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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디지털 도서관' 사업 "참, 안풀리네"


[로스앤젤레스=이균성 특파원] 세상의 모든 책을 디지털화해 인터넷으로 제공하려는 구글의 야심적인 ‘디지털 도서관’ 사업이 암초에 부닥쳤다.

구글이 저작권 문제를 놓고 미국 작가협회 및 출판사협회와 오랜 법정 다툼 끝에 지난 2008년 도출한 1억2천500 달러 규모의 포괄적 합의안에 대해 미국 법원이 22일(현지시간) “너무 멀리 나갔다”며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구글과 작가 및 출판 협회는 저작권 소송을 재개하거나, 다시 협상안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판결은 저작권 문제를 풀 때 ‘포괄적 합의’가 아니라 ‘작가마다 개별적 합의’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점과, 구글의 정보 독점이 향후 가져올 상황에 대한 정부 등 각계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 뉴욕 연방법원 판사인 데니 친(Denny Chin)은 “세계적인 디지털 도서관을 만드는 게 이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 합의안에 대해 “공평하지도, 적절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봤다.

이번 합의안이 구글에 사실상의 독점(de facto monopoly)을 허용할뿐더러,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책으로부터 이득을 취할 권리를 구글에 제공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친 판사가 “공평하지 않다”고 판결한 이유다.

그는 그러나 “합의안이 수정되면 법원을 통과할 수도 있다”며 구글과 이들 협회에 새로운 합의안을 도출할 여지를 줬다.

하지만 이 또한 낙관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이 합의에 반대하는 진영은 미국 법무부를 비롯해 외국 정부, 아마존이나 MS 같은 경쟁업체, 학계와 저작권 전문가 등이다. 협회 의견과 달리 개인적으로 이 합의안에 반대하는 작가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요한 반대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우선 이 합의안이 수백만 권에 달하는 저작권이 없는 책(orphan books)에 대해 구글이 배타적으로 사업할 권리를 준다는 점이다.

또 구글 외에 이 사업을 할 마땅한 곳이 없어 구글의 독점이 불가피하고, 책에 대해 구글이 자의적으로 가격을 매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여기서 확보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검색 시장에 대한 독점력을 더 강화할 것이라는 점 등이다.

친 판사도 이런 비판에 대해 대부분 인정했다.

친 판사는 그러면서 “작가나 저작권자가 확실하게 허용한 책에 한해 그 합의를 적용한다면 반대 의견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향후 합의안에 저작권자의 동의가 확실한 책만 포함시키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게 되면 구글로서는 매력이 떨어지는 사업이 될 수밖에 없다.

우선 저작권자로부터 일일이 허락을 맡는 일이 굉장히 복잡할뿐더러, 저작권자가 현재 없거나 확인할 수 없는 책의 경우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글이 디지털 도서관의 핵심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저작권이 없는 책이다. 인쇄본이 절판된 책이나, 오래돼서 저작권이 만료된 책 등이 더 가치 있는 것이다.

이런 책들은 작가나 출판사에게도 새로운 수입원이 될 수 있다.

뉴욕 로스쿨의 제임스 그리멜맨 교수는 “저작권자와 합의한 책만 디지털화하라는 뜻은 일반적인 저작권 라이센스와 전혀 다를 바 없다”며 “저작권 없는 책은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지난 2004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약 1천500만권을 디지털화했다. 특히 2005년에는 이 문제로 미국 작가협회와 출판사협회로부터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했고 그 후 2년여 간의 협상 끝에 지난 2008년 포괄적인 협상안을 마련했었다.

그러나 이 안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많았고 이번에 법원이 거부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에 대해 합의안에 반대해왔던 미국 법무부 등은 "법원이 올바른 결과에 도달했다"고 평가했고, 구글 측은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로스앤젤레스(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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