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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자율규제, 제도적 보완 뒷받침돼야"


인터넷실명제 위헌 결정 후 자율규제 민간 책임 강화

[김영리기자] 제한적 본인확인제의 위헌 결정 이후, 민간 차원에서의 자율규제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 우선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민간 자율규제에 대한 근거나 법적 책임이 없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정책위원장 이해완)가 1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인터넷 본인확인제 위헌 결정 이후 자율규제 방향성 모색' 세미나에선 정부의 공공규제를 벗어난 후 인터넷서비스사업자와 이용자 등 민간차원에서 자율규제의 향후 방향을 살피는 토론이 오고갔다.

이날 세미나에는 한양대 황성기 교수, 건국대 황용석 교수가 발제를 맡았으며 국회 입법조사처 김유향 팀장, 한국외대 문재완 교수, 진보넷 오병일 활동가, NHN 한종호 이사, 홍익대 황창근 교수가 참석해 본인확인제 위헌 결정의 의의와 자율규제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했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강제하는 인터넷 실명제는 생명을 다했다"면서도 "그러나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인터넷 실명제와 자체 검열은 어떠한 한계도 없이 무한정 허용된다고 봐야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서비스 사업자들의 책임 범위가 넓어지면 오히려 더 강력한 자체 검열을 통해 자유로운 정보유통이 제한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는 자율 정책 기구로서 KISO의 역할 설정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KISO는 다음커뮤니케이션, 야후코리아, SK커뮤니케이션즈, NHN, KTH 등 한국 인터넷이용자 인구를 대부분 포괄하는 5개 인터넷서비스사업자가 회원으로 있는 인터넷자율규제기구다.

본인확인제에서 정부가 손을 떼게 되면서 KISO에 대한 사회적 역할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황 교수는 "현행 국내 법규 속에서 민간이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라며 "정부와 사회가 민간의 책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러한 책임이 단순 도덕적 의무가 아닌 책무행위로 나타나기 위해선 제도적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유해정보의 최종 심의권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행정 명령권은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지고 있다.

황 교수는 "사업자나 KISO가 자율규제를 하더라도 법적 책임의 한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법적 부담이 발생한다"며 "자율규제에 대한 면책조항의 입법이 필요하며, 이는 하나의 인센티브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황 교수는 개인적 범위에 해당하는 명예훼손이나 모욕과 관련한 분쟁이 있을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보다는 임시조치와 연계한 민간 온라인분쟁조정(ODR) 제도를 통해 해결을 모색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황 교수는 "범 세계적으로 인터넷 규제는 국가와 민간의 역할분담을 통해 이루어진다"며 "공동규제의 모델이 가능하기 위해선 인터넷 기업의 자율규제활동에 대한 지원법령 또는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NHN 한종호 정책이사도 이에 동의하며 "이번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과 사업자의 자율에 맡긴다는 방통위의 법률해석은 다시 말해 모든 책무가 사업자에 있다는 뜻"이라며 "공적 규제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내린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사적 규제 과잉으로 갈 수 있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별 사업자들이 판단하기 어려운 사항에 대해 민간자율정책기구인 KISO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며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분쟁조정 시스템을 만드는 노력들이 진지하게 시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보넷 오병일 활동가는 "방통심의위에 의한 행정심의는 자율규제로 대체돼야 한다"며 "또한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정치적 통제로 판단되는 심의는 방통심의위가 아닌 법원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황창근 홍익대 교수는 "방통심의위의 심의 규제와 분쟁 조정은 공존할 수 없는 문제"라며 "분쟁 조정 기능을 따로 떼어낸 별도의 통합인터넷분쟁소송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간 자율정책기구에 법적 권한이 주어진다면 또다른 공공규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문재완 한국외대 교수는 "KISO가 법적 근거를 얻게되면 결국엔 또다른 검열이 될 수도 있다"며 "법에서 KISO와 같은 민간자율규제기구가 활동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만들 때 국가 업무를 위탁하는 차원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토론자로 나선 국회입법조사처 김유향 문화방송통신팀장은 민간 기구의 역할과 함께 인터넷 이용 문화도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KISO와 인터넷서비스사업자의 역할 분담에 대한 심도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이용자들도 적어도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려면 자신의 글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식을 갖추고 인터넷 문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리기자 mirac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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