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르포]터키 이스탄불 PC방 가보니…


온라인게임, 10대 청소년 주류 놀이문화로 부상

[박계현기자] 터키 이스탄불 시내의 한 인터넷카페에서 총싸움게임(FPS) '울프팀'의 토너먼트가 열리기로 한 지난 19일(현지시간) 오후 3시. 토너먼트가 열리기 한 시간 전인데도 이미 150여명의 10대 청소년들이 몰려들어 카페 밖은 북적거렸다.

이번 이벤트를 개최한 '울프팀'의 터키 지역 배급사 조이게임 측은, 학교가 끝나는 시간은 오후 4시인데 하교시간 이후로 이벤트를 열면 도저히 아이들을 통제할 수 없어 일부러 이벤트 시간을 오후 3시로 잡았다고 했다.

실제로 이 날 행사장을 찾은 이용자들 대부분은 10대 초반에서 10대 후반의 청소년들이었다. '울프팀' 주이용자층과 일치한다.

'울프팀'은 한국 게임개발사 소프트닉스(대표 김진호)에서 2007년 출시한 게임으로 2009년 채널링 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2010년 현지 배급방식으로 전환, 터키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이용자 기준으로 40%, 매출 기준으로 2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날 열린 토너먼트는 일정 등급 이상의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사전추첨을 통해 32명을 선발해 레드팀과 블루팀으로 나뉘어 8대8의 오프라인 대전을 벌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미 참가자가 결정된 이벤트인데도 이 날 이벤트 장소인 '러즈카시' 카페에는 300여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모였다. 한국의 e스포츠처럼 경기를 관전할 수 있는 대형 중계화면이 있는 것도 아니라 대부분은 가까운 곳에 앉은 경기 참가자의 컴퓨터 화면을 슬쩍 넘겨다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이벤트를 기다린 이유는 '울프팀' 프로모션코드와 티셔츠 같은 사은품, 그리고 높은 랭킹에서 활약하는 유명 게이머들과 페이스북 내 수만명의 팬을 확보한 유명인사인 울프팀 게임마스터(GM)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조이게임의 울프팀 프로젝트 매니저인 바란과 부매니저인 유누스는 자신들을 알아보는 아이들의 사진촬영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조이게임 바란 매니저(PM)는 "조이게임 대부분의 스탭들이 게임을 실제로 즐기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게임하는 방법을 직접 알려줄 수 있다"며 "매일 2시간 이상 페이스북을 통해 방을 개설하고 이용자들과 함께 게임을 즐긴다"고 말했다.

터키 현지 문화의 특성상 지인이나 친구의 추천 같은 입소문이 큰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이 같은 오프라인 마케팅은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터키 게임 이용자들은 페이스북·유투브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소통한다.

콘솔게임이나 PC게임인 카운터스트라이크 등을 접하면서 형성된 매니아층의 존재도 여타 신흥 온라인게임 시장과는 다른 점이다. 게임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 더 잘하고 싶어하고, 게임을 잘하는 유명 게이머들을 선망한다.

이 날 토너먼트의 우승자인 자세르 악(17세) 군은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주말 같은 경우 하루에 10시간씩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며 "'울프팀'의 경우 반 친구들 대부분이 할 정도로 인기가 많고, 랭킹이 높은 이용자들끼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서로 알고 지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자세르 군의 '울프팀' 랭킹은 전체 7천395위로 활동 이용자(Active User) 150만명 중 0.2%에 해당하는 실력이다.

팀 플레이가 가능한 FPS의 특성상 클랜(게임 내 커뮤니티) 문화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울프팀' 전체 클랜 중 4위에 올라있다는 '조이얌얌'은 진영을 나눠 플레이를 하기 위해 새롭게 결성한 '조이얌얌2'까지 합치면 클랜원이 100명에 달한다.

클랜 대표인 세미(27)는 "클랜원들 개개인이 모두 '울프팀' 내에서 스타플레이어이기는 하지만 클랜원을 랭킹 때문에 받지는 않는다"며 "게임을 하는 스타일이나 친분관계가 지금 같은 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현직 경찰로 일하고 있다는 볼칸(29)은 "인터뷰를 위해 터키 아나톨리아 지방의 남동쪽에 위치한 디아르바카시에서 21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왔다"며 "클랜원들과는 집에서 게임을 하면서 보이스채팅으로 서로 전략을 짠다.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조이게임 바란 PM은 "토너먼트 같은 행사가 있을 때 정보를 공유하긴 하지만 클랜이 행사에 온다고 해서 게임 내 아이템을 준다거나 다른 보상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클랜수가 많기 때문에 회사가 클랜을 일일이 초청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임 이용자 늘리고, e핀 유통 강화하고…오프라인 이벤트로 일거양득

'울프팀'의 배급사인 조이게임은 지난 2011년 두 달여간 43개 도시에서 64번의 대회를 개최하는 '터키시 트루'라는 오프라인 토너먼트를 개최해 터키에서 이러한 문화 확산에 가속도를 붙였다. 지역의 인터넷카페를 순회하며 인터넷카페와 이용자들의 접점을 강화하는 이러한 이벤트는 신용카드 등 온라인 결제수단이 발달하지 않은 터키 시장에서 게임 배급사와 인터넷카페 간 관계를 강화하는 역할도 한다.

바리시 오지스텍 조이게임 대표는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집에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층과 인터넷카페를 이용하는 게이머층이 5대5 정도 되는 것으로 본다"며 "집에 고사양의 PC가 있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카페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이 젊은 층의 놀이문화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각지의 인터넷카페를 순회하는 조이게임의 오프라인 이벤트는 '울프팀'을 알리는 동시에 다양한 e핀 유통 채널을 확보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터키 시장에선 대표적인 게임 결제수단으로 e핀(PC방 선불카드)이 유통되고 있는데, e핀을 판매하는 유통사에겐 35%의 마진이 발생한다. 한국의 경우 유통마진이 17~19% 수준으로 터키 시장의 마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조이게임의 e핀 유통사는 게임술탄으로, 법적 지분관계는 없지만 활발한 파트너십을 펼치고 있다. 조이게임 역시 현재는 게임포털 사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2009년 e핀 유통사로 출발한 업체다.

◆PC임대업에서 출발…터키판 'PC방'은 이제 첫걸음 단계

조이게임은 유투브를 통해 이용자들이 자신이 주로 찾은 인터넷카페를 소개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이용자들이 올린 자체 제작 콘텐츠를 통해 전국 각 지역의 인터넷카페 모습을 살필 수 있다.

터키 내 인터넷카페수는 약 1만5천개로 추정되며, 업계 관계자들은 이 중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게임을 즐길 수 있는 사양을 갖춘 인터넷카페수를 1천개 정도로 보고 있다.

터키 게임업계 관계자는 "터키 지역 인터넷카페는 인터넷을 하기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PC임대업의 개념에서 출발했다"며 "인터넷이 나중에 들어오긴 했지만 그 전에는 한국 스타크래프트의 IPX(공유기에서 IP를 부여하는 방식)처럼 '카운터스트라이크'를 내부 공유기를 통해 연결해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스탄불에서 가장 큰 인터넷카페 중 하나인 '러즈카시' 카페의 올한 엑시 사장은 "1998년 5대의 인터넷카페에서 시작해 지금은 60대의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다"며 "'울프팀'이 출시된 이후 RPG에서 FPS로 온라인게임 인기장르가 바뀌면서 손님들의 연령층이 좀 더 낮아졌다는 차이가 있을 뿐 항상 인기 있는 장소였다"고 말했다.

이스탄불 시내에서 60대 이상의 PC를 갖춘 인터넷카페는 세 곳 정도로 '러즈카시' 카페는 함께 운영하는 매점 수익을 합쳐 한 달 6천 터키리라(한화 420만원)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인터넷카페 이용요금은 시간당 2터키리라(한화 1천400원)다.

터키의 인터넷보급률은 45%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평균 전송속도는 초당 2메가바이트 정도이며, 월별 최대 4기가바이츠(GB)까지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종량제를 채택하고 있다. 상업적으로 운영되는 인터넷카페의 경우에도 8기가바이츠가 한 달 동안 이용할 수 있는 최대용량이다.

올한 엑시 사장은 "PC당 8기가바이츠의 용량 제한이 넘어가면 인터넷 접속이 산발적으로 끊기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인터넷사업자들이 이런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데 인터넷카페를 운영하는 업자들의 모임을 만들어서 좀 더 큰 목소리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스탄불(터키)=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르포]터키 이스탄불 PC방 가보니…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