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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구글 약관 변경 한 줄에 개발사 문닫는다


플랫폼 종속 심화…"자체 플랫폼 강화해야"

[김영리기자] 국내 IT 생태계의 애플·구글 종속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의 변경된 약관 한 줄로 인해 앱 개발사들의 매출과 사업 방향이 좌지우지되면서 자체 플랫폼 강화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8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구매하게 하거나 판촉하는 앱은 금지한다'는 규정을 앱스토어 심의 기준에 추가하면서 관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애플은 특정 앱을 내려받으면 이용자들이 보상을 받는 이른 바 '돈버는 앱'을 겨냥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용자들이 사이버 머니 등 보상을 받기 위해 원하지 않는 앱을 내려받으면서 앱스토어 순위의 신뢰성이 낮아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것.

이 규정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애드라떼나 앱팡, 애드팡팡 등이 규정에 걸린다. 이 앱들은 특정 앱을 대신 홍보해주고 광고나 이벤트에 참여한 이용자에게 보상을 해주는 서비스로, 최근 새로운 모바일 마케팅 플랫폼으로 떠오른 바 있다.

애플이 기존 등록 앱에는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대신 앞으로 업데이트는 할 수 없을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관련 조항의 범위가 넓기 때문에 카카오톡 게임하기도 심사 기준에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 애니파이나 아이러브커피 등 게임을 즐기려면 카카오톡을 통해야만 앱을 내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규정에 대해 애플은 아직 구체적인 공지를 하지 않았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 애플·구글 플랫폼 장악력…개발사 무릎 꿇어

애플은 물론 상대적으로 제약이 덜했던 구글도 자사 기준을 요구하며 규정을 강화하고 있다.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 플랫폼 안에서 먹고 살 수 밖에 없는 개발사들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요구대로 따라야 한다.

구글과 애플은 앱스토어의 품질과 더 나은 생태계 조성을 위한다는 명분이지만 이들이 정책을 변경할 때마다 기반이 흔들려 사업을 접는 개발사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일례로 카카오톡의 경우 지난 8월 애플이 '앱 내 구매한 아이템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는 행위는 허용하지 않는다'고 정책을 바꾸면서 '이모티콘 선물하기' 기능을 없앴다. 또한 구체적인 설명없이 자사 가이드라인에 어긋난다는 답변만 내놓은 채 두달이나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거부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애플이 수수료의 30%를 가져가는 자사 결제 수단(IAP)을 강요하면서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앱스토어에서 퇴출한다는 정책을 세웠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소리바다와 벅스 등 음원사의 앱을 거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음원 업계는 애플에 지속적인 대응을 펼쳤으나 결국엔 애플에 무릎을 꿇었다. 전자책 유통이나 게임 개발사들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비싼 수수료를 지불하며 애플의 IAP 정책을 수용했다.

구글 역시 올 초 구글 플레이에 애플과 같은 IAP 정책을 도입하면서 이를 따르지 않는 앱을 구글 플레이에서 삭제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개발사에 보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톡의 경우 수익 모델 중 하나로 추진했던 '초코' 가상 화폐 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린 바 있다.

이렇듯 애플과 구글의 횡포에도 개발사들은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의 플랫폼 장악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앱 개발사 관계자는 "애플과 구글 외에는 앱을 내놓을 만한 플랫폼이 없다"며 "구글·애플 외에는 다른 길이 없기 때문에 그들이 원하고 요구하는대로 앱을 개발하고 사업 전략을 세울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앱 개발사 임원은 "말 그대로 모바일 생태계에서 애플과 구글의 식민지로 전락했다"며 "거대 플랫폼에 종속되면서 국내 모바일 생태계 발전이 저해될까 염려스럽다"고 우려했다.

◆ 종속 벗어나려면 자체 모바일 플랫폼 강화해야

이런 가운데 구글·애플에 종속된 국내 모바일 인터넷 생태계를 변화하기 위해 자체 플랫폼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단 앱 플랫폼에선 이미 구글과 애플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초기 단계인 HTML5 기반의 웹 플랫폼에서 활로를 찾는다는 방향이다.

최재홍 원주대 교수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챙기는 것처럼 애플과 구글은 플랫폼 장악력을 이용해 개발사들을 압박해 올 것"이라며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우리만의 모바일 플랫폼을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단 모바일 앱 플랫폼보다 모바일 웹 분야는 공산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우수한 개발자와 콘텐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개전투보다는 플랫폼과 함께 동반돼야 힘이 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부 차원에서도 이를 추진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7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차세대 웹표준 HTML5 확산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전문인력 3천명 양성 등 총 15개의 정책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HTML5는 차세대 웹 표준으로서 애플이나 구글 등 특정 운영체제·플랫폼·기기에 상관 없이 풍부한 웹 앱 개발이 가능해 주목받고 있다.

방통위 김도환 사무관은 "HTML5는 애플과 구글이 주도하는 플랫폼 중심의 생태계에서 플랫폼 경쟁력이 취약한 국내 콘텐츠·소프트웨어 업계의 경쟁력을 높이는 최적의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며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개방형 생태계인 HTML5로의 전환에 대응해 국내 업체들의 모바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역점을 두겠다"고 전했다.

김영리기자 mirac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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