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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원장 "콘텐츠 전담할 독립 청(廳) 만들어야"


'콘텐츠 산업 불투명성·불확실성 제거 필요' 강조

인터뷰 정종오 경제시사부장, 사진 박영태기자


"문화 콘텐츠 진흥과 일관된 정책을 위한 독립 청(廳) 수준의 조직이 필요하다고 본다. 21세기는 '문화산업의 시대'라 정의할 수 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의 이재웅 원장은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고 일관되고 체계적 지원을 위한 독립 청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통해서다.

전세계가 21세기 최고 부가가치 산업인 콘텐츠 산업에 뛰어들었다. 한국 역시 '소프트 파워'로 대표되는 콘텐츠 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보고 이를 육성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 중의 하나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의 출범이다.

한콘진은 방송 영상, 게임, 애니메이션 등 장르별로 구분해 지원하는 방식이 중복 지원 등의 문제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하에, 기존 콘텐츠 관련 기관을 통합해 만든 곳이다. 지난해 5월6일 출범했다.

한콘진의 초대 수장을 맡아 지난 1년간 힘차게 달려온 이재웅 원장이 그리는 한국 콘텐츠 산업의 미래는 어떨까.

지난 15일 이재웅 한콘진 원장을 만났다. 한콘진의 1년, 그리고 한국 콘텐츠 산업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15일은 이재웅 원장이 제 1대 한콘진 수장으로 임명장을 받은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미국발 한류 만들려고 공부중"

"문화산업쪽에서 돈 벌 수 있는 콘텐츠는 어떻게든 지원하겠다는 것이 한콘진의 소신입니다. B급이라 하더라도 자꾸 내보내고, 하나 둘 성공시키는 게 우선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재웅 원장은 국내 콘텐츠 산업이 가야 할 길은 돈 될 만한 콘텐츠를 만들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시아발 한류'가 아닌 '미국발 한류'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발 한류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중국은 이미 진입장벽이 높잖아요. 우리가 가야 할 곳은 미국입니다. 미국이라는 큰 시장에서 성공하면 그쪽에서 우리 콘텐츠를 알아보고 나서서 배급해주기 때문에 힘을 아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어도 다르고 정서도 다른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터. 이재웅 원장과 한콘진 내 연구인력들은 사전 작업으로 미국 콘텐츠 시장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를 연구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영화 장르, 좋아하는 색깔 등이 무엇인지 감성적 코드에 대해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지피지기(知彼知己) 전략이다.

◆콘텐츠 지원, '청(廳)' 수준은 돼야 갈증 해소

한콘진은 올해 사업을 크게 세 가지로 잡았다.

스토리텔러를 육성하기 위한 ▲해리포터 프로젝트…컴퓨터그래픽(CG), 3차원(3D) 입체영상 등 문화기술(CT) 개발 기반을 육성하는 ▲아바타 프로젝트…그리고 우리 콘텐츠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장보고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해리포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행사가 스토리공모전이다. 아이디어와 줄거리만 A4 용지 30여페이지 정도로 정리해 내면 되는데 1등 상금만 1억5천만원이다.

"아마 콘텐츠 관련 국내 공모전 중에는 상금 규모가 제일 클 겁니다. 뛰어난 소재라면 확실하게 지원하자는 생각에서 그렇게 했습니다.

줄거리에 살을 붙이고 제작사 선정이나 투자금 유치, 마케팅, 유통, 해외 진출까지 전 과정을 한콘진이 지원합니다. 저작권은 당연히 작가에 귀속되죠. 진흥원의 역할은 뛰어난 소재를 발굴하고 성공하는 데에만 집중될 겁니다."

그는 콘텐츠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스토리텔링, 즉 이야기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최근의 ICCT(Information Communication Contents & Technology)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통합부처 논의에는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플랫폼과 콘텐츠가 결합이 돼야 산업이 커질 수 있는 건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콘텐츠 산업은 단순한 테크놀로지와는 달라요. IT 기술을 활용하지만 그건 단순히 빌려오는 수단일 뿐, 담기는 건 이야기이고 문화이지 않습니까.

IT와 콘텐츠가 합쳐지는 부분은 경계에서 합쳐지는 것이지 융합한다고 각자의 속성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콘텐츠는, 콘텐츠를 담는 그릇인 플랫폼과는 다른 차원에서 구성해야 합니다."

그는 한콘진의 올해 예산 수준(1천900억원)으로는 우리 콘텐츠 기업들의 세계화를 도모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가칭 콘텐츠산업청, 문화산업청처럼 '청(廳)' 수준으로는 위상이 올라가야 제대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콘텐츠 산업, 불투명성·불확실성 극복해야

실제로 우리나라의 콘텐츠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자 한계가 바로 영세함에서 비롯되는 '불투명성'과 '불확실성'이다.

최종 결과물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으니 자본이 외면하고, 재무구조가 튼실하지 못하니 좋은 아이디어도 사장되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불확실성을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많이 모이는 거죠. 우리 콘텐츠 업체들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흩어져 있으면 지원도 찔끔찔끔해야 하잖아요. 그게 딜레마에요.

각 기업이 개별 프로젝트를 하되, 대규모 프로젝트가 있으면 공동으로 세계에 진출하는 형태가 돼야 합니다. 한콘진은 CG업체 연합, 제작사 연합, 이렇게 업체들이 뭉칠 수 있게 도와줄 겁니다."

이 원장은 그래서 직접 업체들을 방문해 현황을 파악한다. 어떤 회사가 어떤 기술과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지 직접 발굴해서 위험부담을 지는 것은 정부기관이 도맡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불투명성을 해소하려면 경영과 제작을 분리해야 합니다. 제작자는 제작에만 신경써야죠. 제작자가 주먹구구식으로 돈을 쓰지 않도록 견제하는 투명한 구조가 정착돼야 성공모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콘진이 킬러 콘텐츠 원소스멀티유즈(OSMU) 지원작으로 선정한 심형래 감독의 차기 영화 '더 덤 마피아'의 경우, 예산 및 지출 관리는 한콘진과 CJ엔터테인먼트가 전적으로 담당한다.

◆3년 내 성공기업 만드는 게 목표

이 원장은 임기 3년 내에 작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각 분야에서 성공하는 기업 하나씩은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단순한 측면 지원이 아닌 전방위 지원인 만큼 한콘진이 해야 할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나 중국 등 주요 시장을 돌아다닐 때마다 투자사, 배급사 등 업계 사람들은 물론 정관계 인사들도 많이 만나서 인맥을 쌓아두려고 합니다. 공동 사업에 대한 제안도 많이 해요.

어떻게든 다양한 콘텐츠 분야에서 미국발 한류를 이뤄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확실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성공하는 콘텐츠 기업의 모델을 만들겠습니다."

정리=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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