁게 이에 대해 '합의'를 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방통위가 하든, 미래부가 하든 한 부처에서 해야지 어떻게 정책기능 하나를 세 부처로 갈라놓느냐"고 반발했다.

소리소문조차 없이 '밥그릇 지키기'에 나선 부처들이 정책 통합 취지를 무시하고 제 부처에 남겨놓은 기능도 상당수다.

산업통상자원부로 전환될 지식경제부는 세부 조직개편안을 조율하면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분야를 남겨두기로 했다. 자동차나 선박, PC 등에 내장형으로 탑재되는 소프트웨어는 ICT라기보다는 '산업기술' 그 자체이므로 산업부서에서 담당하는 것이 옳다는 논리에서다.

행정안전부가 담당했던 개인정보보호 기능도 당초 미래부로 이관될 예정이었으나 안전행정부에 존치될 예정이다.

이 움직임에도 역시 학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최근 인터넷윤리학회 등을 포함한 16개 인터넷관련 학회들은 공동 성명서를 내고 "오늘날 인터넷 서비스는 개인정보와 뗄래야 뗄 수가 없으며 정보윤리와 정보문화는 같은 개념임에도 불구, 이를 각 부처에서 나눠 맡는다는 것은 말이 되질 않는다"고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무조건 미래부로 다 옮겨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미래부든 방통위든 어느 부처에서 (정책을) 관리하든 관계없다"며 "정책 기능 분장과 부처 설립을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결정하는 것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정책을 통합 관리할 수도 있고 시대 흐름에 따라 분산시켜야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책에는 '책임'이 뒤따라야 하는데 산업에 대한 깊은 고민과 국가 경쟁력에 대한 심도깊은 토론 없이 여야가 나눠먹기 식으로 사안을 합의해 버린다면 그 부처와 정책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국가 미래 위해 정치권 '대타협' 절실

상황이 이렇지만 정치권에서 이를 다시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사상 유례없는 '무정부상태'가 이어질 정도로 정부조직법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합의'된 내용까지 다시 건드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대치 정국이 길어지면서 서로 대립각이 심화되고는 있지만 어쨋든 여든, 야든 무정부상태에 대한 부담은 피차일반"이라면서 "때문에 쟁점을 최소화 하는데는 여야가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ICT 정책기능을 통합하는 것은 우리 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고, 야당 역시 같은 생각이다. 지금 (국회로 넘어온 정부조직개편)안이 ICT 총괄이라는 당초 그림과 다소 다르다는데도 동의한다"면서 "그러나 이를 만약 여당이나 야당 누구라도 다시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그쪽이 '아쉬운 소리'를 하는 셈이 되는 것이어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민주통합당 관계자 역시 "(국회로 넘어온)안을 처리하는게 일단은 더 급한 상황"이라면서 "부처 이기주의가 없다고는 못하겠으나 국회에서 이를 일일이 지적하기엔 이미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상황을 이렇게 꼬아놓고 이제와 '협상에서 밀릴까봐 손을 쓰지 못한다'고 말하다니 어이가 없다. 여야가 '통큰 양보'를 하고 대타협을 한다면 못할 일도 아니다"면서 국정을 위한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5개 부처로 갈갈이'…정쟁에 찢기는 ICT 정책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