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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산폰 제조사, 한국서 버티기 어려운 이유


모토로라 철수…"시장 쏠림현상에 판매저조-매출감소 악순환"

[김현주기자] 모토로라 국내 법인이 휴대폰 사업을 철수하면서 국내에 사실상 외산 스마트폰 시장은 없어지게 됐다. 올해 출시된 유일한 외산폰은 아이폰5다.

대만 스마트폰 업체인 HTC도 지난 7월에 국내 철수했다. 리서치인모션(RIM)과 노키아도 국내 스마트폰 사업을 사실상 접은 상태로 신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로써 내년에도 애플 제품을 제외한 다른 외산 스마트폰이 출시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삼성전자, 애플, LG전자, 팬택의 제품만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데 대해 업계는 복합적인 문제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에서 삼성전자와 애플 제품 외에는 거의 팔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팔린 휴대폰 10대중 7대는 삼성전자 제품이다. 삼성전자의 지난 3분기 스마트폰 판매 점유율은 72.4%, 판매량은 351만700대에 달한다. 2위 진영인 팬택은 14.2%, LG전자는 12.7%로 각각 60만대 수준으로 판매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팬택, LG전자는 그나마 삼성전자의 공세에 선방한 것이다. 소니, 애플, 모토로라, HTC, 림은 0%~0.2%에 그쳤다. 거의 팔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애플은 1년에 스마트폰 1종을 출시하기 때문에 올해 4분기에는 점유율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소비자들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른 편으로 분류된다. 게다가 휴대폰이 아무리 비싸거나 저렴해도 판매량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외산폰 사업자들이 그들만의 차별점을 두기가 어렵다.

최근 스마트폰 제품의 디자인과 사양이 상향 평준화돼 독특하거나 뛰어난 신제품을 출시하기 어려운 상황 속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외산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거의 설 자리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한 외산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한 업체당 통상 1년에 5~6종의 스마트폰을 출시해야 하지만 녹록치 않은 게 현실"이라며 "글로벌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사업을 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스마트폰 교체주기에 맞춰 제품을 내긴 어렵다"고 말했다.

1년에 여러 제품을 출시한다고 해도 소량 판매에 그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마케팅, A/S, 보조금 등으로 막대한 비용을 투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외 제조사들은 아무리 많은 비용을 투입해도 국내에서 삼성전자의 마케팅과 A/S를 따라가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 관계자는 "투자대비 많은 물량을 판매하지 못하는 게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본사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를 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며 "해외업체 입장에서 글로벌 전체를 볼 때 한국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집중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토로했다.

보조금이 몇개 업체로 쏠리는 구조인 것도 외산 업체들을 궁지에 몰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소위 '팔리는 제품'인 삼성전자와 애플 등 상위 제조사의 스마트폰에 대부분의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동통신 대리점, 판매점에서 보조금이 집중된 폰을 적극 권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외산폰은 유통 단계에서조차 열세일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만의 전파인증 제도도 외산폰 제조사들이 감당키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다. 전파인증제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전파 사용 기기에 방송통신위원회의 인증을 받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파인증은 불필요한 항목이 다수 포함, 수만 개에 이르고 절차마저 복잡하다.

대부분 외산업체들이 해외 제품 출시 후 국내 지정 시험기관에서 별도로 전파 시험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한 폰 대비 출시 속도가 늦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국가간 상호인증협정(MRA) 강화로 이미 해외 전파인증 받은 제품에 대해 절차가 간소화돼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에 관계되는 필수항목만 전파인증을 받아도 판매가 가능할 텐데 현행 전파인증제는 불필요한 항목들이 많다"며 "이는 외산폰 사업자들이 국내 진출할 때 간접적인 진입장벽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현주기자 hann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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