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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6년 특별인터뷰]허정무 감독 ③'제2의 박지성' 그만 찾고 유소년 육성에 전력을!
2010년 11월 03일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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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의 '심장'이 된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허정무 감독의 눈에 띄어 2000년 시드니 올림픽대표팀에 승선한 것은 널리 알려진 일화다. 당시 김희태 명지대 감독과 바둑을 두다 얘기가 돼 박지성을 대표팀에 넣었다는 웃지 못할 소문까지 돌 정도로 당시엔 파격적인 일이었다.

태극마크의 맛을 본 박지성은 2002 한일월드컵을 통해 비상했다. 이후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벤을 거쳐 2005~2006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성한 성공 스토리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가 됐다.

유소년 활성화는 결과적으로 인천을 살찌우는 일


국제적인 선수로 비상하는 박지성과 달리 허정무 감독은 한동안 암중모색의 시간을 보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아시안컵의 실패로 뒤를 돌아보게 된 허 감독은 유소년의 중요성을 절감했고, 2001년 용인 축구센터를 건립해 좀 더 안정적인 여건에서 우수 선수를 길러내는데 집중했다. 이 축구센터를 통해 이승렬(FC서울), 김보경(오이타 트리니타) 등이 탄생했다.

용인 축구센터에 대한 허 감독의 자부심은 상당했다. 그는 "축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시설들이 더 많이 생겨 유소년을 키워야 한다. 정착이 된다면 다른 곳으로 퍼지지 않겠느냐"라고 나비 효과를 기대했다. 물론 인프라는 남녀를 불문하고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 허 감독의 지론이다.

인천에 생긴 히딩크 축구센터를 바라보는 마음도 흐뭇하다. 인천의 유소년들이 축구센터를 통해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미래의 인천 유나이티드를 이끌 자원이 배출되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히딩크와 지속적인 교류로 선진 시스템을 이식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있다.

허 감독은 "인천은 축구 인프라가 좋아지고 있는 매력적인 도시"라고 정의한 뒤 "축구를 즐기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아직까지도 성적에 얽매이는 문화가 존재하는 것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변화 아니냐"라고 강조했다. 즐기는 축구를 통해 기본기를 쌓으면 한국 축구가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인프라 강조는 연고지의 대표적인 프로구단인 프로야구 SK와이번스와의 경쟁에서도 뒤지지 말아야 한다는 뜻도 담겨있다. SK는 2000년 인천에 정착한 뒤 200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성적을 냈고 최근 네 차례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세 차례나 우승을 제조하는 등 연고지 대표 구단으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SK 야구의 좋은 성적에는 김성근 감독의 독특한 지도방식도 있지만 실력을 갖춘 선수들의 끊임없는 등장도 한몫 하고 있다. 유소년을 길러내는데 탁월한 안목이 있는 허정무 감독도 이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또, 허 감독이 인천에 부임한다는 소식을 들은 김성근 감독이 "(인천이) 떠들썩하겠다. 관중 뺏기지 말아야겠다"라고 살짝 긴장한 것도 신선한 자극제다.

허 감독은 "김 감독님이 그런 말을 하셨다는 것은 처음 들었다"라며 "SK가 잘하고 있는 만큼 거기에 뒤지지 않아야 한다"라고 재임 기간 동안에 인천의 축구 인프라 구축과 성적을 모두 잡겠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수원 삼성, FC서울과 수도권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이런 연유에서 나온 것이다. 수도권이라는 거대 시장에서 그동안 인천이 관중 그러모으기나 마케팅 등에서 제 역할을 못했다는 자성도 함께한다.



언제까지 박지성만 찾을 것인가


허정무 감독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달성한 사령탑으로 한국 축구사에 남는다. 때문에 그에게는 현재나 앞으로 구성되는 국가대표에 대한 질문은 끝없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저기서 조광래호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지만 허 감독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괜스레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조광래호는 허정무호와 전술이 조금 다를 뿐 허 감독과 한 배를 탔던 선수들이 여전히 주축으로 자리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허 감독은 침묵모드로 일관하고 있다.

다만, 안타까운 한 가지, 박지성에 대한 이야기다. 조광래호는 '제2의 박지성'이 누구냐를 놓고 치열한 논쟁과 대안 찾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박지성이 부상 결장한 채 0-0으로 비긴 뒤 '포스트 박지성'은 조광래호의 화두가 됐다. 이청용(볼턴 원더러스)이나 기성용(셀틱), 윤빛가람(경남FC)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모두가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 시원한 해답이 되기에는 모자람이 있다.

허 감독은 "왜 제2의 박지성만 찾는지 모르겠다. 지성이가 없어도 할 수 있는 선수를 무럭무럭 성장시키면 자연적으로 대체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라고 안타까워했다. 축구는 박지성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 허 감독의 단호한 생각이다.

그는 "(박)지성이는 지성이대로 2014년까지 충분히 뛸 수 있는 선수다"라고 진단한 뒤 "일본하고 한 번 비겼다고 제2의 박지성을 찾으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좀 그렇다. 지성이가 없을 때도 (문제없이) 경기를 다 했는데 너무 한 쪽만 보는 것 같다. 오히려 지성이가 없었기 때문에 차분하게 경기를 되돌아봐야 한다"라고 박지성 문제에 매몰된 듯한 분위기를 아쉬워했다.

허 감독의 이런 생각은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치렀던 스페인과의 평가전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당시 박지성은 무릎에 이상이 생겨 본선을 대비해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박지성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미드필드를 두껍게 구축하며 좋은 수비를 보여줬고 좋은 경기력을 보인 끝에 0-1로 패했다. 강팀을 상대로 아쉬운 패배를 기록했지만 박지성 없이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선수 개개인의 특징 있는 경기력이 모여 팀이 되는 것이라고 팀플레이를 강조한 허 감독은 "지성이에게 너무 짐을 안기는 것 같다. 이제는 편안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다른 선수들도 경기를 치르면서 발전할 수 있도록 물흐르듯이 이어가야지, 제2의 박지성이 누구냐고 거론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라며 새로운 한국 축구를 위한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바랐다.

<끝>


/인천=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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