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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인터넷회선 패킷 감청 의혹제기


국정원 대응모임, 실태 규명 촉구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집이나 사무실에 설치된 인터넷 회선을 통째로 감청해 어떤 사이트를 드나드는지 그대로 볼 수 있는 이른바 '패킷 감청 기술'을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자, 시민사회계가 "심각한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며 지적하고 나섰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국정원 관련 법률 개악을 저지하는 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대응모임'은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 등의 인터넷 회선을 통째로 감청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국정원의 충격적 감청 실태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패킷 감청(internet packet inspection)'이란 컴퓨터 네트워크 패킷을 필터링해 패킷의 내용을 감청하는 것으로, 인터넷 회선 장비에 감청 설비를 설치해 사용자의 인터넷 사용 내역을 복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곽동기 정책위원은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9월 국정원에 체포된 이후 재판 과정에서 본인의 최근 2개월간 우편물과 이메일, 휴대폰 통화 내역은 물론, 유선인터넷 사용기록(방문사이트)까지 도·감청 당했음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곽동기 정책위원이 공개한 감청 영장에 따르면, 지난해 6월12일부터 8월11일까지 2개월간 곽씨가 사용한 ▲(가)휴대폰 음성사서함 및 문자메시지, 위치·착발신지 기록 ▲(나)근무지에서 쓰는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한 내역 및 실시간 착발신 IP 추적 ▲(다)주거지에 설치한 초고속인터넷 이용내역과 실시간 착발신 IP추적 ▲(라)이메일 계정 2개에 대한 내용 감청 ▲(마)집과 사무실에 착발신된 우편물 검열 ▲(바)국보법과 관련한 일반 대화 내용 기록까지 모두 감청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나)와 (다) 사항이 인터넷 패킷 감청에 해당된다.

곽동기 위원은 "검사측이 증거로 제시한 것 중에는 인터넷 패킷 감청 내용은 들어있지 않아 어느 정도 수준으로 패킷 감청을 당했는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진보네크워크센터 장여경 활동가는 "법원의 영장 발부라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패킷 감청이 불법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패킷 감청으로 혐의 내용과는 상관없는 내용까지 볼 수 있는데다, 같은 회선을 사용하는 직장 동료나 가족들의 인터넷 사용 내역까지도 감청할 수 있어 사생활 침해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국정원 대응모임은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알려진 바에 의하면, 감청이 유선전화나 우편물 등 제한된 영역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인터넷 패킷 감청이 국내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이상, 실태를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진보연대 윤지혜 활동가는 "패킷 감청이 언제부터 이뤄졌고, 어느 정도 자세하게 이뤄졌는지는 감청 당사자조차도 재판 증거로 짐작만 할 뿐, 자세한 내용은 국정원만이 알 수 있다"며 "통비법 취지와 달리 감청이 무분별하게 이뤄진 것은 아닌지, 누가 어떤 장비로 언제부터 패킷 감청을 해왔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인터넷회선 패킷 감청에 사용된 감청 장비가 KT, SK브로드밴드, LG파워콤 등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사업자(ISP)의 것이라면 방송통신위원회 인가를 받았어야 하며, 국가정보원의 감청 장비라면 국회 정보위원회에 통보됐어야 한다.

◇인터넷회선 감청(패킷 감청)이란

패킷 감청은 인터넷회선을 오가는 패킷을 필터링해 패킷 내용을 감청하는 방법이다.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는 ISP 사업자들의 인터넷회선 장비에 패킷 감청 설비를 연결해 감청 대상자의 인터넷 사용 내용을 복원하는 것이다.

기존 인터넷 감청은 수사기관들이 이메일 사업자 협조를 얻어 대상자의 이메일을 전달(포워딩)받는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국내 이메일 사업자 협조가 있어야만 가능했다.

하지만, 패킷 감청은 이론상으로는 이메일 보내기 받기, 웹서핑, 게시물 읽기와 쓰기, P2P 다운로드 등 모든 인터넷 이용 내용을 제 3자가 볼 수 있고 국내와 해외 사이트를 가리지 않는다. 얕은 패킷 감청은 인터넷 트래픽(접속량) 정도만 파악하는 수준이지만, 깊은 패킷 감청은 대상자의 인터넷 사용 내용을 거의 똑같이 볼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활동가는 "패킷 감청은 암호화되지 않은 것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 보안 수준을 높게 설정해두거나 암호화 등 보안접속방법을 이용하면 감청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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