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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둥근 모서리 특허 포기'…진짜 의미는?


중복 특허 정리 절차…삼성엔 어떤 영향 미칠까

[김익현-김현주 기자] 애플이 '둥근 모서리 사각형'을 규정한 디자인 특허권 포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애플의 이번 포기 선언은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삼성에 대한 핵심 공격 무기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절차적인 하자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 전문 사이트인 포스페이턴츠와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애플은 27일(현지 시간) '둥근 모서리 사각형' 디자인을 규정한 D618,677 특허권(이하 D'677) 에 대한 존속 포기각서(Terminal Disclaimer) 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법원에 제출했다.

'둥근 모서리 사각형' 디자인을 규정한 D'677은 애플이 지난 8월 삼성과의 특허 소송에서 중요한 무기로 사용했던 특허권. 당시 소송에서 배심원들은 갤럭시S2를 비롯한 삼성의 주요 제품들이 애플의 '둥근 모서리 사각형' 디자인을 침해한 것으로 평결했다.

이에 따라 애플의 이번 조치가 삼성과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의 '이중특허' 주장 의식한 조치인 듯

외신들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포기각서를 제출하면서 "D'677과 D593,087(이하 D'087) 특허권이 중복된다는 삼성의 평결불복심리에 대한 답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애플은 이번 포기 선언에도 불구하고 D'677 특허권의 효력 자체가 무효라는 것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애플이 D'677 특허에 대한 존속기간포기 각서를 제출한 것은 중복 특허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2009년 5월26일 D'087 특허권을 취득했으며, 그로부터 13개월 뒤인 2010년 6월 29일에 D'677 특허권을 받았다.

D'677 특허권 도면에는 아이폰으로 추정되는 단말기의 둥근 모서리 사각형 디자인을 규정하고 있다. 이 디자인 특허권 관련 문건에는 아이폰 정면 및 후면, 그리고 측면 디자인 등 총 8개 그림을 담겨 있다.

반면 D'677보다 한 발 먼저 취득한 D'087 특허권에는 둥근 모서리 사각형 관련 디자인이 좀 더 자세하게 설명돼 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두 도면은 유사한 모양을 규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다.

삼성은 애플과 재판 과정에서 '둥근 모서리 사각형' 디자인을 규정한 D'677은 D'087 특허권과 중복되는 이중특허(double patenting)이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해 왔다.

◆애플, 특허 존속 기간 16개월 포기

미국 특허법 제 101조에 따르면 동일한 내용을 규정한 특허권이 두 개 존재할 경우 후출원 특허권을 거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나중에 출원한 D'677 특허권의 효력 자체가 무효로 될 가능성이 많다.

애플이 이번에 D'677에 대한 존속포기서를 제출한 것은 이런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IT 전문 매체인 아스테크니카 역시 "애플이 삼성의 이중특허권 주장에 위협을 느꼈다는 것을 암시해준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선 중복 특허권 문제가 불거질 경우 나중에 취득한 특허권에 대한 존속기간 포기서를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이렇게 될 경우 후순위 특허권의 존속 기간은 선행 특허권과 함께 만료된다.

이번에 애플이 법원에 존속기간 포기서를 제출한 것은 바로 이런 의미다.

미국에선 통상적으로 출원일로부터 20년 동안 특허권이 부여된다. 따라서 D'677은 D'087의 특허권 만료 시한인 2027년 7월까지만 효력을 갖게 된다. D'677은 2008년 11월18일 출원됐기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2028년 11월 만료될 예정이었다.

◆플로리언 뮐러 "특허법 관점 따라 해석 달라질수도"

애플의 존속기간 포기서 제출이 삼성과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선 다소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포스페이턴츠를 운영하는 플로리언 뮐러는 "삼성 입장에선 배심원이나 판사가 새로운 피해 보상액을 산정할 때까지 D'677과 관련된 5억2천만 달러 가량의 배상 판결을 무효로 해야한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될 경우 배상액을 새롭게 산정하는 절차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뮐러는 "새롭게 피해 보상액을 산정할 경우 이론상으론 이전 보다 더 많은 액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8월 재판에서 애플이 워낙 크게 이겼기 때문에 줄어들 가능성이 더 많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배심원 평결 이후에 존속기간 포기서를 제출한 사례가 없다"면서 특허법의 해석 여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여지가 많다고 주장했다.

즉 특허권자의 권리 보호에 좀 더 찬성하는 쪽이라면 중복특허 해소가 전체 판결에 별 영향이 없다고 볼 가능성이 많다는 것. 반면 피고 쪽을 옹호하는 입장이라면 두 특허권을 모두 침해한 것이 아닐 경우엔 침해 자체에 대해 새롭게 판결할 수도 있다고 뮐러가 주장했다.

◆일부 전문가 "삼성-애플 최종 판결엔 영향 없을 것"

반면 IT 전문 매체인 아스테크니카는 애플의 이번 결정이 삼성과의 최종 판결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평가했다.

애플의 이번 조치는 D'677 특허권의 존속 기간을 16개월 줄인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삼성의 중복 특허권 주장이 받아들여져서 D'677 특허권 자체가 무효로 됐을 경우엔 애플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번 경우처럼 존속기간 포기서를 제출하게 되면 그런 위험 자체가 해소된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지향의 남희섭 변리사도 애플의 이번 조치가 삼성과의 특허 소송 최종 판결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봤다.

남 변리사는 "애플이 특허권을 포기한 게 아니라 두 개 중 하나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라면서 "따라서 법리적 효과는 달라진 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허법은 중복된 특허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애플은 자신에게 중요한 무기라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고 나머지를 정리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애플이 핵심 특허권 중 하나인 D'677에 대한 존속기간 포기서를 제출하면서 열흘 가량 남은 루시 고 판사의 최종 판결 절차에 또 다른 변수가 생기게 됐다.

과연 이번 변수가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소송 1심 최종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부 언론들의 보도대로 전체 배상액의 절반 가량이 해소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모을 삼성, 애플간 특허 소송 1심 판결을 위한 공판은 오는 12월 6일 시작된다.

김익현-김현주 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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